나의 산골이야기

추석이 가까이 다가온 산속,,(2)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하반기(8월~12월)

추석이 가까이 다가온 산속,,(2)

영혼의 수도자 2024. 9. 26. 04:51

꽃무릅이 피어나고 있다, 꽃무릅이 피어나는 건 가을이 익어간다는 증거다,

 

밤에는 추워서 매일밤 벽난로에 장작불을 피운다, 밤에 잠자기 전에 통나무 한 개를 벽난로에 넣고 잠자면 아침까지 통나무가 타면서 집안이 훈훈하다, 작년에 간벌하면서 잡목들과 참나무들을 많이 저장해둔 덕분에 땔감이 풍부하다,

 

산속에서 살면서 추위를 대비해 땔감이 많다는 건 추운 겨울철이라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안도감과 충만감이 있다,

밖은 추운데 실내가 훈훈하게 되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안정감이 든다, 그리고 벽난로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아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냥 멍 때린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매일 보아도 불꽃은 마력이 있다,

 

추석을 맞이해서 마을 이장과 동네의 지인들에게 간단한 추석 선물을 전달했다, 

그렇게 건강하고 힘이 장사였던, 그리고 나한테 '형님 형님' 하고 부르며 마음이 너무도 착한 지인인 김 아무개씨는 몇 년 전 뇌졸증으로 쓰러져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집에서 누워만 있다, 이런 김씨를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그리고 세월은 건강한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도 한 순간에 모두 다 저 세상으로 간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천사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천사장은 오래 전에 부인과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는데, 엑스 와이프(ex-wife)였던 여자분이 신장이 나쁜 데다가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쓰러져서 강릉의 아산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런데 아무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한 전(前)부인을 입원시키고, 병원비도 천사장이 다 지불하면서 모든 병간호를 다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참으로 살아있는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천사장을 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많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천사장은 오랜만에 만나는 나에게 경상도 산청에서 잡은 자연산 은어 10 마리를 구워 먹으라고 준다,

나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사양하였지만 지나치게 겸손하고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천사장의 성의를 존중하는 뜻에서 귀한 은어를 산속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저녁에 천사장이 깨끗하게 손질한 은어   5 마리를 다시 한번 더 씻었다, 그리고, 은어 배에 소금을 넣어 간을 한 후 생선구이 철판에 올리브 오일을 두른 다음 노릇 노릇하게 구워 먹으니 바삭한 은어는 최고의 진미다, 향긋한 수박향을 풍기는 은어는 일반 사람들은 구경도 못하는 최고의 식도락 진미다,

 

은어를 통채로 씹어 먹으며 따뜻한 천사장의 마음을  마음을 느껴본다, 은어의 뼈는 가늘어서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부 다 먹는다, 산속에 살면서 이런 저런  인간미 넘치는 경험을 하면서 살게 되니까 모든 사람들이 고맙고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고마운 시골 사람들 때문에 행복감이 물안개처럼 수면에 피어오른다,  

 

산속에 사는 건 어떤 면에서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독한 수행자의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시에서 살았었던 삶이 완전히 바뀌고 단절되어 당황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방황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런 삶이 얼마나 고귀하고 최고의 삶인지를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다,

 

가끔 서울이라는 대도시로 나와서 필요한 업무를 보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바쁘게 사는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각박해 보인다,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다, 특히 지하철을 타고 가면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에 집중해서 옆에 누가 앉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을 뿐더러 설령 함께 온 일행이 있어도 짧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이고, 대부분이 입을 다물고 말없이, 그것도 굳어 있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 

 

흡사 석고로 만든 조각 같은 차가움이 얼굴과 온몸에 흐른다, 그리고 웃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조각상 같은 군상(群像)들과 같이 있으면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땀이 뻘뻘 난다,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이런 도시에 있다가 강원도 산속에 오게 되면 흡사 지옥에서 탈출한 것 같다, 전화가 안돼고, 전기(태양광 전기)도 조금 불편하고, 또 신문도 없고, TV도 연결 안되고, 인터넷도 되지 않지만 이런 것들보다 몇 배나 소중한 것들이 산속에는 널려 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어쩔 줄 모르고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개들과 나를 기다리는 산새들<나는 여름을 제외하고 먹이가 부족한 봄과 가을, 겨울철에 새들에게 땅콩을 사다가 준다> 내가 키우는 여러 종류의 꽃들<대명석곡부터 호야까지> 이 나를 반겨주고 나를 기다린다,

 

그리고 산속에 있으면 또 좋은 게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우선 산속에 다니며 산에서 나는 버섯을 따는 즐거움이 있다, 예전에는 내가 잘 아는 송이버섯과 능이버섯, 싸리버섯, 꽃송이버섯, 노루궁댕이버섯 등 누구나 다 아는 버섯들만 채취하였는데, 지금은 산속에 나는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많이 구분할 줄 알게 되었고, 이 버섯들을 따가지고 와서 된장국이나 버섯찌개 등을 해먹는 즐거움도 있다,

 

버섯에 대해서는 <한국야생버섯도감>과 같은 책과 유튜브를 통해, 또 동네  심마니 사람들로부터 배운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안다, 그런데 항상 조심할 것은 독버섯과 식용버섯이 서로 비슷한 것이 많아서 요즘도 시골에서는 식용버섯인 줄 알고 먹었다가 잘못되는, 즉 사고가 나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이번에 꽃송이버섯 큰 것 두 개를 표고버섯 재배하는 나무 옆에서 따왔다, 이걸 된장국이나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게 되면 장내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맛도 깊은 맛이 우러나서 아주 맛있다,  

 

내가 우리 산속에 참나무 표고버섯을 약 750개 정도 재배하고 있는데, 표고버섯은 베타 글루칸이 함유되어 있어서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노화 예방, 뼈 건강, 항암 작용 등에 좋은 효능이 있다, 추석이 지나면 곧 표고버섯들이 나올 텐데, 이 표고버섯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이런 즐거움이 산속에서 매일 매일 일어나기에 난 나의 산속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특히 9월과 10월은 다양한 식용버섯을 채취할 수 있는 최적기이기에 버섯을 채취할 생각에 벌써부터 즐겁고 신이 난다, 

 

 

천사장이 선물로 준 은어를 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