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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하반기(8월~12월)

보일러를 고치다,,(5)

영혼의 수도자 2024. 10. 31. 00:02

산속 집에 20년 된 귀뚜라미 석유 보일러가 있다,

여태껏 아무런 이상 없이 잘 가동되던 보일러가 갑자기 작동이 안된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는데 당황스럽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인터넷으로 귀뚜라미 보일러 회사에 AS 신청을 하였는데, 다음 날 삼척에 있는 대리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산속 집에 방문하는 날짜를 예약하는데, 요즘  바빠서 일주일 후에 산속집에 오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0월 17일(목) 11시에 임원 마을 입구에서 보일러 기술자를 만나 산속으로 데리고 와 보일러를 점검하는데, 보일러가 오래된데다가 고장난 부품을 구할 수가 없어서 새로 보일러를 구입해서 설치해야 한단다,

 

좀 황당하긴 하지만 기술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새로 보일러를 구입하고 설치하는데 100만원이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기로 약속을 잡는데, 또 일주일 후란다,

 

그런데 왠지 석연치 않아서 마을에 내려간 김에 동해에 있는 귀뚜라미 대리점과 울진에 있는 귀뚜라미 대리점을 검색해서 전화를 해보니 동해는 120만원의 비용이 들고, 울진은 90만원이란다, 설치 비용 가격이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니, 크게 바가지를 쓴 것 같지 않아서 안심이 된다,

 

다시 일주일 후인 10월 25일(금) 오전 10시경에 두 사람의 귀뚜라미 기술자들이 산속 집을 방문하였다, 내 생각에 한 사람은 사장, 다른 한 사람은 직원인 것 같다, 두 사람이 아주 능숙하게 기존 보일러를 철거하고 새로 보일러를 장착하는데, 참 열심히 그리고 깔끔하게 일을 잘한다,  전에는 배관이 지저분했었는데, 새로 설치한 보일러의 배관은 깔끔하고 튼튼하게 잘해놓았다,

 

두 사람이 일하는 동안 요구르트와 커피를 대접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부산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삼척으로 왔는데,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새로운 보일러를 설치하고 시험 가동을 하는데, 전에 설치했던 고장난 보일러보다 빠르게 물이 덥혀지고  금방 집안이 훈훈해진다, 참 기분이 좋다, 새로운 기계의 효율에 감탄하게 된다, 

 

보일러 설치 비용을 계산하기 위해 울진 대리점의 보일러 가격을 이야기하면서 90만원에 하자고 하니까, 좀 당황해하면서 그냥 약속한대로 100만원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잘 설치해주워서 양보한다고 하면서 대신 고장났을 때 AS를 잘해 달라고 말하며 100만원을 주었더니 너무 좋아한다,

 

저녁에 보일러를 작동해보니 1시간 30분만에 금방 집안이 훈훈해진다,

돈이 좋다는 이야기가 실감난다, 산속에 살게 되면 사람들은 돈이 전혀 쓸 일이 없고 돈없이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산속에서 20년 동안 살아보니, 오히려 도시에서 살 때보다 훌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고정적으로 개 사료비가 한 달에 6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가고 이런 저런  비용이 많이 든다, 예컨대, 상용하는 약값과 비상용 약값, 식재료비와 수많은 공구들을 준비하고 보수하는 비용 등은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들어가지 않는 비용이다, 이밖에도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드는 기름값과 자동차 보수 비용 등 돈없는 사람은 절대로 살 수가 없다,

 

전기가 없는 산속은 태양광에 의지하여 불을 밝히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태양광 충전이 안돼서 발전기를 켜야 하는데, 발전기 휘발유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또 샤워할 때나 집안을 덮혀야 할 때 보일러를 가동하기 위해 석유를 기름통에 채워 넣어야 하고, 도시가스가 없는 산속집은  LP 가스를 사용하기에  가스값도 비싸다, 배달도 안된다,

 

농사짓기 위해 비료와 퇴비 비용 및 농약도 구입해야 하고, 태풍이나 장마가 지나가고 난 후에 무너지고  부서진 곳을 보수하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고장나서 내가 수리하지 못하는 발전기나 기계들을 수리할 때는 비용이 더 비싸게 든다, 

 

그러나 이런 많은 비용이 들면서도 산속에 사는 게 너무 좋아서 산속에 살게 된다,

즉 산속에 살면 뜨거운 여름철에 피서를 가지 않아서 좋고, 요즘처럼 단풍이 드는 계절에 따로 단풍 구경을 가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들고 힘들어도 산속에서 사는 장점이 더 많기에 그냥 살아가고 있다,

 

아 또 있다, 요즘 처럼, 가을에 나는 비싼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을 싫건 먹을수 있다,

그냥 도시에 살면 이런 비싼 송이버섯을 어떻게 먹을수 있을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산속에 살게 되면 돈보다 더 갑진 건강을 찿을수 있다는 점이다, 저절로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