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10월말의 강원도 산속,,(6) 본문
단풍이 절정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요즘 단풍 구경하기 위해서 강원도로 관광버스와 자가용를 타고 고속도로를 점령했다,
영동고속도로는 평일(목요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단풍 구경하러 가는 것이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축제인지, 흡사 초등학교 때 소풍가는 것처럼 들떠서 휴게소마다 북적거린다, 특히 여자 화장실 앞에는 여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깊은 가을밤, 아무도 없는 산속에 적막감과 외로움이 가득한 가운데 오직 달빛만이 나의 친구가 되어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요즘은 송이버섯이 나오는 시점이라서 임원 동네 사람들과 용화에 사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산속에 몰래 들어와 송이버섯을 따간다,
매일 매일 야단이 난다,
새벽 6시부터 저녁 5시까지 송이버섯을 따려고 온 산속을 헤매고 다닌다, 우연히 나와 산속에서 만나면 급히 높은 산속으로 도망을 간다,
내가 산속에서 어린 송이버섯을 발견하고 좀더 자라면 따려고 낙엽을 덮어서 숨겨 놓고 며칠 후에 따려고 가보면 단 한 개의 송이버섯이 없다, 이럴 땐 참 허망하고 기분이 안좋다, 이런 일이 단 한번도 아니고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일이다 보니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참 이상한 한 해다, 작년까지만 해도 추석 10일 전부터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나왔었는데, 올해는 추석이 한참 지난 10월 1일부터 송이버섯이 나오기 시작해서 10월말인 지금까지 나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예년과 달리 능이버섯이 나오는 곳에 능이버섯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매년 능이버섯이 나오는 우리 산의 높은 곳에 다시 한번 가보았는데, 산 맨 위의 능이버섯이 나오는 곳에 능이버섯 3개가 보이고, 곳곳에서 약 30개의 능이버섯이 능이버섯 꽃밭을 이루고 있다, 아 이럴 수가 있나, 감탄과 탄성이 저절로 나오고 놀라서 어쩔 줄 모르겠다,
감격에 겨워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온다, 이렇게 많은 능이버섯은 20년만에 처음이다,
그래서 능이버섯을 따기 전에 큰 소리로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조심스럽게 능이버섯을 따는데,
12개의 능이버섯을 따고 나니까 배낭에 능이버섯이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다,
50L의 큰 배낭인데도 더 이상 넣을 수가 없어서 내일 다시 와서 능이버섯을 따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정자에 있는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아놓으니 소쿠리 한가득이다, 이 순간만큼은 부자가 된 기분이다,
다음날 새벽 6시에 더 큰 배낭과 예비로 코스트코 장바구니 가방을 가지고 어제 대박이 터진 능이버섯을 딴 곳에 가보니 어제 오후까지 있었던 능이 버섯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허탈하고, 허망하고, 또 분하다, 아마도 내가 능이버섯을 따고 난 후에 용화에 사는 도둑넘이 산의 능선(稜線)을 타고 와서 능이버섯을 전부 따가지고 간 것같다, 왜냐하면 임원 동네 사람은 단 한 명도 산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 처음으로 딴 능이버섯이고, 귀한 능이버섯을 이렇게 많이 딴 것으로 만족하자고 나를 위로하며, 기분 나쁜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산책하듯 가을산을 구경하며 개들과 함께 산을 내려왔다,
요즘 가을 산은 참 아름답고 즐기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이날밤 기분이 좋아서 막걸리 한 병을 마시며 가을밤을 즐겼답니다,
올해 처음 채취한 능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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