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감따러 가다가 개울에서 미끄러져 바위에 떨어지다,,(1)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하반기(8월~12월)

감따러 가다가 개울에서 미끄러져 바위에 떨어지다,,(1)

영혼의 수도자 2024. 11. 12. 23:16

11월 9일 토요일 아침 10시, 산 입구에 있는 사과밭과 개울 건너편에 있는 두릅밭에 심어 놓은 대봉감을 따기 위해 쌍용 SUV 자동차 뒤 트렁크에 감 따는 도구인 장대와 플라스틱 박스 2개, 코스트코 장바구니 2개를 싣고서 산 아래로 내려갔다,

 

산 입구에 도착하자, 산림청에서 나온 산불감시원 지킴이 직원이 인사를 한다,

감을 따기 위해 차 트렁크에서 장대와 코스트코 장바구니를 꺼내서 먼저 개울 건너편 두릅밭에 있는 대봉감을 따기 위해서 천천히 길을 내려가 개울을 건너려고 하는데, 개울이 물이 많아서 건너갈 수가 없다,

 

그래서 신발이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디딤돌용 큰 돌을 주우려고 바윗돌을 밟았는데, 신발이 바윗돌 이끼에 미끄러지면서 순간적으로 뒤로 넘어진다, 그리고 2m 아래로 넘어지는데, 1m 정도의 바위에 부딪친다, 어깨 부위와 등허리에 부딪치고 또다시 아래로 떨어지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심하게 바위에 부딪친다, 

 

모든 게 순식간이다, 게다가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동안 물속에 쳐박혀 있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한 후 물속에서 일어나려고 애를 쓰는데 일어날 수가 없다, 특히 등허리가 너무 아파서 꼼짝할 수가 없다,

 

그런데 멀리서 이런 나의 모습을 보았는지 산 입구를 지키는 산불감시원 지킴이가 달려와 나를 물속에서 꺼낸다, 입고 있던 옷은 물에 빠져서 흡사 물에 빠진 생쥐 같은데, 산불감시원 지킴이는 나보고 괜찮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충격을 심하게 받아서 머리에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보고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말한다,

 

나는 개울 밖으로 나와 지킴이의 말을 들으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그대로 물가에 앉아 있었다,

너무 아파서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내가 이대로 죽는 걸까, 이런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이대로 죽으면 안되는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절대로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발동한다,

 

그래서 아픈 등과 머리의 고통을 억지로 이겨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지킴이의 부축을 받으며 자동차로 갔다,

그리고 천사장한테 전화를 해서 방금 일어난 일을 얘기하며 나를 병원에 좀 데리고 가달라고 요청하니까 깜짝 놀라면서 곧 우리 산속으로 오겠다고 한다,

 

산불감시원 지킴이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니 마음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자동차를 천천히 운전해서 간신히 산속 집으로 와서는 먼저 머리에 흐르는 상처 부위를 알콜로 소독하였다, 그리고 포비돈 요오드<찢긴 상처, 화상, 피부의 염증 부위 등 광범위한 살균 효과를 가진 소독약>를 부어서 소독한 후 솜으로 상처 부위를 지열하고선 옷을 갈아입고 천사장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천사장이 우리집에 도착해서 나의 머리를 보더니 피가 계속 나온다고 하면서 병원에 빨리 가자고 한다, 그런데 타박상으로 등과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는 게 수월치 않다, 그래서 천사장한테 사정을 이야기하고 등과 어깨와 허리에 부항을 떠달라고 요청하였다,

 

부항을 많이 떠본 천사장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등과 어깨, 그리고 허리를 소독하고 아픈 부위를 부항침으로 찌른 후 부항기로 7군데를 피를 뽑아내는데, 살 속에 피가 맺혔는지 검붉은 피가 나오면서 피가 엉겨붙어 있고 끈적거린다, 약 20분 동안 부황을 뜨고 나니까 그렇게 아팠던 등과 어깨와 허리의 아픔이 가신다,

 

참으로 신기하다, 난 산속에 살면서 무리한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치든지 담에 걸리면 나 혼자서 부항을 뜬다,

허리를 다치거나 담에 걸려서 꼼짝할 수 없는 경우, 아픈 부위에 부항을 뜨게 되면 나쁜 피인  ‘어혈(瘀血)'이 제거되어 막혀 있던 혈액이 정상으로 순환되어 신기하게도 아픈 부위가 금방 낫는다, 만약 이런 아픈 부위를 오래 놔두게 되면 매일 통증 부위를 안고 살아가야 하고 그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천사장이 운전해서 산속에서 가까운 원덕읍에 있는 병원에 가보니 병원 문앞에 '토요일 휴무'라는 푯말이 붙어 있고 문이 닫혀 있다, 그래서 급히 삼척의료원으로 향했다, 삼척의료원에 전화를 하니까 응급 환자는 주말에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천사장은 80km로 달려야 하는 국도를 시속 120km로 달린다,

 

30분만에 삼척의료원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고 응급실로 달려가니 의사와  간호사가 급히 상처 부위를 소독한다,

의사는 상처 부위가 2cm 정도 찢어졌다고 꿰매야 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다쳤느냐고 묻는다, 감따러 가다가 바위에 미끄러져  뒤로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니까 의사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능숙하게 상처 부위를 스태이플러(stapler) 같은 걸로 꾹꾹 찍어서 5번 봉합한다, 그리고 간호사가  또 소독를 하고 머리에 붕대를 붙이고 나서 항생제 주사 및 통증 완화 주사 등 주사 세 대를 놓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의사는 뇌진탕으로 피가 고여 있을지 모르니 CT 촬영을 해보자고 한다, 그래서 X레이 촬영실로 가서 몇 번에 걸쳐 머리를 촬영한 후 의사를 만났는데  X 레이를 본 의사는 다행히 머리에 피가 고이지 않았다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음 주 목요일에 실밥을 뽑을 거니까 목요일 오전에 병원에 다시 한번 더 오란다, 그리고 덧붙여서 술은 절대로 먹지 말것, 머리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할 것 등 주의사항을 말하며 이틀치 약을 처방해준다,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 천사장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는데, 꼭 꿈속에서 일어난 일들 같다,

산속에 혼자 살면서 이런 위험한 일들을 많이 경험했었다, 송이버섯을 따러가서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는데 일어나지 못해서 1시간 동안 땅바닥에 누워 있다가 기어서 산속 집으로 와 병원에 간 적이 있었고, 또 나무둥글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쳐서 고생한 적이 있었고, 장수말벌집을 잘못 건드려서 장수말벌한테 6방을 쏘여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이밖에도 많은 위급 상황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위급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요령이 생겼고, 각종 비상 약품이 골고루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내 몸은 상처투성이고 아프지 않는 곳이 없는 종합병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산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걸어다니고,  치매도 안 걸리고, 내 친구들에 비해 쬐끔 건강한 것 같다,

 

이틀이 지난 지금도 어깨와 머리에 아픔이 있다, 아마 내일이면 모든 게 정상이 되리라 생각하고 쉬고 있다,

뭐 하느냐고요? 글도 쓰고 TV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영화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도 마시려 가고요, 또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쉬고 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