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2023년 상반기(1월~7월)

정자 지붕을 새로 보수하다,,(4)

영혼의 수도자 2023. 6. 18. 07:14

15년이 넘게 살다 보니 집 정원과  황토방이 있는 정자의 지붕이 다 썩었다,

소나무로 만든 지붕이 썩어서 정자 지붕 위에 나무도 자라고 있고,특히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이 불면 지붕의 나무들이 바람에 의해 날아가서 흉하게 보인다, 

 

그래서 새로운 정자 지붕을 만들기로 마음 먹고 어떤 지붕으로 할 것인지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건축자재 박람회 등을 자주 찾아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철판으로 만든 정자 지붕과 기와로 만든 지붕, 예전과 같은 나무조각으로 만드는 지붕, 굴피 지붕, 아스팔트 싱글 지붕 등 어떤 지붕으로 할지 결정하기가 힘들었고,  또 어떤 일꾼을 사서 지붕을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가 지난 토요일(6월 3일), 원덕에 사는 천사장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와 같은 내 고민을 이야기하니까, 요즘 바쁜 일이 끝나 한가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흔쾌히 나의 고민을 해결해주겠다고 말한다, 그 동안 마음 고생하고 고심했던 시간들이 우습게도 아주 쉽게 해결되었다,

 

태풍이 와도 견딜 수 있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비와 눈을 견딜 수 있으며 작업하기 편한 지붕은 아스팔트 싱글 지붕이라고 천사장은 조언한다, 천사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아스팔트 싱글 지붕에 필요한 자재를 천사장이 알아서 주문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일요일(6월 11일) 아침 7시경, 천사장이 목수와 그의 일을 도와줄 미스터 박과 함께 자신이 주문한 자재를 트럭에 싣고 우리 산속집에 왔다, 

 

하루만에 두 개의 정자(황토방과 집 정원) 지붕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잘 될지는 미지수(未知數)다,

왜냐하면 집 정원의 경우, 작업하는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선 집 정원의 정자 밑은 100m 직각으로 된, 절벽 위에 지어진 아주 위험한 정자이기에 나는 안전이 걱정되어서 밧줄로 몸을 묶고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말하였다,

 

천사장 일행에게 커피를 끓여 함께 마시면서 간식으로 단팥빵과 요구르트를 대접하였다, 천사장이 데려온 새로운 목수는 원덕에 살다가 현재는 죽변에 살고 있는데, 바다낚시의 고수고, 또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내 정자를 맡아서 짓는 등 유명한 전문 목수란다, 한 달 동안 한옥을 짓는 일정이 잡혀 있어서 시간내기가 힘들었는데, 휴일인 일요일에 천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집에서 쉬지 않고 우리 산속에 왔다고 한다,

 

천사장의 후배인 미스터 박은 예전에 이 목수로부터 한옥집 짓는 법을 배웠고, 또 함께 작업하러 다녔던 경험이 많아서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천사장과 목수의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천사장은 튼튼하면서도 예쁘게 지붕을 만들기를 원하는데, 목수는 그냥 쉽고 편하게, 단순하게 작업을 해서 빨리 마치고 싶어한다, 두 사람의 의견 차이로 뭔가 분위기가 껄끄러운 가운데, 미스터 박이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능청을 떨어보지만, 고집이 센 천사장이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으니까 결국 천사장이 구상하는 방식대로 하기로 한다,

 

방수천 위에 합판을 새로 깔고 그 위에 또 새로운 방수포를 뒤덮은 다음 아스팔트 싱글을 꼼꼼하게 까는 작업인데, 작업량이 워낙 많다 보니 작업 속도가 늦다, 그래서 오늘 하루 두 개의 정자 지붕을 완공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는 것에 모두들 공감하고 오늘은 산속집 정자 지붕만 완공하기로 한다, 

 

점심 식사는 돌식탁에서 서울집에서 준비해온 오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휴대용 가스렌지에 돌판을 올려 놓고 구운 오겹살을 상추와 깻잎, 방아잎과 갓상추<5월 첫째주 원덕읍 장날에 갓상추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맛이 쌉싸름한게 입맛을 돋궈준다>로 쌈을 만들어서 서울집에서 준비한 갈치 젓갈과 코스트코에서 사온 낙지젓갈, 그리고 파김치를 곁들여서 함께 먹으니, 사람들이 맛있다고 좋아들한다, 

 

이런 게 좋다, 힘든 일을 하고 모두 함께 모여서 맛있는 점심을 먹는 즐거움,,,그리고 틈틈이 커피와 시원한 수박을 함께 먹는데, 흡사 캠핑을 온 것 같다고 미스터 박은 말하며 즐거워한다,

 

오후 5시에 겨우 정자 지붕의 작업이 끝났다, 작업이 끝날 무렵 갑자기 소낙비가 내린다, 서둘러서 두 대의 트럭에 공구와 자재들을 싣고 다음 주 일요일에 버스 앞에 있는 정자의 지붕 작업을 하기로 약속한다,

 

나는 점심 때 다 먹지 못한 돼지고기 2근과 쌈채소, 그리고 수박 한 덩어리를 천사장한테 주면서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소낙비를 맞으며 떠나는 목수와 천사장과 미스터 박이 너무 고맙다,

 

지붕이 완성된 정자를 우산을 쓰고 바라보니, 참 좋다, 

고민하던 한 가지 소원이 이루워지고 해결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에 기쁨이 충만하다,

산속에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는데, 그런 것을 모두 다 내가 해결할 수가 없다, 각각의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그럴 때마다 모든 일을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다,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밤에 내리는 소낙비 속에 새로 만든 정자 지붕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