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작은 폭포를 바라보며,,(1)
서울에서 4일만에 산속에 와보니 그 전날 비가 많이 내렸는지 산속은 흡사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많은 피해를 남겼다, 이는 자연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만이 아는 일이다, 산속 곳곳마다 작은 폭포들이 생겨 임도를 따라 흐르고, 계곡과 개울에 물이 너무도 많이 흘러서 산속 집에서 황토방으로 내려가기 위해선 임도를 따라 빙 둘러서 가야 한다,
황토방에 가서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선 많은 비로 인해 막혀 있는 호스를 점검하고 수리하는데, 물이 많이 흘러서 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하고 개울 옆 벤치에 앉아서 많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바라보며 물줄기 소리를 듣고 있는데, 금동이와 길동이, 방울이, 알리, 춘향이가 내 옆에 와서 자기들과 함께 놀자고 장난을 친다,
개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만약 이 개들이 없다면 산속 생활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을까, 아마도 외로워서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개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된다,
맑고 깨끗한 많은 수량의 물이 역동적으로 흐르는 계곡은 나를 유혹한다, 그래서 옷을 다 벗고 계곡의 물이 만들어낸 선녀탕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데, 물이 차갑다, 일주일 전과는 완연히 다른 차가움이다, 차가움을 참고 물속에 몸을 한동안 담그고 있으니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턱이 덜덜 떨리고 추워서 더 이상 오래 있지 못하겠다, 그래서 서둘러 물 밖으로 나와 옷을 입고 황토방으로 가서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서 몸을 덥히는데, 짜릿한 쾌감이 온몸에 흐른다,
이런 순간적인 쾌감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이 한 겨울에 사우나를 하며 땀을 흘린 후 얼음 물속에 몸을 담그는 거라고 이해 하게 된다, 차가움에서 더운 열기로 서서히 덥혀지는 몸의 변화가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러자 서서히 졸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냥 눈을 감고 낮잠을 즐긴다, 이런 여유로움이 마음을 평화롭게 하면서 동시에 이런 작은 즐거움이 산속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다,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안도감이 나를 불안 속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대의 사람들이 남의 시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조심 조심하며 사는지를 좁은 공간 속에 갇혀 사는 애완 동물이나 좁은 새장 속에서 살아가는 새를 생각하고 비교하면 도심에서의 삶이 얼마나 삭막한지를 알게 될 거라고 생각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내 마음대로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도 없고, 아무 곳에서나 내 마음대로 내 옷을 훌훌 벗어 버릴 수도 없다, 길을 걸을 때도 남에게 피해가 안가게 조심해서 걸어야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전화를 할 때도 큰 소리로 말할 수가 없다, 흡사 죄지은 죄수들처럼 조용 조용 조심스럽게 전화를 해야 한다, 참 답답하더라,
몇 달 전에 식당에서 가족들과 오랜만에 식사를 하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서 반갑게 인사하며 통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식당 종업원이 나한테 다가와 좀 조용히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종업원의 말에 너무 당황스러워서 서둘러 전화를 끊고서 왜 손님이 전화를하는데 종업원이 예의없이 그러느냐고 좀 점잖게 말하니까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함께 있는 자리였기에>, 우리 뒤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이 내 전화하는 목소리가 커서 좀 조용히 통화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거다,
난 순간 기분이 나빠서 뒤에 있는 60대 부부같은 두 사람을 화가 난 눈으로 바라보니까 나의 시선을 피한다, 마음 같아선 고함이라도 지르며 한 마디 말을 하고 싶은데, 딸이 나의 의도를 눈치채고 나의 옷을 잡아 끈다, 그래서 그냥 식식거리며 화를 참았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화가 용암이 끓어서 부글거리듯 속에서 부글거린다,
도시에서는 이렇듯 전화도 내 마음대로 못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도 옆에 앉은 여자와 살이 닿을까봐 조심해야 하고, <사실 마음 속으로는 이쁘고 젊은 여자 옆에 앉아 있으면 부드러운 살갗에 닿고 싶은 욕망이 요동치는데 그냥 참고 또 참는다> 내 맞은 편에 앉은 미니 스커트를 입은 여자나 몸에 쫙 달라붙는 옷을 입은 <편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요즘 젊은이들한테 유행하고 있는 스키니 팬츠나 레깅스 디자인으로 여자의 비밀스런 곳과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여자들의 얼굴이나 다리를 쳐다볼 수가 없다, 그래서 지하철을 탈 때는 그냥 두 눈을 꼭감고서 가야 한다,
만약 이런 도덕적 규칙을 어기고 두 번만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게 되면 나는 치한으로 몰려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도시에서는 커피숍이나 식당, 지하철, 그 어디에서도 나만의 공간이 없다, 그래서 현대의 남자들은 항상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문화심리학 박사인 김정운 교수가 누누히 말한다,
이날 밤 황토방에서 보내는 편안함은 그 동안 도시에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것 같다, 작고 좁은 공간이지만, 이 작은 공간이 나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기에 이리 저리 뒹굴며 방안을 한바퀴 돌아도 누구 한 사람 왜 그러느냐고 잔소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
나만의 공간에서 잠자고 코골고 뒤척거리며 온갖 꿈을 꾸고, 방귀를 뀌거나 큰 소리로 외쳐도 어느 누구도 항의하지 않는다, 잠자고 싶을 때 잠자고, 쉬고 싶을 때 휴식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으면 요리해서 먹고, 음악 듣고, 책 읽고, 불멍도 때리고, 가끔 고함도 지른다, 참 이상한 것은 산속에서 가끔 최대한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것을 발견했다, 이걸로 박사논문을 써서 박사 학위를 받을까 보다,
특히 황토방에서 잠을 자게 되면, 온몸이 편안한 것이 침대가 온돌보다 더 푹신하고 더 안락한데도 불구하고 침대방에서 잠자는 것보다 훨씬 더 몸이 가뿐하고 쾌적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황토방을 구성하고 있는 황토와 게르마늄, 편백나무의 효과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 신비함은 체험을 해봐야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인데, 잠자는 방이 큰 것보다는 작은 방이 훨씬 더 안락하고 편안함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영원한 안식처는 작은 공간으로 된 관을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안식처의 관은 황제도, 임금도, 재벌도, 일반인도 모두가 다 작은 공간에 좁은 관을 설치해서 만들어져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