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라 계곡,,(19)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 생활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되고, 바뀌어진 환경때문에 생활 리듬도 깨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환경으로 인해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고 다른 세계를 바라볼 수가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회사 일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저녁 먹고 TV 보며 휴식을 취하다 잠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나를 되돌아볼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반복적인 생활 리듬 속에 하루 하루를 살다가 여행을 오게 되면 완전히 바뀐 환경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습관처럼 새벽에 잠을 깨고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면 어리둥절해져서 여기가 어디지, 빨리 세수하고 아침 먹고 회사가야 하는데, 하고 혼잣말을 한다, 그러다가 아차 난 지금 여행하러 온 거지,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잠자리에 누워서 여행의 달콤함을 몸으로 느낀다,
사람들과 오지로 배낭여행을 함께 와서 몇 시간씩 도로를 달리게 되면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우리나라처럼 곳곳에 휴게소가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사람들이 볼 일을 볼 수 있는 현대식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급할 때는 가이드에게 부탁을 해서 자동차를 도로 옆에 세운다, 그리고 여자들과 남자들은 서로가 잘 안 보이는 먼 곳으로 이동해서 볼 일을 보게 되는데, 오지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 상황을 무척 곤혹스러워한다, 그것도 결혼한 아줌마가 아닌 처녀가 들판이나 산에서 볼 일을 보는 것 자체를 곤혹스러워한다,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을 찾아서 멀리 멀리 걸어가 볼 일을 보는 것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 그것도 여자들한테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서양의 여자들은 그냥 태연하게 사람들이 보더라도 그다지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볼 일을 보는데, 우리나라 여자들은 볼 일을 보다가도 다른 사람이 근처에 온다거나 자동차가 지나가면 쭈그리고 앉아서 볼 일을 보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매우 쑥스러워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민망함은 잠시 뿐, 사람들은 들판에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아 시원하다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매우 즐거워한다, 이런 게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사실 푸른 하늘을 보면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나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기쁨은 바쁘게 살아왔던 나를 최대한 게으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평소의 생활 습관과 전혀 다르게 살아보는 여유로움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걷는 것도 천천히 걸으며, 평소에 먹지도 않았던 길거리 음식도 먹어 보고, 또 길을 걸으면서 음식을 우물거리며 먹으면서 말이다,
도시 생활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하면서 살면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그넘의 체면이라는 것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면서 살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가이드 모하메트, 참 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