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상반기(1월~7월)

산속에 토종 벌들이 벌통에 들어 왔다,,(4)

영혼의 수도자 2024. 6. 10. 05:28

3년 전에 토종벌들이 거의 멸종되어 산속 작은 폭포가 있는 계곡 옆에 빈 벌통을 그냥 놔 두었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자동차를 타고 산속의 산 정상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면서 보니까 벌들이 몰려와 벌통 속으로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참 반갑다, 이게 얼마만인가, 

난 우리 산속에 벌들이 보이지 않아서 벌들이 다 죽은 줄 알았다, 그 서운함과  아쉬움, 그리고 벌들이 없는 세상은 인간도 멸종된다는 인류학자들의 말에 두려움도 있었다,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가 언젠가 멸망된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토종 벌들이 살아서 내가 놓아둔 벌통에 들어온 것을 보니까 기쁜 나머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2년 전부터 벌꿀을 채취하기 위해 벌통에 밀랍과 사양꿀과 막걸리를 함께 넣고 섞었다, 이것은 벌통에 벌이 들어오게 하려는 유인책으로, 꿀 농사하는 지인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벌통 속에 넣고 벌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벌은 들어오지 않고 개미들만 들어와서 결국 꿀 재배를 포기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토종 벌들이 들어 온 것이다,

 

그리고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산 입구의 큰 바위 밑에 동네 사람 누군가가 벌통 하나를 갖다 놓았는데, 이곳에 많은 벌들이 몰려와 들락거린다,

 

지금까지 수없이 임도 옆의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벌통을 놓을 자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동네 사람이 양지 바르고 바위 앞이 툭 트인, 벌통을 놓기에 아주 이상적인 이곳에 벌통을 갖다 놓았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이런 곳은 비를 맞지 않아서 벌들이 아주 좋아하는 자리인데, 여기에 설치한 벌통에 토종 벌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산 입구 근처에는 아카시아 나무들이 많은 데다가 사과나무, 구지뽕나무, 감나무 등 과수나무들과 꽃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벌들이 알을 낳고 먹이와 꿀을 저장하며 살아가기에 최고의 자리다, 그래서 산속 집으로 올라갈 때, 그리고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내려갈 때 항상 이 벌통을 살펴보면서 가는데, 가끔 큰 말벌들이 나타나서 이 토종 벌들을 잡아간다,

 

그러면 나는 자동차에서 내려 파리채로 이 말벌들을 잡는데, 이번에도 두 마리를 잡아죽였다, 말벌은 토종 벌들에게 제일 큰 천적으로, 8~9월 산란기를 대비해 꿀벌들을 사냥해서 영양분을 섭취한다, 그래서 말벌은 양봉 농가의 최대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독성이 강한 말벌에 쏘이게 되면 가려움, 어지러움, 구토, 통증 등의 증세를 유발하며 사람에 따라 쇼크 및 호흡곤란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 역시 산속에 말벌이 나타나면 말벌을 퇴치하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쓴다,

 

지금으로부터 약 17년 전에 평상 앞에 있는 연못에 대나무들을 많이 심어 놓았었다, 그런데, 올봄에 내린 폭설로 인해 많은 대나무들이 부러지고 쓰러졌다, 쓰러진 대나무들이 연못 위를 뒤덮으니까, 수련(睡蓮)이나 물고기들이 안 보이고 그늘이 져서 경관이 좋지 않다, 그래서 이 쓰러진 대나무를 잘라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산속에 할 일들이 많다 보니 힘들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제(5월 17일) 세 번에 걸쳐서 완전히 대나무를 자른 다음 길 옆으로 운반하였다,

 

큰 왕대나무는 길이가 가장 긴데, 대나무들 사이로 자른 대나무들을 끌어내는 게 쉽지가 않았다, 힘들게 대나무를 자르고 끌어내는 작업을 끝마치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래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한 후, 커피 한 잔을 끓여서 평상으로 가서 연못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쓰러진 대나무들로 가려졌던 연못이 조금 전 작업으로 마치 무대의 막이 올라간 것처럼 훤하게 보이니까 기분이 참 좋다,

 

그 동안 이 연못 속에 많은 개구리들이 몰려와서 알을 낳고 노래하며 나에게 기쁨을 선사했었는데, 작년 여름에 어디에서 왔는지, 물뱀 11마리가 나타나서 연못 속에 헤엄치며 놀더니만 그 때문인지 올해는 개구리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물뱀들도 개구리들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대신 버들치들이 연못 속에서 헤엄치며 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래서 이 물고기를 먹으려고 원앙새들이 날아와 연못 속에서 헤엄쳐 다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앙새 10마리 이상이 산속의 아주 커다란 나무 구멍 속에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우며 이 연못 속에 살았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원앙새 두 마리만 보인다, 그리고 물총새가 보인다,

 

주둥이가 길죽한 파란 물총새는 절벽에 작은 구멍을 파서 그곳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다가 여름이 되면 또 보인다, 지금도 연못 속으로 날아가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린시절, 물총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절벽으로 기어 올라가 물총새 알을 훔쳐왔던 것이 생각난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또 어릴 때 내가 사는 고향 개울가에 종달새가 하늘을 날며 노래하던 것이 기억나는데, 지금은 종달새가 보이지 않는다, 종달새가 우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우리 산에는 지금도 뻐꾹새가 '뻑국 뻐국' 하고 울고, 꾀꼬리 새가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산속에 살다 보면 신기하고 이상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전에는 멧돼지들이 떼를 지어서 산속에 몰려 다녔었는데, 2년 전부터 산속의 간벌 작업을 통해 작은 나무들을 깨끗하게  자르고 나서부터 멧돼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서울로 올라와 산속을 비우게 되면, 방울이와 라멜, 미미 세 마리의 개들이 산속을 헤매고 다니며 사냥을 한다, 

 

방울이는 사냥개 믹스(mix)인 암컷 춘향이와 풍산개 믹스 숫컷 금동이의 새끼이고, 라멜과 미미는 방울이와 늑대 믹스 람보의 새끼여서 유전적으로 사냥개 피가 흐르고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사냥을 잘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  

 

멧돼지 새끼나 고라니, 노루와 산양 등을 사냥개들보다 더 잘 사냥해서 이 사냥한  동물들을 먹는다, 그리고 사냥한 동물의 다리를 물고와 집 앞마당에 자랑하듯 전시해 놓는다, 그래서인지 산속집 근처의 밭에 자라는 약초나 채소들을 고라니나 노루가 와서 뜯어 먹지 않고 그대로 있다,

 

예전에는 산속의 숲길을 산책하면 멧돼지들이 나무 뿌리를 파헤치고 웅덩이에서 목욕하고 칡을 캐느라 땅을 여기 저기 파헤치곤 했는데, 지금은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