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는데,,(1)
올해 처음으로 첫눈이 내린다,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니 반갑고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게 만든다, 특히 첫눈이 오면 내가 소녀처럼 그렇게도 좋아했었던 그 여인이 떠오른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눈이며 귀의 밝기가 옛날 같지 않은 것처럼 나의 감정도 예전과는 좀 다르게 느끼게 된다,
3일 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눈을 보며 추억 속에 잠긴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을 최고로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 것일까,
나는 이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을 다 갖게 된 사람들, 예컨데 중국의 황제들이나 로마의 황제들처럼 역사에 나온 위대한 왕들의 삶은 일반 사람들 보다 더 불안하고 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우린 역사를 통해 알 수가 있다,
자신의 왕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자식들 또는 형제들과 싸우고, 죽이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도 하는데, 신하들로부터 배신을 당해서 암살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독약 등 암살을 당하지 않기 위해 항상 불안에 떨고 노심초사한다,
그렇다면 현대는 어떤가, 최고의 권력 자리에 오른 한 나라의 대통령은 온갖 고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 내가 하고픈 데로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퇴임 이후에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는가 말이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도 어쩌면 태어나서부터 고통과 고민으로 시작해서 죽을 때 비로소 해방되는 그런 과정이 아닐까,
서울대학교 기초 교양 '서평 특강'으로 최고 인기 교수인 나민애 교수의 강연을 들어 보면, 자신의 가장 큰 행복은 남편과 아들이 이틀 동안 휴가를 갔을 때인데, 이 때 자기 혼자 조용히 집에서 자신이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단다,
그리고 가장 소망했던 게 인생의 지도가 있었으면 하고 제일 바랐다고 한다, 인생의 지도를 보면서 그대로 살아 갔으면 그렇게 수많은 인생 착오와 시련도 겪지 않고 아주 쉽게 바른 길을 향해 걸어갔을 거라고 말한다, 곰곰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 말이 우리의 인생을 함축한 가장 진실한 말일지 모른다,
내가 강원도 산속 집에서 나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살아 보니까, 나 스스로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게 되더라, 또 내 친구들 역시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들 하지만 내 가슴 한가운데에서는 항상 무언가 '뻥' 하고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이게 무얼까, 이 허망한 기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것을 찾아보려고 명상하고, 참선하고, 영화도 보고, 수많은 책을 읽어 보고, 특히 높은 깨달음을 얻은 스님들이나 티벳의 고승들이 쓴 책을 읽어보아도 답을 얻지 못했는데, 결국은 내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안에는 수많은 내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 포크 밴드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씨가 작사/작곡하고 직접 노래를 부른 <가시나무>의 노랫말처럼, 나의 수많은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착한 나와 나쁜 나 등 내 속에 있는 수많은 나로 인해 내가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또 기분이 나쁘기도 한다는 사실을, 남이 아닌 나로 인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그리고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속에 감춰진 나를 알게 된다면, 그 수많은 나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캄캄한 밤길에 아주 멀리서 깜박이는 등대불을 보는 것처럼 불빛을 보면서 쉽게 내 운명의 길을 바꾸며 걸어갈 수 있었을 텐데,,,어떤 모르는 난관에 부딪쳤을 때 방법을 알게 되면 쉽게 해결하듯이 그렇게 나의 운명도 순탄하게 꽃길을 걸어갈 수 있었을 텐데,,,
지금도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117년만에 처음으로 내리는 많은 눈이라고 기상청에서는 말한다,
그래서 한참 동안 내리는 눈을 보다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