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강원도 산속은 봄이 되면 험난하다,(1)

영혼의 수도자 2025. 3. 19. 03:54

3월 13일(목) 아침 9시에 강원도 산속을 향해 출발하였다, 

 

지난 주 토요일(3월 8일)부터 3일 동안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도망치다시피 산속을 탈출해 집으로왔었는데, TV에서는 연일 강원도의 폭설로 인한 여러 가지의 피해 상황을 전한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고 걱정이 되어서 거의 매일 강원도 임원 이장를 비롯한 몇몇 지인들한테 전화를 걸어 눈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3월 10일(월) 부터 온도가 많이 올라가 마을에는 눈이 다 녹았다고 하며, 우리 산속 집으로 올라가는 길도 어쩌면 눈이 녹았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목요일 아침에 강원도로 향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으로는 걱정이 많이 된다, 만약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해도 차량이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간단한 식사 대용물을 배낭에 넣고 산속에 걸어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자동차 트렁크에 배낭과 등산화, 그리고 간단한 물건들을 싣고 가는데, 횡성에서부터 산과 들판에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평창에 도착하니까 하얀 눈으로 온 산이 뒤덮여 있다, 슬슬 걱정이 되면서 가슴에 서늘하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온도는 영상 17도를 가리키고 있는데 산에는 눈이 쌓여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마음 속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가는 산속 임도의 눈이 다 녹게 해주십시요,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하고 기도를 하고 나니까 무언가 찜찜하고 이상하다, 그리고 나에게 "넌 참 뻔뻔스럽고 추잡한 넘놈이다, 넌 항상 니가 뭔가 아쉽거나 간절히 구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만 하나님을 찾고 매번 간곡히 부탁하는 기도를 하는구나, 어떻게 그런 말을 감히 하나님께 하느냐, 정말 한심한 철부지 같으니라고, 세상을 살만큼 산 늙어가는 노인인데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구나,  

 

참 부끄럽다, 넌 그러고도 하나님을 유일한 신(神)이라고 믿으며 사느냐, 에이 못쓸 넘 같으니, 내가 하나님이라도 너같이 뻔뻔스러운 인간한테는 절대로 부탁을 들어 주지 않을 거다," 하며 나 자신에게 혀를 끌끌 찬다, 그리고 기가 막혀서 한 마디 덧붙인다, "아마도 너는 벌을 받을 거다, 참 징그러운 넘이다, 에이 버러지만도 못한 넘!"이라고, 나 스스로를 흉보고 욕하고 경멸하며 한숨만 푹푹 내쉰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산 입구에서 눈속을 헤치며 걸어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특히 강릉 지나서면서부터는 한숨만 나온다, 그런데 강릉의 푸른 바다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똑같은 푸르름으로 나를 반긴다,

 

그래도 어쩌 것는가, 배도 고프고 걱정으로 가득찬 내 마음도 달랠겸 동해에서 유명한 갈비탕집인 '임계한우타운'에 들러 갈비탕을 주문해서 먹고선 동해 시장으로 향했다, 오늘이 동해 장날(3일, 8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따라 네비가 빙빙 돌게 하며 나를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그래서 네비를 포기하고 내가 아는 길로 동해 시장에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해 시장이 아니고 북평 시장이더라,

 

동해 시장에서 나의 단골 묘목상 김사장을 찾아가 밤나무 묘목 50 주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족발 파는 가게에 가서 포장된 족발 두 개를 구입한 후 삼척을 향해 천천히 운전해 산 입구에 도착하니, 산 입구를 지키는 산림청 소속 지킴이 김선생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동해 시장에서 사온 포장용 족발 한 개를 주면서 산속에 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까, 자기도 그 동안 눈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어제(수)부터 나왔다고 하면서 아마도 내가 사는 산속에는 눈이 녹지 않았을 거라고 이야기 해주는데 가슴이 서늘하다,

 

말이 씨가 된다고, 내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지만 하나님께서 내가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다고 찿는다고, 아마도 유일 신이신 하나님께서 화가 나서 내 부탁을 거절한 것 같다고 한숨을 쉬며 , 천천히 자동차를 몰고 산속 길을 올라갔다,

 

약 1km 정도 올라갔을 때다, 산길에 눈은 없는데 큰 소나무들이 쓰러져서 길을 막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 트렁크에서 톱과 낫을 꺼내 길 위에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베고선 길 옆으로 치우는데, 곳곳에 나무들이 쓰러져 길을 막고 있어서 힘들다,

 

그래도 힘을 내서 나무들을 하나씩 베고 치우며 올라가는데, 큰 소나무 한 그루가 길을 막고 있다,  그래서 소나무 가지와 나무를 자르는데,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엔진 톱이 있으면 쉽게 자를 수 있는데, 손톱으로 자르려고 하니까 더욱 힘들다, 약 1시간 동안 큰 소나무를 자른 후 양쪽 길 옆으로 운반하는데, 참 힘들다, 

 

겨우 쓰러진 나무들을 피해 산길을 올라가는데, 절벽 옆에 큰 소나무와 큰 바위돌이 길을 막고 있다,

쓰러진 소나무는 너무 크고 높아서 나무를 자를 수가 없다, 게다가 나는 이미 다른 나무들을 자르느라 지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자동차를 세워 트렁크에 실어 놓은 등산화를 꺼내 갈아 신은 다음, 배낭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족발과 빵, 그리고 매일 바이오 드링킹 요거트, 사과와 딸기 등을 넣고서 산속 집을 향해 걸어갔다, 

 

집으로 가는 임도 길은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아서 눈속을 걷는데, 참 요상스럽다,

개울에는 여름철 홍수 때 럼 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또 계곡에서는 폭포를 이루며 많은 물이 흐른다, 

흡사 알프스에 온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눈길을 나 혼자서 걷는 게 이상하다, 눈은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데,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눈은 녹고 있지만 눈길을 걷는 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마치 겨울 동화 속에 나오는 세상 같다, 그러면서 어쩌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험난한 산길도 우리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만 강원도 깊은 산속에 사는 즐거움이 있다, 이런 즐거움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시간들이다, 힘든 고난을 즐거움이라고 하니 웃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고난도 고통도 어떤 다른 면에서는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다,

 

봄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내 귀에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가 현란하고 찬란하게 들린다,

 

 

이 작은 노란 톱으로 이렇게 큰 나무를 잘랐다, 그리고 길 옆으로 나 혼자서 운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