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나만의 정원을 꿈꾸며,,(7)

영혼의 수도자 2025. 5. 8. 04:22

강원도 산속은 매일 매일 경치와 주변 환경이 바뀐다, 

어제까지만 해도 벚꽃이 화려하게 산속 집 주변에 만발했었는데, 오늘은 강한 바람이 불어와서 벚꽃이 흰눈이 되어 산속 집 주변에 휘날린다, 흡사 겨울철 함박눈 같다, 이런 경치는 일년에 두 번 밖에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이런 풍광을 절친들과 함께 누리지 않고 나 혼자서 보며 즐긴다는 게 흡사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 미안함이 마음 속에 자리잡혀 있다, 

 

만약 이 풍경을 내 어린시절 친구 병탁이넘과 함께 한다면 아마 "참 미친 넘이네, 왜 이렇게 좋다냐, 에이 미친 봄 꽃넘들!' 하고 혀를 끌끌 찰 거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병탁이와 이런 풍경을 배경삼아 정자에 앉아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옛날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하며 즐기고 싶다,

 

내가 사는 산속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난다, 

 

제일 먼저 피어나는 설중매를 시작으로 매화, 진달래, 살구꽃, 산수유, 복숭화 꽃, 직립 홍도화, 목련, 남경화, 연상홍,철쭉꽃, 라일락, 배꽃, 명자나무꽃, 장미꽃, 넝쿨장미, 미선나무, 황매화, 작약꽃, 병꽃나무, 고광나무, 꽃사과, 산딸나무, 산사나무, 마가목, 팔배나무, 쪽동백, 때죽나무, 튤립나무, 노각나무, 배롱나무, 이팝나무, 자귀나무, 마가목, 홍매자, 쥐똥나무, 클레마티스, 낙상홍, 능소화, 인동초, 금목서, 등등 야생화꽃들과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난다,

 

30만 평 대지를 천상의 화원으로 일구며 꿈꾸는 대로 살았던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 여사, 나도 그녀처럼 맨발로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살고 싶다, 집앞 언덕 위에 '영혼의 쉼터'를 만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서 난 산속의 정원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즉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정원의 꽃들도 우리가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꾸몄다,

 

야생화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갈대나 쑥과 함께 서로 어울려서 자라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내가 우리 산속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황토방이 있는 계곡 주변의 나만의 작은 정원이다, 이 정원은 일년 내내 물이 흐르고 큰 바윗돌들과 소나무들, 그리고 연못과 야생화들, 또 정자와 돌식탁, 때죽나무와 벚꽃나무 외에 온갖 종류의 꽃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며 서로 어울려 자라고 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윤광준의 저서 <정원의 황홀>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좋아하고 꾸며 놓은 산속 정원이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 윤광준은 우리나라의 정원의 특징은 집안에 있는 정원 풍광만 보는 게 아닌, 먼 산과 서로 함께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유명 사찰이나 유명 정원을 보면서도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다는 것을 윤광준의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일본 정원의 특성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유명 정원, 그리고 미국이나 캐나다의 유명 정원들의 특징들을 비교해보면서 나만의 정원을 가꾸게 된 것은 내가 오래 전에 건국대 대학원 최고 경영자 과정에 들어가 '정원 가꾸는 방법'을 배우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유명 정원과 수목원들을 방문하면서 공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또 외국을 여행하면서 세계의 유명 정원들을 구경하면서 배운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고 아름답지만, 한 번만 보고 나면 더 이상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유명 정원은 처음 볼 때는 "어라, 이게 뭐야? 외국의 정원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은데 뭐가 최고라고 하는 거야?"라고 반문하게 된다,

 

그러나 정자에 앉아서 천천히 풍광을 보고 있으면 저 먼 곳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것 같은, 흡사 안개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아름다운 산과 산의 능선들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다가온다, 

 

정자에 걸려 있는 옛 선비들이 쓴 글을 볼 때,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이 정자에서 시를 쓰고 노래하고 사색하던 그 오래된 시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여러 선비들이 기생을 불러서 노래하고 춤추고 술 한 잔 마시며 시를 읆는 상상의 광경이 펼쳐진다, 

 

투박하지만 작은 연못과 소나무와 바윗돌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비경을 연출한다, 여기에 나무 껍질이 옅은 갈색으로 매끄러우며 얇게 벗겨지면서 흰색의 무늬가 생기는 배롱나무의 꽃이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내고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소리가 천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래서 이런 우리나라의 유명 정원을 비슷하게  닮고 싶어서, 아니 모든 것을 다 품고 싶어서 자연 속 소나무들과 개울과 바윗돌을 활용하고 여러 종류의 꽃과 야생화들, 그리고 갈대와 선죽들을 심어서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연못 주변에는 때죽나무와 화살나무, 배롱나무,마가목,쪽동백, 튤립나무,단풍나무, 벚꽃나무, 백목련, 홍도화 나무,명자나무, 연상홍과 철쭉꽃들이 어울려 있고, 수많은 종류의 고사리들이 자라나고 있으며, 연못 위에는 꽃무릇과 새우난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아울러 연못과 개울에는 꽤 많은 물이 흐르고 있고, 개울의 바위틈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자연의 옹달샘이 되었다,

그리고 연못에서는 새우와 물고기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특히 연못 속에는 고동(다슬기)이 많이 살고 있다, 또한 연못 속에는 연꽃과 여러 종류의 연 종류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연못에는 개구리들도 함께 살아가면서 개구리떼들이 개골개골 우렁차게 노래를 부른다, 

아울러 물소리는 달빛이 연못 속을 비출 때 개구리떼들의 합창과 함께 최고의 향연을 펼친다,

깊은 산속이어서 그런지 온갖 종류의 새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노래한다,

 

내가 지금까지 정원을 가꾸는 동안 여러 종류의 꽃들을 심고, 또 이 정원 안으로 들어가 벤치나 정자에 앉아서 쉬고 명상하며 휴식하는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삶의 쉼터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지상 낙원'이라고, 나만의 '천상의 세계'이면서 나의 '파라다이스(paradise)'라고 부르며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 쉬면서 봄의 노래를 듣는다,  

 

집 정원 바로 앞에 핀 직립 홍도화 꽃,,,재작년에 많은 눈으로 인해 나무가 휘여졌는데, 오히려 보기에 좋다,

꽃사과가 참 화려하다, 집 주변에 활짝 핀 여섯 그루의 메이플라워 꽃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미국의 정원사 타샤 튜더 여사가 가장 사랑하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