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4월의 끝자락에서,,(6)

영혼의 수도자 2025. 5. 4. 04:36

봄은 오래된 친구들을 불러오게 하는가 보다,

내 고향의 친구들, 창수 세환이 병탁이한테서 우여곡절<?> 끝에 소식이 왔다, 

봄은 참 좋은 계절이다, 오랫만에 병탁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목이 메인다, 그냥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전화로 통화했다,

 

오래된 친구는 참 좋다, 흡사 오래된 간장을, 아니 오래된 좋은 와인을 맛보는 것 같은 깊은 맛과 향을 풍기며 옛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을 느낀다, 

 

보고 싶지만 친구들은 나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전화로 통화하고,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 받는 게 편하고 좋다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겠다는 생각를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해도 친구들을 만나려고 하면 마음적으로 불편함이 있다, 또 친구들을 초대하게 되면 여러 가지 준비와 함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귀찮다,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말하였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뻥 하고 구멍이 뜷리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술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밥먹고 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또한 쉽지가 않다, 병탁이와 세환이는 대구에 살고 있고, 창수는 창원에 살고 있으며 나는 강원도에 살고 있기에 서로 얼굴을 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론 우리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청산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죽기 전에 얼굴을 보면서 지난 시절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데, 특히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내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데,,,왜 이다지도 만남이 어려운지, 그냥 미안한 마음만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병탁이는 치매에 걸리신 노모를 돌보며 살고 있다, 

나도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나서 너무도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나 혼자서  울곤 했었는데,,,특히 요양원에 다녀 와서는 며칠 동안 가슴이 아프고 우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잠을 못 이루었고, 불효를 저지르고도 상황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내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내 힘으로썬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그런 변명으로 애써 모른 척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어머니를 병원에서 돌아가시게 했었는데, 지금도 죄스럽다,

 

병탁이는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를 10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살고 있다,

대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마누라가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착한 효부가 요즘 세상에 또 있을까,

난 병탁이를 보면서 참 부끄럽고 잘못을 저질렀다는 후회감으로 가슴을 친다, 나의 마누라와 나를 비교하면서 미안스럽고 죄송스러워서 눈물을 흘린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그게 돼지와 무엇이 다를까, 그래 난 나만 아는 못된 돼지다, 그리고 최악의 위선자다, 

어머니에게 너무 소홀했던 내 자신을 자책했다, 그래서 어머님의 묘소에 찾아가서 혼자서 펑펑 울어보지만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 없이 사진 속에서 조용히 웃고 계신다, 아니 못난 불효자식을 다 이해한다고 다 용서한다고 말씀 하시는 것 같다, 성정이 어질고 사람들한테 많이 베풀며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그립다, 보고 싶다,

 

고향 친구들을 생각하면 항상 어릴 때의 나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에  6.25 사변 때 북한군과 싸우시다가 휴전선 근처 금화지구에서 전사하셨다,

30살이 채 안 된 젊은 나이에 어린 두 아들을 남겨두고 전쟁터에서 귀중한 자신의 목숨을 조국을 지키기 위해 버리셨다,

 

아버지의 인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너무 불쌍해서 너무 안타까워서 가슴이 아프다,

지금 살아계신다면 내가 참 잘해 드릴 텐데,,, 효도를 지극정성으로 할 텐데,,,

 

봄은 항상 기쁨과 슬픔을 함께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