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에 갇힌지 3일째다,
흡사 고도의 섬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섬에서 바다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것 같다,
감옥에 갇혀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조금 이해할 것 같다,
눈 치우느라 피곤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아침에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녹차를 마시고 명상을 한다,
벽난로에 통나무 장작불을 피우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잠자는 게 하루종일 하는 일과의 전부다,
명상을 마친 후 집안을 정리하면서 마루 바닥을 걸레로 닦는 등 그 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을 한다,
두 달 된 7마리의 새로운 강아지들은 네 발을 옮길 때마다 몸통까지 눈속에 파묻히는데도 눈이 좋다고 깡충거리며 집 안마당을 뛰어다닌다,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러나 이젠 강아지가 새로 식구가 되는 것이 겁난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는 건 힘들다, 그래서 눈이 좀 녹을 때까지 벽난로에 나무를 많이 넣어서 훈훈하게 집안을 덮힌 후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푹 파묻혀 잠자고 휴식한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잠을 자도 또 잠이 온다,
이런 시간들이 꼭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겨울 동안 집안에 들여놓았던 꽃들과 여러 종류의 기구들을 다락으로 옮기거나 집 밖으로 내놓고 집안을 정리하면서 깨끗하게 청소하는데, 벽난로에 통나무를 넣으려고 파고라에 가서 통나무를 가져다가 집안으로 운반하면 금방 나무 껍질이나 나무 부스러기가 마루바닥에 떨어져서 빗자루로 또 쓸고 청소한다, 이런 일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다 보니 지쳐서 그 다음 번에는 그냥 놔둔다,
장화를 신고 눈이 무릎 밑까지 쌓여 있는 눈길을 천천히 걸어서 '영혼의 쉼터'로 올라가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봄에 눈이 온 것도 이상한데, 이렇게 많은 눈이 온 것은 분명 이상 기후 탓이리라,
세상은 변하고 있다, 자연 상태부터 변한다, 이젠 겨울에도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는다, 올겨울에는 단 한번도 눈 때문에 자동차가 산속으로 올라가지 못한 적이 없었는데, 봄에 눈이 많이 와서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니 참 이상하다,
예전에는 산속 집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서 산속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산속에서 산 입구로 내려 가야만 했는데, 전화를 KT에서 SK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영혼의 쉼터'에서 전화 통화가 된다, 그리고 전화요금을 월 14만원에서 월 2만원을 낸다, 뿐만 아니라 카톡도 되고 어떨 땐 유튜브 영상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눈이 많이 와서 동네로 갈 수 없기에 서울 집에 있는 마누라와 친구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카톡으로 소식을 전한다,
텐트 안에서 전화로 세상 소식을 접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니까 마음이 안정된다, 그런데 마누라는 내가 눈때문에 산속 집에 갇혀 있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한다, 그러면서 이왕 이렇게 된 것 푹 쉬고 오라고 말한다, 집안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그냥 푹 쉬고 오라고 하는데 걱정은 조금도 안하고 너무 좋아한다, 내 건강이 어떤지는 관심이 없다, 아 허무하고 배신감에 삶의 의지를 상실하는 것만 같다, 참 묘하다, 내가 그냥 이 상태로 다른 세상으로 떠나면 제일 좋아할 사람이 아마도 우리 마누라가 아닐까 쉽다,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닌, 내가 없어서 너무 편하다는 마누라의 속마음을 알고 나니 섭섭하고 허전하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이 말이 진정한 진리의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허전하고 섭섭하다,
내 친구 병탁이넘은 무슨 복이 그렇게 많은지 마누라가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식사를 매일 매일 해주면서도 살뜰히 보살펴 준다고 하는데, 우리 마누라는 일주일에 한 번 한 끼 식사를 해주는 게 전부다,
그래서 밖에서 매일 사먹는 식사가 지겨워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면 질겁을 하며 절대로 부엌에 못 들어오게 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할 수 없이 냉장고에 있는 과일 몇 개로 식사를 대체하기도 하는데, 이건 내가 젊었을 때 하도 나쁜 짓<?>를 많이 해서 인과응보로 결실을 거두는 거라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숨만 푹푹 쉰다,
눈속에 갇혀 있으니까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정길이 생각난다, 가을인데도 겨울처럼 춥고 눈이 산 꼭대기에 하얗게 쌓여 있는, 고봉의 설산을 바라보면서 온갖 생각을 했었던 네팔의 산속이 생각난다, 꼭 한번 더 가보고 싶다, 그때 나를 좋아했었던 순천에서 온 이쁜 여자가 한국에 돌아가면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한테 준다고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연락도 없다, 여자들 말을 절대로 믿으면 안되는데, 내가 또 한번 속고 말았다,
그래서 아마 순천에 자주 가는지도 모른다, 혹시나 해서,,,그런데 이젠 절대로 아니다,
그래도 이쁘고 젊은 여자를 보면 외국 여자든 한국여자든 다 좋더라,
혹시나 하나님께서 눈속에 갇혀 있는 나를 불쌍하게 여겨 이쁜 여자를 산속에 보내줄지도 모른다는 꿈같은 상상을 해본다,
그런데 만약 이쁘고 젊은 여자가 눈속에서 짠 하고 나타나면 어쩔 건데, 머 그냥 커피 한 잔 하고 와인 한 잔 하는 거지요 머,
그리고 눈 참 좋다! 경치 참 좋다! 하는 거지요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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