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의 산골이야기/2023년 하반기(8월~12월) (29)
나의 산골이야기

12월의 강원도 산속은 비가 이틀 동안 많이 내려서 마치 여름철 홍수가 난 것처럼 물이 개울에 넘쳐 흐르고,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하여 임도에 바윗돌들과 흙이 무너져 내렸다, 12월에 이런 것을 경험하는 게 처음이라서 당혹스럽다, 11월부터 시작한 산속의 간벌 작업도 이제서야 겨우 끝났다, 이번에 간벌 작업을 한 정 사장은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징그러운 넘이다, 이 넘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것이다, 낯짝이 소가죽보다 더 두껍다는 말처럼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 두 번 다시 대화하기도 싫고 만나기도 싫다, 간벌 작업 때문에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아무런 일도 ..

겨울의 산속은 춥지만 새로운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내품고 있다, 바람은 차갑고 온도는 영하로 내려가지만, 추우니까 더더욱 벽난로의 따뜻함과 황토방의 뜨끈뜨끈한 안락함은 겨울의 시간에서만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등 그냥 편하게 힐링하게 되는 겨울 산속은 저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동남아를 상상 속에서 여행할 수 있고 또 남미를 여행할 수가 있다, 그리고 네팔 안나푸르나의 고산을 보며, 아름다운 눈덮힌 정상을 바라볼 수가 있다, 여행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런 산속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또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고난과 고통을 참으며 새로 출발하는고단한 여행자들이 갖는 마음과 같을지도 모른다, 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산불 예방과 숲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산에 간벌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삼척 시청에서 1억원의 돈을 투입하여 산불 예방 차원에서 산속에 무성이 자라고 있는 나무들과 잡목들을 선별하여 자르고 산속을 정비하는 작업이다, 간벌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간벌작업을 할 업체가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되었는데, 입찰에 낙찰된 업체 사장이 나한테 인사하러 우리 산속에 찾아왔다, 이번에 우리 산속에 있는 나무들을 작업하려고 한다고 하면서 자기는 서울에서 살다가 삼척으로 내려와 산다고 하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말한다, 첫 인상이 좋아 보이고 말하는 것도 서울 표준말인데 호감이 간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중년의 여자가 산속에 왔다, 며칠 전 우리 산속에 찾아와 인사한 사람은 자기 남편이라고 하면서 남편 ..

11월 말인데도 산속은 추운 겨울 날씨다, 마을과 온도 차이가 5도 정도 차이가 나니까,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지만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다, 밤이 되면 얼음이 꽁꽁 얼어서 철저히 겨울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추위에 약한 금목서와 꽃치자 등의 나무들과 꽃나무들을 창고에 보관하거나 집안으로 들여다 놓았다, 그러나 몇 그루의 꽃나무들이 동해(凍害)를 입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붕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년 겨울에 많은 눈이 왔을때, 기와장 들이 떨어졌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기와장으로 보수했다, 또 영혼의 심터로 가는 호수물을 빼주고 수리했다, 황토방이 있는 화장실에도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고서 세면기구와 샤워기구 변기통을 담요로 쌓주었다, 이런 자잘한 일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산골 생활의 현주..

내 영혼의 휴식처이자 안식처에 국화꽃들과 맨드라미 꽃 등 여러 종류의 꽃들과 야생화 꽃들이 마지막 향연을 펼치려는듯 화려하게 꽃 피우고 있다, 이곳에 오면 항상 숙연해지면서 지난 시간들의 기억들은 점점 잊혀져가고, 앞으로의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지금 걱정하고 고민하는 문제들은 시시하고 작은 사소한 문제라고 여겨지면서 나 스스로 대범해진다, 하긴 내가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때 뭐가 중요하겠는가, 돈, 명예, 권력, 가족, 친구들, 좋은 집, 좋은 자동차, 값비싼 귀중품, 사랑스럽고 예쁜 애인 등등, 그 누구도 다른 세상으로 떠날 때는 단 한 개의 물건도, 돈도 가지고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의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또 천국에서 사는 거란다, 반면 험난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보름이 지났는데도 둥근달은 산속집에 밝게 어둠을 비춘다, 낙엽이 뒹구는 게 너무 서러워서 여행작가 김남희(1971~ )가 쓴 라는 오래된 책을 다시 한번 더 읽어보는데, 김남희 여행작가가 쓴 책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휴머니즘이 있고, 오지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과 아픔과 슬픔이 있으며,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현지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가 한 가족인 것처럼 따뜻하다, 그래서 난 김남희 작가가 쓴 여행 책은 다 읽어 보았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었는데도 그 내용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 다시 한번 더 읽어 보니, 김남희 작가의 살면서 겪었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온 과정들이 아주 짧고 소박하게, ..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촛불을 켠 후 조성진이 연주하는 헨델의 Suite No.2 in F Major 피아노곡을 듣는다, 가을 밤에 어둠 속에서 듣는 피아노곡은 그 어떤 음악보다 잘 어울린다, 낙엽이 뒹구는 가을밤에 가슴 속이 단풍잎처럼 물들고 있는 가운데 듣는 애잔한 피아노 음률은 처연한 슬픔을 가져온다, 촛불과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가슴 속의 외로움을 더욱 불타오르게 하는 것 같다, 가을은 찬바람과 함께 슬픔도 함께 오는 모양이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가을은 다시 왔는데, 예전에 떠났던 그 님과 그 지나간 시간들은 왜 다시 오지 않는 걸까,,, 가을의 산속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그런 공간이 존재한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깊은 숲에서 품어내는 피톤치드, 자연 속에서 함께 살..

천 사장 친구 중에 이 선장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선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종로에 있는 단성사 극장 옆 음악다방에서 DJ 일을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낸 음악 애호가이다, 아버지는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은행장을 역임하는 등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젊은 시절을 부모님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일을 하면서 낭만객으로 살았다, 그러나 음악을 하느라 세상 실정을 잘 몰랐던 그는 사업을 하면서 그 많았었던 부모님 재산을 다 탕진하고 바다가 좋아서 강원도 시골 원덕읍 호산으로 내려와 작은 집 한 채와 작은 배 한 척을 가지고 혼자 살고 있는 낭만 멋쟁이다, 돈에 욕심이 없고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그는 하루는 쉬면서 보내고, 하루는 놀면서 보내고, 또 하루는 낚시를 하면서 보내는..

낙엽이 지는 늦은 가을이다, 노랗고 빨간 단풍이 산속 전체를 물들이고 있는 요즘,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혼잡한 설악산이나 오대산 같은 명산(名山)을 갈 필요가 없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속에서 나 혼자서 단풍 구경을 하면서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막걸리를 먹으면서 단풍을 보고 또 본다, 울진 장날에 여러 가지 물건을 사기 위해서 산에서 내려왔다, 내가 살고 있는 산속은 전화가 안돼기에 마을에 내려올 때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몇 군데서 온 전화를 확인하였는데, 내가 모르는 전화번호로 두 번의 전화가 온 것이 보인다, 그래서 전화를 하니까, "나야, 고향 친구 최창수!" 하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너무도 반가워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보고 싶고 ..

이젠 송이버섯도 마감되었다, 내년에 또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산속에 살면서도 사람들과의 연은 이어가야만 한다, 마을의 이장과의 인연이라든지,마을 사람들과도 연을 이어가야 하고, 원덕에 사는 천사장과의 인연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천사장과의 인연은 내가 산속에 살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 고마운 사람이다, 그리고 미스터 박도 천사장과 함께 도움을 많은 받는 고마운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산속에서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가 있다, 또한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냥 기분이 좋고 행복함이 뒤딸아 온다, 그리고 따뜻한 감동의 물결이 올라온다, 산속에 사람이라곤 나 밖에 없으니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게 한편으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