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이렇게 더운 날은 처음이다,
낮에는 산속도 마당이나 텃밭에 있으면 땀이 흐른다,
더위를 피해 정자에 앉아서 멍하니 있는데, 매미는 우렁차게 울어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숲속의 그늘은 햇빛이 비추는 마당과 온도가 다르다, 마당은 35도를 가리키는데, 정자 안 그늘은 서늘하다,
정자에 앉아 있다가 돌로 만든 수조(水槽)에 담가 놓은 수박을 꺼내서 정자에서 먹는데 시원하고 맛있다, 날씨가 더울 때는 과일 중에서 수박이 최고다,
수박을 먹고 나서 지난 달 집 현관 앞에 있는 파고라 옆에 설치한 275L 대형 물통 속에 몸을 담근다, 그런데 이 물통 속이 약 160cm의 높이로 매우 깊어서 물통 안에 들어가려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연결한 대나무를 잡고 들어가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물통 속에서 목욕을 하고 나올 때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스텐 발판을 물속에 넣고서 이것을 이용해 발판을 밟고 나오는데, 물통 속에서 나와서 다시 스텐 발판을 꺼낼 때 매우 힘들다,
그래서 지난 주에 다이소에 가서 5,000원짜리 플라스틱 2층 발판을 사가지고 와서 물통 속에 넣고서 나올 때 사용하니 참 편리하다, 이제는 물통 밖으로 나와서 발판을 꺼내려고 고생할 필요가 없다, 플라스틱이어서 물속에서 떠오른다, 이런 멋진 피서가 또 있을까, 자연의 순환를 헤치지 않고 만든 깨끗한 물통 속에서 나 혼자서 목욕하고, 사색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고, 피곤함도 저절로 풀린다,
일하다가 낮에는 뜨거워서 그늘에서 쉬기도 하지만 저녁이 되면 기온이 완전히 다르다, 도심의 온도와 산속의 온도를 비교하자면 5도에서 10도의 차이가 난다, 그리고 밤에는 온도가 20도로 내려가기 때문에 전기장판을 켜고 자든지 아니면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창문 등 모든 문을 다 닫고 자야 한다, 특히 새벽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산속 집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필요없다, 어떻게 이런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지, 점점 내가 사는 산속이 귀중한 보물처럼 생각되어진다, 요즘 이상 기후로 인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더위 때문에 야단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전 세계가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8월 초에 유럽으로 여행을 갔던 내 친구는 날씨가 40도로 올라갈 정도로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올 여름은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동해안으로 피서를 온 모양이다, 속초를 거쳐 동해와 삼척, 내가 사는 장호항과 그 아래에 있는 울진까지 피서객으로 만원이다, 도시 사람들은 바닷가가 피서하기에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건 착각이다, 동해안 바닷가도 뜨거운 태양 때문에 모래사장이나 그늘에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른다, 그래서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바닷가로 피서를 가지 않고 산에 있는 계곡으로 피서를 간다,
올해는 정말로 이상한 기후의 한 해다, 곧 9월이 되는데, 날씨는 덥고 비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내린다, 그리고 비가 한번 내렸다 하면 게릴라성 폭우로 엄청난 소낙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그러다 보니 임도 곳곳이 망가져서 자동차가 다니기에 위험하다, 그리고 절벽에서는 바윗돌이 떨어져서 길을 막곤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삽으로 물길을 내주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임도길이 망가져서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산속에 살면 이런 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마 올해는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숲속을 걷다 보면 온갖 종류의 버섯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식용인지 독버섯인지 정확이 몰라서 먹지 않는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버섯들만 채취해서 국에 넣어서 먹는다,
날씨를 보면 여름철인데, 과일나무들을 보면 가을이다, 배와 사과가 말벌들의 공격으로 많이 상했다, 그래서 배와 사과에 과일 봉지를 씌워 두었다, 또 배나무와 사과나무 밑에 퇴비 대신 경동시장에서 가져온 한약 찌꺼기를 듬뿍듬뿍 끼얹어 주었다, 배와 사과를 수확하게 되면 훨씬 더 맛이 있을 거라 기대된다,
그렇게 무성하게 자라던 토마토가 계절이 바뀌게 되니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다음 주에는 토마토를 싹 뽑아내고 무우와 배추를 심을 생각인데, 날씨가 더워서 일하는 게 힘들다,
이제 곧 여름과 이별해야 하는가 보다, 내년에 또 다시 만나겠지만, '인생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처럼 내년에는 내가 어떻게 변했을지 걱정된다,
항상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원 섭섭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가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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