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나무들은 낙엽을 흩뿌린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참, 인생 별것 아닌데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 왔는지,,,지나온 모든 시간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다시 한번 지난 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산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주변을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잠자고 먹고 씻으며 그저 편하게 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고, 집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며, 나무도 예쁘게 가지치기하고 퇴비도 주고 농약도 치면서 물도 적당히 주어 가꾸는 삶이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두 가지 삶 모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지만,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하루 하루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즐겁고 재미있으며 행복할 수 있다. 반면 내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즐겁고 행복하다. 일을 하며 바쁘게 살다 보면 고민할 시간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을 틈도 없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삶을 선택해 산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취미랍시고 온갖 종류의 꽃을 키우고, '영혼의 쉼터'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곳에 온갖 종류의 꽃과 식물, 꽃나무를 심어 놓고 정성껏 가꾸며 살다 보니 하루가 한 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 사람이나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빠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만 더 빨리 늙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간을 초월해 살아가는 신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외국으로 여행도 가고 싶은데 산속에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쉽게 떠날 수가 없다. 이런 점은 산속 생활의 불만이기도 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내가 좋아하는 호야나 양란, 꽃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싫증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애정이 뭉클뭉클 솟아난다. 마치 엔도르핀이 팍팍 솟아나는 것 같다.
이런 나를 아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식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나를 이상한 넘이라고 놀리며 웃는다. 그리고 임원리 동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돈이 많아서 호사를 부리는 이상한 괴짜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려고 한다.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놀 수 있기 때문이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전화도 안되니 다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하루도 답답하고 갑갑해서 못 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런 생활이 더 좋다. TV에서 해방되고 휴대전화에서도 해방되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예쁜 여자 한 명이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일하며 아등바등 살아준다면 그것도 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이건 절대로 비밀이다. 내 속 깊은 비밀을 고백하는 것이니 절대로 모른 척해야 한다.
도심의 아파트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낭만이 산속에는 흐른다.
예컨대 벽난로에 장작불이 타오르면 집 안이 따뜻해지면서 나름대로 운취를 즐길 수 있다. 또 벽난로 윗부분에 있는 요리용 칸에 고구마와 알밤을 넣어 두면 맛있는 군고구마와 군밤이 된다. 군고구마 한 개면 저녁 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해 여러 가지 약초를 달여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마신다. 그러다 보니 혈압도 낮아지고 당뇨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산속에는 건강에 좋다는 약초와 식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금강송 솔잎, 가시오가피, 칡, 마가목 열매, 산사나무 열매 등이 집 주변에 널려 있다. 이런 건강에 좋다는 식물들을 가마솥에 푹 삶아 물통에 담아 두고 매일 마시다 보니 저절로 건강해지는 것 같다.
산 입구에 있는 밭의 감도 따야 하고, 앞밭의 감도 따야 하니 바쁘다, 바빠!
꽃들도 이제는 집 안으로 들여 놓아야 하고, 추위에 약한 꽃나무들은 보온재로 감싸 주어야 한다. 또 한 달 전에 주문한 민 엄나무 60주도 심어야 하고, 지난 번 산 입구에 있는 밭을 예초기로 풀을 베었는데, 다시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비닐 천도 덮어 주어야 한다.
과일나무에 퇴비도 주어야 하고,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참나무도 엔진 톱으로 잘라 놓아야 한다.
아이고,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도 나는 너무 행복하다.
오늘도 정자에 앉아 이런 나를 위로하기 위해 북도 두드리고 징도 치고 목탁도 신나게 두드린다.
그러면 내 장단에 맞추기라도 하듯 개들도 일제히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우우우, 우우우!" 노래를 부른다.
가을이 되니 산새들, 특히 곤줄박이들이 집 베란다로 수십 마리씩 날아와 먹이를 달라고 야단이다. 내 머리에 앉기도 하고 어깨에 앉기도 하면서 먹이를 달라고 보챈다. 땅콩 한 사발을 내놓으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는데, 새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오래된 새들은 내가 손바닥에 땅콩을 쥐고 있으면 날아와서 땅콩을 물고 간다. 그런데 올해 새로 태어난 새들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두려워한다. 그러다가 다른 새들이 내 손바닥에 놓인 땅콩을 물고 가는 모습을 보고는 용기를 내어 따라 한다. 한 번 경험한 새들은 두 번째부터는 겁도 내지 않고 재빨리 날아와 땅콩을 물고 간다. 이런 재미가 또 어디 있을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진정한 자연인이 어쩌면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자 웃음이 난다.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아, 참! 예전에는 내가 버스 안에서 생활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개를 키우지 않았는데, 밤마다 버스 주변으로 멧돼지들이 내려와 놀곤 했다. 내가 남겨 놓은 사료나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멧돼지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 특히 새끼 멧돼지는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장난기도 많고 겁도 많지만 정말 귀엽다.
그 시절에는 또 이런 일도 있었다. 한밤중에 웬 예쁜 젊은 여자가 버스에 찾아와서 귀신이 나타난 줄 알고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귀신이 아니라, 젊은 여자가 혼자 산속을 헤매다가 버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진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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