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산속 집에 태양광 밧데리 수명이 다 되어 새로 구입하였는데, 이것을 원덕읍에 살고 있는 천사장과 김사장이 산속에 와서 새로 설치해 주었었다,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한글날 다음 날인 10월 10일(토)에 천 사장과 김 사장, 그리고 두 사람의 지인인 이 사장을 포함한 총 3명을 산속 집에 초대하여 돼지고기 목살 파티를 열었다,

 

오랫만에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고기를 구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른 사람을 산속에 초대하는 건 몇 년 만이다, 

 

미리 준비한 통나무에 불을 피우고 통나무가 서서히 타서 숯불로 변할 때 돼지고기 목살을 스텐 철망에 올려 놓으니 고기는 서서히 익혀져 간다, 이번 파티에 서울에 사는 이 사장님도 함께 왔다,이 사장은 창호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 나와 같은 경주 이씨다, 항렬<같은 혈족의 직계에서 갈라져 나간 계통 사이의 대수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는 나의 손자뻘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깍듯이 대한다, 예의 바르고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서 나는 이 사장과 함게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후배가 더 조심스럽다, 게다가 고향이 경상도 안동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훌륭한 성품을 지녀서 그런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품위가 있다, 그래서 혹여나 실수라도 할까봐 나 역시 말 한 마디 한마디를 생각하며 말한다,

 

천 사장은 내가 산속에 살면서 어려움에 처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해결해주는 나의 천사다, 그래서 천 사장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주려고 이번에 세 사람을 초대한 것이다,

 

미리 준비한 쌈채소와 능이버섯 무침, 명이나물 장아찌 등 몇 가지 반찬들, 그리고 머루 포도와 샤인 머스켓 등 과일을 돌식탁에 세팅해 놓고서 한 낮의 가을 맞이 파티를 시작하였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데,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하며 세상 소식과 내가 모르는 소식을 듣는 것은 흥미진지하고 호기심을 불러온다, 천 사장의 입담과 여러 가지 경험담은 항상 즐겁다, 낚시업을 하는 김 사장의 약초에 대한 지식과 버섯 채취에 관한 산행 이야기, 그리고 이 사장의 사업 이야기 등 이들과 나누는 대화의 밀도는 깊고 사고의 폭을 넓힌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게 한다, 

 

사람을 초대한다는 건 참으로 힘들다, 미리 집안과 마당 청소도 해야 하고, 음식과 반찬을 준비하는데, 나 혼자서 하는 건 힘들다,

예전에는 신이 나서 준비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이런 일들이 귀찮고 힘들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삼척 시내의 맛있는 음식점에서 사람들과 약속해서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번엔 천 사장과 김 사장, 이 사장이 우리 산속에 능이와 송이버섯을 채취하려고 오다 보니 겸사 겸사 산속에서 파티를 열게 되었다,

천 사장은 나를 위해 은어를 한 박스 가져왔다, 낚시는 천 사장이 가장 즐겨하는 취미인데, 그가 올봄부터 여름철에 경상도 산청에서 잡아온 아주 귀한 민물고기다, 그리고 이 사장도 여러 가지 선물을 가져왔다, 그냥 오라고 항상 말해도 빈 손으로 오지 않는다, 이런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나도 땅속 저장고에 보관해둔 매실 액기스 10년된 것을 1L 병에 넣어서 각가 세 사람에게 주었다,

그리고 이 사장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땅속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오래된 와인 한 병을 이 사장한테 선물로 주니까 다른 사람들도 와인을 달라고 한다, 천 사장은 오늘 저녁에 손님을 5명 초대했다고 하면서 2병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천 사장에게 2병의 와인과 와인 잔 5개를 주니까 김 사장도 자신은 건강 때문에 술을 끊은지 8년 되었다고 하면서 대신 아들한테 준다고 와인 한 병을 달라고 한다,

 

사실 이 와인들은 비싼 와인은 아니다, 약 3만원에서 7만원대의 와인이지만 20년 동안 땅속 저장고에 보관해둔, 잘 숙성된 와인이라서 맛이 아주 좋은 와인들이다, 요즘은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아서 저장고에 오래된 와인들이 제법 많이 있다, 그래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선물로 주면 너무 좋아한다, 

 

오후 3시경, 천 사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들이 온다고 떠나자, 김 사장과 이 사장도 얼마 있다가 떠난다,

이들과 이별하고 난 자리는 쓸쓸하다, 오랫만에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 소리가 집안에 들려 기분이 좋았는데, 적막한 저녁은 쓸쓸하다,

 

낙엽도 지고 단풍도 물들었는데,,,,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는 가을 산속 파티로 인해 행복함이 가득차 있다,

 

나무들은 낙엽이 지고 땅으로 떨어진다,

 

돌 화덕에 큰 통나무들을 넣고 불을 피운다,

작은 나무들과 큰 통나무를 적당하게 섞어서 태워야만 큰 통나무들이 잘 타오른다,

 

모닥불을 피우는 이유는 어쩌면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내 가슴 깊숙이 맺혀 있는 질기고 질긴 응어리와 엉킨 앙금들을 하나씩 던져 넣고, 그것들이 불꽃 속에서 타오르며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먼 옛날, 우리 인류의 조상인 원시인들은 불을 피워 놓고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불을 둘러싸고 춤을 추고 노래하며, 타오르는 불꽃을 신과 교감하는 신성한 존재로 여겼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부터 우리 인간의 유전자 속에 불꽃을 향한 어떤 본능적인 끌림이 새겨진 것은 아닐까, 오늘날 우리가 모닥불을 피우고, 그 불꽃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지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불길을 응시하는 것도 그 오래된 기억이 우리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문명과 멀리 떨어진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오래 전 마야와 잉카 문명 속에서도 불은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에게 바치는 제의였고,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였으며, 인간의 염원과 두려움, 기쁨과 슬픔을 담아내는 신성한 존재였다, 그래서 마야 종족은 불을 피우고 불꽃 주변을 돌며 춤을 추는 행위를 신을 모시는 귀중한 제례의식이라고 인식하였다,

 

그러니 우리가 오늘 밤 모닥불 앞에 앉아 말없이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는 것도 어쩌면 아주 오래전 조상들의 몸속에 새겨진 기억을 되살리는 일인지 모른다, 가슴 속에 쌓인 묵은 감정들을 불길에 내맡기고, 한때 나를 괴롭혔던 마음의 응어리들이 재가 되어 흩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는 비로소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불길은 사람의 의식과 감정을 마취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있으면 몽롱해지면서 마약을 먹은 것 같다고나 할까, 평소엔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의 원초적 고향으로 돌아온 것 같다, 이 세상이 아닌 내가 처음으로 있었던 저 먼 세상에서,,, 

 

다락에 둔 북을 꺼내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옆에서 북을 울려야겠다,

북도 치고 징도 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어야겠다,

 

불빛을 보다가 블루투스 라디오를 가져와 USB에 저장된 노래들을 듣는데, 평소에도 자동차를 운전하며 매번 듣는 노래인데도 캄캄한 밤중에 활활 타오르는 불빛을 보면서 듣는 노래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로드 맥퀸의 'Solitude's My Home', 김민기의 '아침이슬'과 '아름다운 사람', 정원의 '허무한 마음',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박인희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등등을 듣는데, 매번 들은 노래인데도 완전히 다른 노래처럼 들린다,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노래를 듣는다, 노래 속에는 나의 옛 사랑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먼저 떠나간 내  친구들 이야기들도 함께 있다, 영식이, 인행이, 인호, 일환이, 서홍원 등등이 나타나 이야기한다,

모닥불 주위에서 춤추고 노래했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혼

                          - 김소월(1902-1934)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목마름이 시작 됐다,

심한 목마름이다, 이 목마름은 가을이 왔다는 징표다,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외로움이 뼈속 깊숙히 느껴지고, 지난 시절들이 그리워지고, 옛 사랑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마당에 쌓아둔 통나무를 태우고 멍하니 불꽃을 보면서 밤을 지세운다,

 

왜 가을이 오면 가슴이 유난히 더 허해지고 쓸쓸한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고히 간직했었던 사진들과 편지들을 불꽃 속에 던져서  태운다, 편지들을 태우기 전에 편지 한 장 한 장을 읽어보는데,

편지 속의 글들이 가슴을 찢어 놓는 것 같다, 구절구절(句節句節) 사무친 이야기들이 나를 그 시간 속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다 읽은 편지들을 불꽃 속으로 던지는데, 가슴이 텅 비어지면서 눈물이 난다, 연기 속에서 나의 슬픈 추억과 기억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아마 '나'라는 존재도 곧 이런 사진들처럼 이 세상에서 모두 다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불가항력의 자연의 법칙에 하도 답답해서 캄캄한 하늘을 보며 고함치고, 괴성을 지르고, 징을 두드리고, 목탁을 두드려도 가슴은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해지고 메워지지가 않는다,

 

오래 전 내 친구 병탁이가 밤만 되면 술을 마시고, 시골  읍 마을을 돌아다니며 괴성을 지르고 고함을 지르던, 그 알 수 없는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넘의 아픔이 얼마나 컸으면 그렇게 밤마다 고함지르고 거리를 헤매고 다녔는지를 조금 알 것 같다,

 

사막으로 달려가고 싶다,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에서 밤을 지세우고 하늘의 별을 보면서 내 목마름을 가득 채우고 싶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베르베르족이 치는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고 싶다,

 

가을이 왔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산속의 온도가 낮에는 23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이 되면 12도에서 17도를 왔다 갔다 한다,

하늘은 맑고 청명하며, 억새 꽃이 피어서 하늘거리는 게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올해는 알밤이 많이 열렸다, 밤나무 밑에서 알밤을 주어서 벽난로에 구워 먹는 즐거움이 가을이 익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제부터 겨울 준비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작년에 파고라 옆에 쌓아둔 참나무들을 엔진 톱으로 자르며 겨울준비를 한다, 이렇게 사는 것도 어쩌면 큰 행운일 텐데 왜 가슴은 타들어가는 것처럼 허해지고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추석이다,

아침부터 구름이 두텁게 형성되더니 오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여름철 폭우처럼 많은 건 아니지만, 추석날 비가 오는 것을 바라보며 혼자 산속에 있으니 좀 쓸쓸하고 외롭다,

 

예전에는 추석이 오면 사람들이 모여 북적거리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웃고 떠들며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명절의 모습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 당연했던 풍경도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존재라고,,,젊어서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결국 혼자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대신 들어와 줄 수는 없고, 내가 걸어온 세월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어쩌면 외로움은 나이가 들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원래 인생이라는 길에 늘 함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젊을 때는 사람들 속에 묻혀 그것을 미처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외로움을 애써 밀어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마음 한 구석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다, .

 

지나온 세월을 가만히 돌아보고, 곁을 스쳐간 사람들을 떠올리고, 아직 내 곁에 남아 있는 인연들에게 감사하면서 조용히 이 밤을 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니 과일들이 익어간다, 제일 먼저 알밤이 익어서 벌어져 땅에 떨어진다,

영혼의 쉼터에 심어 놓은 밤나무 밑에 떨어진 알밤을 주워 벽난로에 넣어 구워서 먹는데, 역시 알밤은 군밤이다,

 

토요일(9월 26일) 아침에 앞산을 올랐다, 매일 동네 사람들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 산에 나는 능이버섯을 따러 들어오기에 능이버섯을 채취하고 또 우리 산에 온 도둑도 쫒을 겸해서 천천히 산을 올랐다,

 

산 정상 북쪽 부분이 우리 산이고 남쪽 부분이 국유림인데, 사람들은 국유림이나 개인 소유의 산을 가리지 않고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보이면 무조건 다 따서 가져간다, 그런데 이것을 일일이 따지기 시작하면 분쟁이 되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 한다, 어쩌면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하다,

 

능이버섯을 몇 개 땄는데, 저 멀리서 젊은 사람이 능이버섯을 따려고 산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서 "당신 어디에 사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임원에 산다고 하면서, 올해 이곳에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채취하도록 이장님한테 배정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혹시 이 산의 주인이시냐고 묻는다,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자신을 조재영씨 아들이라고 소개하면서 모자를 벗고 인사한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말씀 많이 들었다고 하며 반가워한다,

 

임원 마을에 살던 조재영씨는 작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인데, 나와 아주 친하게 지낸 사람이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내가 해마다 추석이나 설날 때 위스키<자기는 위스키를 너무 좋아하는데, 못 마신지가 오래 되었다고 해서> 한 병과 함께 명절 선물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마을 공동체 송이버섯 채취 작업팀의 일원(一員)으로서 버섯을 채취하러 온 것 같다,

 

임원 마을 공동체 능이버섯 채취 작업팀 <트럭의 뒷 짐칸에 4명씩 탄다>이 우리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조재영씨 아들이 손을 흔들면서 인사한다, 그러면 나 역시 그를 향해 반갑게 손을 든다, 

 

어느 마을이나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못되고 나쁜 사람들도 동네에 산다, 이런 사람들은 동네에서 사람들로부터 지탄받고 욕을 먹으며 사는데도 그 성품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나쁜 사람들과는 교류도 하지 않고 인연을 이어가지 않고 있는데, 임원 마을에서 '김 OO' 라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주 지탄 받는 60이 넘은 사람이 있다, 그는 내가 처음 산속에 집을 짓고 살려고 할 때, 경찰과 방송국에 나를 고발해서 나를 곤혹스럽게 하였다, 그래서 나도 그를 무고죄로 고발하는 등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한 번은 우리 산의 절벽 위에 있는 송이버섯을 따려고 들어와서 나와 만나게 되어 우리는 심하게 말다툼을 벌이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김 아무개가 나의 가슴을 밀치더니 절벽 가까이로 나를 민다, 한 발자국만 더 밀리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되고,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나를 자꾸만 힘으로 밀려고 한다, 그때 나는 쇠창으로 된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는데, 나는 김 아무개에게 한 번만 더 밀면 내가 이 쇠창으로 너를 찌르겠다고 하면서 쇠창으로 얼굴을 겨누니까, 그때서야 나를 밀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지금도 그곳을 지나가면 그 당시 일이 생각나서 소름이 쫙 돋는다,

 

그런데 깊은 산속에선 간혹 낙상 사고가 발생하는데, 사고가 나도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또 산속에서 다른 사람이 밀어서 다쳐도 증거가 없기에 사고가 가끔씩 나도 그냥 지나간다,

 

다시 김 아무개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에 관한 얘기를 덧붙이자면, 그는 해마다 우리 산에 들어와서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을 훔쳐가지만, 나를 보면 우리 산인 줄 몰랐다고 하면서 그냥 가버린다, 다음 번에는 안오겠다고 하고선 그 다음 날에 또 산에 들어와서 송이버섯을 따간다, 이 넘은 우리 산의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 능이버섯이 나는지, 그리고 언제쯤 송이버섯이 나는지를 제일 잘 안다,

 

그래서 이 넘은 국유림이나 우리 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을 마을 공동 집하장으로 전부 가져가지 않고, 최상급 송이버섯을 나무나 바위 틈에 숨겨두었다가 해가 져서 산 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없을 때 몰래 산속에 들어와 자신이 숨겨둔 송이버섯을 원덕읍 호산 시장에 가져가 팔아서 1년에 2천만원을 벌었다고 동네 사람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한 것을 마을 사람 모두가 알게 되어 그를 경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넘이 워낙 악랄하고 독한 빌런(villain)이다 보니, 마을 사람들은 혹시라도 해코지 당할까봐 겁이 나서 정면으로 그를 비난하거나 욕하지 못하고 뒤에서만 나쁜 넘이라고 욕한다,

 

마을에서는 하루 쉬고, 하루는 송이버섯을 채취하는데, 송이버섯을 채취하지 않는 날에 산속에 와서 송이버섯을 따다가 몇 번씩이나 나한테 들켰다, 그때마다 나한테 동네 사람들한테 절대로 자기를 봤다고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마을 이장과 동네 사람들은 그의 행태를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는 말처럼, 하늘에서 그에게 벌을 내렸는지, 김가 넘이 간암에 걸려서 죽을 뻔 했다, 그런데 매일 능이버섯을 끓인 물을 먹고 죽지 않고 완치가 되었다고 기쁨에 찬 목소리로 나한테 이야기했었는데, 바로 2년 전에 자기 트럭을 몰고서 산길을 내려오다가 사고로 계곡에 추락해서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고 겨우 살아났는데, 동네 사람들은 왜 그때 죽지 않고 살아났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더라,

 

이처럼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나와 친하게 지낸다, 내가 동네 사람들에게 산속에 몰래 들어와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걸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고마워하는 것 같다, 동네 사람들과는 미워도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그래야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산 입구를 지키는 예전에 삼척시청에 근무했었던, 나보다 나이가 많은 김 선생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 산에 송이버섯이 많이 나오는데, 어느 날 자기 산에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온 도둑을 잡아서 경찰에 고발했었단다, 그리고 3년 후, 누군가 송이버섯이 많이 나오는 자기 산에 불을 질러서 산이 다 불타서 지금은 송이버섯이 하나도 나지 않는 산이 되었다고 하면서, 절대로 송이버섯 도둑을 잡아서 고발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더라,

 

사람이 없는 산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산에 사람들이 와서 송이버섯을 따다가 잡아도 송이버섯을 빼앗거나 경찰에 고발하지 않는다, 그냥 말로만 우리 산에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어떤 도둑들은 정말로 무서운 넘들이 있다, 산에서는 사람을 절대로 조심해야 한다,

 

참 어떤 도둑은 나한테 칼로 위협한 넘도 있었다, 나중에 소개하겠습니다,

 

능이버섯들이 군락을 이루고 나와 있다, 이군락지를 보면 흡사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다,

추석 명절을 강원도 산속에서 보냈다, 올 추석은 참 쓸쓸하고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니 세상 사는 재미가 없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귀찮고 하찮게 생각되어서 그냥 나 혼자 깊은 산속에서 보내리라 작정하고 수요일(9월 23일) 아침 일찍 강원도로 떠났다,

 

산속에서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따면서 산행을 하는 게 이번 추석에 할 일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인지 내가 사는 산속은 능이버섯이 최고로 많이 나오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추석 전날(9월 24일)부터 매일 매일 산속에 오고 있는데, 추석 명절이고 뭐고 없이 몰려온다,

작년만 해도 추석날은 산에 오지 않았었는데, 이곳 임원리 마을의 경우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데 능이버섯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까 동네 잔치판이 벌어진 것 같다, 

 

마을 이장은 매일 12시쯤 동네 사람들이 수확한 능이버섯을 화물 트럭에 싣고서 내가 사는 집 앞을 지나간다,

추석 당일 12시경, 마을 이장이 커다란 바구니 3개에 능이버섯을 가득 싣고서 나한테 찾아와 인사한다,

 

올해 능이버섯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말하는데,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마을 공동체에서 각 주민이 채취한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마을의 공동 집하장으로 모은 후, 지역 산림조합에 출하하여 공판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수익을 나눈다고 하면서 매우 신이 나 있다, 나한테 "능이버섯을 좀 줄까요?" 하는데, 나 역시 능이버섯을 좀 땄기에 나는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장과 헤어진 후 우리집 앞산에 배낭을 메고서 천천히 산을 올라가는데, 작년에 한번 가보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산이라서 산길이 잡초와 나뭇가지들로 인해 길이 보이지 않지만, 워낙 오랫동안 다니던 길이라서 올라가는데 어렵지 않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기 전 길가에 송이버섯이 하나 보인다, 작년엔 송이버섯 두 개를 땄던 곳이라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송이버섯을 따게 되니 기분이 좋다,  

 

천천히 산 정상을 향해 개들과 함께 산을 올라가는데, 힘이 많이 들고 다리도 아프다, 그래도 능이버섯을 딴다는 기대감에 씩씩하게 땀을 흘리며 정상 부근의  높고 편편한 바위까지 올라갔다, 이 바위는 예전에 내가 명상도 하고 기수련을 하던 바위로, 이 바위 위에 앉아 쉬면서 저 멀리 보이는 용화 마을과 삼척 시내를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좀 서글프다, 추석인데 나 혼자서 산이나 올라가는 내 모습이 서글프다,

 

이곳에서는 전화도 되고 카톡도 잘된다, 마누라한테 전화를 걸어 추석 명절 잘 보내라고 말하고 쉬고 있는데, 미국에 있는 아들한테서 카톡으로 전화가 왔다, 추석 명절 잘 보내라는 안부 인사와 함께 건강에 유의하라는 아들의 목소리에 목이 꽉 메이는 느낌이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래서 서둘러 전화를 끊고 멍하니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잠깐 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능이버섯이 많이 나오는 곳을 향해 길을 나선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길 옆에 큰 능이버섯들이 보인다, 약 10개의 능이버섯들이 땅속에서 솟아나 있다, 반가움과 놀라움에 "신령님, 감사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추석 선물은 없습니다요, 감사합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조심스럽게 배낭 안에 넣는다,

 

그런데 능이버섯이 워낙 커서 배낭 속에 들어가지를 않는다, 그래도 억지로 넣고서 산 정상에 있는 참나무 군락지로 들어가 능이버섯을 찾아보는데, 마을 사람들이 이미 능이버섯을 다 따갔는지 능이버섯이 보이지 않는다, 실망감을 안고 다른 방향, 즉 내가 다니지 않는 방향으로 내려가며 능이버섯을 찾아보는데, 저 멀리 능이버섯이 보인다, 서둘러 근처에 가보니 중간 크기의 능이버섯들이 수십 개가 솟아나 있다,

 

그 순간 산행의 고단함은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바뀌었다, 크기가 작은 능이버섯은 놔두고, 채취한 능이버섯을 배낭과 코스트코 쇼핑백에 가득 넣고서 배낭을 메는데, 너무 무겁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서 산길을 걷는 건 참 힘들다,

그래서 내가 평소 다니던 길로 가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갔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참 난감하다, 3시간 동안 산길을 헤매다 겨우 집에 도착하였는데 오후 1시다, 아침 8시에 산행을 시작했으니까 토탈 5시간 동안 산행을 한 거다, 다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신다, 또 온몸이 상처 투성이다,

 

그러나 능이버섯을 이렇게 많이 딴 해는 올해가 처음이다, 비록 오랜 산행에 온몸이 녹초가 되고 땀으로 젖은 하루였지만, 산은 힘겨운 만큼 귀한 것을 내어주었기에 기분은 최고다, 지금 이 순간, 산속에 살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산 정상 부근에서 나온 능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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