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강원도 산속에서 보냈다, 올 추석은 참 쓸쓸하고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니 세상 사는 재미가 없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귀찮고 하찮게 생각되어서 그냥 나 혼자 깊은 산속에서 보내리라 작정하고 수요일(9월 23일) 아침 일찍 강원도로 떠났다,
산속에서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따면서 산행을 하는 게 이번 추석에 할 일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인지 내가 사는 산속은 능이버섯이 최고로 많이 나오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추석 전날(9월 24일)부터 매일 매일 산속에 오고 있는데, 추석 명절이고 뭐고 없이 몰려온다,
작년만 해도 추석날은 산에 오지 않았었는데, 이곳 임원리 마을의 경우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데 능이버섯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까 동네 잔치판이 벌어진 것 같다,
마을 이장은 매일 12시쯤 동네 사람들이 수확한 능이버섯을 화물 트럭에 싣고서 내가 사는 집 앞을 지나간다,
추석 당일 12시경, 마을 이장이 커다란 바구니 3개에 능이버섯을 가득 싣고서 나한테 찾아와 인사한다,
올해 능이버섯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말하는데,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마을 공동체에서 각 주민이 채취한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마을의 공동 집하장으로 모은 후, 지역 산림조합에 출하하여 공판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수익을 나눈다고 하면서 매우 신이 나 있다, 나한테 "능이버섯을 좀 줄까요?" 하는데, 나 역시 능이버섯을 좀 땄기에 나는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장과 헤어진 후 우리집 앞산에 배낭을 메고서 천천히 산을 올라가는데, 작년에 한번 가보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산이라서 산길이 잡초와 나뭇가지들로 인해 길이 보이지 않지만, 워낙 오랫동안 다니던 길이라서 올라가는데 어렵지 않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기 전 길가에 송이버섯이 하나 보인다, 작년엔 송이버섯 두 개를 땄던 곳이라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송이버섯을 따게 되니 기분이 좋다,
천천히 산 정상을 향해 개들과 함께 산을 올라가는데, 힘이 많이 들고 다리도 아프다, 그래도 능이버섯을 딴다는 기대감에 씩씩하게 땀을 흘리며 정상 부근의 높고 편편한 바위까지 올라갔다, 이 바위는 예전에 내가 명상도 하고 기수련을 하던 바위로, 이 바위 위에 앉아 쉬면서 저 멀리 보이는 용화 마을과 삼척 시내를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좀 서글프다, 추석인데 나 혼자서 산이나 올라가는 내 모습이 서글프다,
이곳에서는 전화도 되고 카톡도 잘된다, 마누라한테 전화를 걸어 추석 명절 잘 보내라고 말하고 쉬고 있는데, 미국에 있는 아들한테서 카톡으로 전화가 왔다, 추석 명절 잘 보내라는 안부 인사와 함께 건강에 유의하라는 아들의 목소리에 목이 꽉 메이는 느낌이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래서 서둘러 전화를 끊고 멍하니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잠깐 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능이버섯이 많이 나오는 곳을 향해 길을 나선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길 옆에 큰 능이버섯들이 보인다, 약 10개의 능이버섯들이 땅속에서 솟아나 있다, 반가움과 놀라움에 "신령님, 감사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추석 선물은 없습니다요, 감사합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조심스럽게 배낭 안에 넣는다,
그런데 능이버섯이 워낙 커서 배낭 속에 들어가지를 않는다, 그래도 억지로 넣고서 산 정상에 있는 참나무 군락지로 들어가 능이버섯을 찾아보는데, 마을 사람들이 이미 능이버섯을 다 따갔는지 능이버섯이 보이지 않는다, 실망감을 안고 다른 방향, 즉 내가 다니지 않는 방향으로 내려가며 능이버섯을 찾아보는데, 저 멀리 능이버섯이 보인다, 서둘러 근처에 가보니 중간 크기의 능이버섯들이 수십 개가 솟아나 있다,
그 순간 산행의 고단함은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바뀌었다, 크기가 작은 능이버섯은 놔두고, 채취한 능이버섯을 배낭과 코스트코 쇼핑백에 가득 넣고서 배낭을 메는데, 너무 무겁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서 산길을 걷는 건 참 힘들다,
그래서 내가 평소 다니던 길로 가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갔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참 난감하다, 3시간 동안 산길을 헤매다 겨우 집에 도착하였는데 오후 1시다, 아침 8시에 산행을 시작했으니까 토탈 5시간 동안 산행을 한 거다, 다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신다, 또 온몸이 상처 투성이다,
그러나 능이버섯을 이렇게 많이 딴 해는 올해가 처음이다, 비록 오랜 산행에 온몸이 녹초가 되고 땀으로 젖은 하루였지만, 산은 힘겨운 만큼 귀한 것을 내어주었기에 기분은 최고다, 지금 이 순간, 산속에 살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산 정상 부근에서 나온 능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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