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와 꽃무릇이 꽃을 피웠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징표다,

올해는 송이버섯이 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해다, 적당한 비와 날씨, 그리고 기온 등 이런 조건들이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이 나오기 좋은 시기라서 이른 아침<9월 18일>, 송이버섯이 가장 먼저 나오는 폭포가 있는 산속으로 향했다, 첫 산행이라서 가슴이 설랜다,

 

깊은 산의 숲속은  공기와 느낌이 다르다, 달콤한 공기의 맛이 코 속으로 들이마실 때의 기분 좋은 느낌 때문에 사람들은 산을 찾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아직은 이른 가을이어서 그런지 버섯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송이버섯도 나오지 않았다, 이곳 저곳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송이버섯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좀 실망감을 안고 산속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송이버섯이 나는 계곡 먼 곳에 낙엽 같기도 하고 버섯 같기도 한 게 눈에 보인다, 그냥 무시하고 갈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가까이 가보니 큰 송이버섯이 우뚝 나와 있다, 너무 반가워서, "아이고 산신령님, 감사합니다요." 하고 큰 소리로 산속을 향해 외치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올해 첫 송이버섯을 땄다,

 

11시경, 원덕에 있는 천사장이 낚시 가게를 운영하는 김사장과 함께 태양광 밧데리를 자동차에 싣고 산속 집으로 왔다,

산속에 있는 태양광 밧데리의 수명이 다 되어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내가 서울에서 밧데리 6개를 주문해서 천사장 집으로 배달시켰는데, 천사장이 자신의 집으로 배달온 밧데리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서 산속 집에 온 것이다, 왔다, 그런데 3년 전에는 천사장 혼자서 밧데리를 운반하고 설치하였었는데, 천사장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 혼자서 밧데리 무게<약 50kg>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존에 설치된 밧데리 8개를 창고에서 꺼내고 새로운 밧데리를 설치하는데, 기존의 밧데리를 김사장도 무릎이 아파서 운반용 수레로 운반하는데도 잘 운반하지 못하고 쩔쩔 맨다, 그래서 나도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우리 집에 보관하고 있는 운반용 수레에 밧데리를 싣고 자동차 뒤에 가져다 놓고서 몇 번에 걸쳐 밧데리를 창고로 운반하는데,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세 사람이 겨우 운반해서 천사장이 새로운 밧데리를 창고에 설치 완료하였다,

 

이 때부터 냉장고도 마음대로 사용하고 전등을 마음껏 사용하게 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게다가 용량도 남아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저녁에 잠잘 때 침대 위에 전기담요를 깔고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지 모르겠다, 천사장에 대한 고마움이 온몸에 가슴 속에 물결치며 흐른다,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 천사장이 천사같이 고맙게 느껴지고, 더불어 가슴이 따뜻해진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기쁨과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그 좋은 인연들도 이제는 한 사람 두 사람 내 곁을 떠나간다,

 

이날 오후에 동네 이장이 우리 산속 집을 방문했다,

마을 소식과 함께 올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 주는데, 2002년 처음 내가 산속에 왔을 때 내가 사는 산속을 관리하던 임성규씨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 준다, 작년에 그를 만났을 때 나를 알아보지 못해서 무척 당황했었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가 되면서 몇 사람의 사망 소식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가을밤 ,마당에 통나무를 돌 화덕에 태운다, 여름밤에도 통나무가 타는 모습을 보면 운치가 서리고 좋았었는데, 밤 날씨가 쌀쌀한 가을 날에는 따뜻함과 함께 캄캄한 밤 하늘에 장작의 불빛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 통나무 불속에 내가 그동안 간직했었던 수많은 사진과 필름을 태웠다, 불길 속에서 서서히 녹아서 불타는 내 오랜 역사의 기록들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니 온갖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지난 시절, 나의 아름답고 좋았던 나의 역사가 다 사라진다,

 

내가 평생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씩 넘겨보는데 가슴이 아리다, 내가 이 세상과 이별할 때 자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부모의 사진들이라서 부모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가 본인들의 사진들을 없애는 일이라고 한다, 한 박스의 사진들을 태우기 전에 오래 전 내가 사랑했던 여인들의 사진을 보는데,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

 

영주와 여러 친구들의 사진, 그리고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니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난다, "그래 이렇게 이별하는 거야, 하나씩 이렇게 정리하고서 떠나는 거야" 하고 중얼거리며, 불속에서 타는 수많은 사진들을 보며 "안녕~ 안녕~ 굿바이 아디오스~ "하고 이별을 고했다, 불길은 맹렬하게 타오르며 나의 아픈 가슴을 위로하듯 활활 타오른다,

 

한 동안 불빛을 바라보며 패티 김이 부른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혼자서 조용히 부른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 때, 기억에 남아 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에 흘러가리.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올해 처음으로 딴 송이버섯 특상품이다,

태양광 밧데리 수명이 다 되어 새로 교체하였다, 

금목서가 꽃을 피웠다, 금목서 꽃나무 향이 마당 전체에 흐른다,

 

단풍이 들고 찬바람이 불어오니 외로움과 그리움이 몰려온다,

그래서 산속에 있는 게 답답하고 마누라와 친구들을 만나리라 작정하고 서울 집으로 올라왔다,

서울 집은 전기도 마음대로 사용하고, TV도 있고, 컴퓨터도 있어서 마치 원시세계에서 현대사회로 복귀한 것 같은 생소함과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음 날(9월 14일) 강남역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 새로 나온 책 두 권을 샀는데, 한 권은 김정호 교수가 쓴 '경제 패권 500'이고, 다른 한 권은 허귀란의 여행기 '마다카스카르'이다, 책을 구입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고속터미널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호남선 터미널 2층에 있는 '이원복 참치' 식당으로 갔는데, 이 집은 고속터미널에 있는 맛집들 중에서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서 12시 이전에 가야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11시 30분에 도착했는데도 손님들이 많다, 

 

혼자서 왔다고 하니까 카운터석<조리사 앞에 혼자 앉아서 먹는 곳>에 앉으라고 한다, 테이블에 앉고 싶다고 해도 안된단다, 식당 안을 둘러 보니 식당 안에는 벌써 손님들로 꽉 찼다, 부부와 함께 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고, 전부 다 여자들<50대~60대 여자들>로, 4명에서 6명씩 떼로 몰려와 식당안을 꽉 채웠다, 카운터석은 나 같이 혼자 온 늙은 노인들이 5명 보이고 전부가 다 여자들이다,

 

과거의 남성 중심주의시대가 지나가고 지금은 완전히 여성 우위의 시대다, 사회의 가치관이나 제도에서 여성의 역할과 권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지금은 여성이 중요시되고, 여성이 우선시되며,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더 유리하게 대접받는 시대인 여성 우월주의적 사회가 되어 버렸다,

 

남자들은 이제 여자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여자들 말에 순종을 하든지, 이게 싫으면 이혼을 하던지, 아니면 졸혼을 해야 한다고 남자들은 한숨 쉬며 말한다, 그래서 나는 강원도 오지 중의 오지에서 혼자서 산다,

 

오후에 용인시 처인구청에 볼 일이 있어서 구청 주차장에 들어갔는데, 주차장이 만원이라서 자동차를 세울 곳이 없다, 10분 이상을 기다려도 빈 곳이 없다, 그래서 다른 자동차를 세워둔 곳 뒤에 차를 주차시키고, 자동차 유리창에 내 전화번호를 남겨두고서 구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구청 직원과 상담하고서 나오는데 전화가 왔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말하고서 급히 주차장으로 내려 갔는데, 내 자동차가 막아 놓은 뒤에서 어떤 넘이 화를 내면서 마구 욕을 한다, 내가 잘못했기에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는데도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른다,

 

순간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참고서 서둘러 차를 빼서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후 차에서 내려 자동차 앞을 보는데, 범퍼<충돌 사고 발생 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자동차의 앞과 뒤에 설치한 장치> 밑이 부서져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멀쩡했었는데,,,조금 전 용인시 처인구청 주차장에서 화를 내던 넘의 얼굴이 떠오른다,

 

참 기가 막힌다, 물론 내가 잘못은 했지만, 이렇게 남의 차에 피해를 입혀도 되는 것인가,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3년 전에 영동고속도로 횡성 휴게소(서울 방향)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휴게소에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어떤 젊은 넘이 내 자동차 곁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별 생각 없이 그냥 무심히 자동차를 타고 운전해서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인상도 나쁘고 나를 보자마자 당황하던 넘의 얼굴이 자꾸 생각나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후 자동차를 자세히 살펴보니까, 자동차 옆면을 못 혹은 날카로운 칼로 약 2m 가량을 그어서 흠집이 길게 쭉 나있다,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불같이 화가 났다, 내가 왜 그때 자동차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는지를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이걸 보수하기 위해서 자동차 정비소에 문의했더니 수입 자동차라 칠을 7번 했기에 전부 다 새로 칠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약 700만원의 돈이 든단다, 그래서 포기하고 길게 줄이 패인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데, 이 줄을 볼 때마다 그넘의 당황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화가 난다, 

 

나의 액운은 이 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삼척시장의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시킨 후,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서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내 자동차<쌍용자동차 렉스턴>가 바로 옆 자동차의 운전석을 좁게 했다고 - 쌍용 렉스턴은 자동차가 커서 주차선이 비좁다 - 내 자동차 옆면을 칼로 길게 스크래치 해놓았다, 그리고 심지어 자동차에 부착된 스텐레스 부분을 뜯어 놓았다, 순간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히더라, 

 

내가 25년 이상 삼척에 살면서 삼척 사람들을 겪어본 결과, 서울 사람들과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사람들의 성향이 분노에 차있고, 조금만 잘못 해도 쌍욕부터 먼저 한다, 또 각박하고 여유가 없다, 아마도 이것은 살기가 힘들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참 정이 안 가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 전주에서 삼척으로 이사온 레미콘을 운전하는 김사장은 자기도 전라도 사람이지만 삼척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보다 더 하다고, 전국에서 제일 나쁜 사람들만 사는 곳이라고 나한테 하소연 하며 나랑 친하게 지냈었다, 그래서인지 10년 살다가 결국 전주로 도로 이사를 갔다,

 

세상이 왜 이렇게 점점 더 각박하고 인심과 여유가 없고 살벌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난 이곳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내는 것이 겁이 나고 싫다, 그래서 산속에서 나 혼자서 조용히 산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 지는 꽃무릇이 피어 났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어느 사이에 낮에는 20도, 밤에는 15도로 온도가 내려간다, 아침 저녁으로는 날씨가 서늘하고 새벽에는 온도가 13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춥다, 소리 소문 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알밤도 익어가고 나뭇잎들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 태풍의 영향을 받아 비가 많이 온 탓에 산속에 온갖 버섯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된장국에 넣어서 끓여 먹으면 톡특한 맛을 내는 싸리버섯들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오늘(9월 3일) 산속에 능이버섯이 나왔는지 확인할겸 산에 올라가 보기로 하고, 산행에 필요한 배낭과 등산화, 물통 등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개 세 마리(라멜, 알마와 파두)와 함께 앞산으로 올라갔더니, 곳곳에 싸리버섯과 식용버섯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내가 작년에 산속에서 길을 잃을까봐 나무에 밧줄을 묶어서 표시해 놓았는데, 그 밧줄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우리 산속에 들어온 채취꾼<산이나 들에서 나물·버섯·약초 등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다른 채취꾼들이 와서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나는 장소를 찾지 못하게 일부러 밧줄을 가져간 것 같다, 그래도 20년 이상 다니던 산길이라서 천천히 산길을 올라가는데, 1년 사이에 산속은 많이 변해 있다,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은 나는 곳에서만 나온다,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의 매매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나오는 장소는 자기 자식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나 역시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나오는 장소를 처음부터 안 게 아니다,  해마다 송이철이 되어 산에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 송이버섯이 어디에 나오냐고 물으면, 나한테 엉뚱한 곳을 알려주어 산속을 헤맨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산속에 오랫 동안 살면서 이리저리 산속을 다니며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이제는 어디에서 송이버섯이 나오는지, 또 어디에서 능이버섯이 나오는지를 대충 알게 되었다,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이 나오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내가 사는 강원도 산속의 경우, 9월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나오며,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시기가 변동된다, 특히 채취 시기에서 중요한 것은 날씨와 비와 온도 관계다, 작년(2025년)과 재작년(2024년)에는 송이버섯이 나오는 조건이 맞지 않아서, 즉 비가 오지 않고 가물어서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많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1시간 동안 산 위를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니 함께 갔었던 개들 세 마리가 산속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다,

예전에 진돗개 해리와 함께 산행했을 때가 생각난다, 해리는 항상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내가 산속에서 길을 잃어도 앞장 서서 산길을 안내했었다, 나보다 앞서서 가다가도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주변을 감시하며 나를 보호해 주었었는데, 지금의 사냥개들은 사냥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항상 나와 함께 산을 올라가도 짐승 냄새만 맡으면 나를 언제 보았냐는 듯 나를 내팽개치고 자기들 멋대로 산속을 돌아다닌다,

 

능이버섯이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을 살펴보는데 능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산속을 살펴보는 것을 포기하고 천천히 산길을 내려오는데, 작년에 나무에 밧줄을 묶어서 표시해 놓은 표지(標識)가 다 사라져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산길의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보니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절벽과 가파른 산길은 나를 당황하게 한다,

 

처음 가보는 산속을 2시간 동안 헤매다가 겨우 임도로 내려왔는데, 오랜만에 가본 산길을, 그것도 아주 험한 산길을 헤매다 보니 너무도 힘들어서 나중 가파란 내리막길에서는 네 발로 기어서 내려왔다, 다리에 힘을 많이 주다 보니 다리가 후덜덜 떨린다, 그리고 서 있을 힘도 없다,

 

간신히 산속 집에 도착해서 싸리버섯 등 따온 버섯들을 말리기 위해 광주리에 널어 놓은 후, 집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곧바로 침대에 쓰러져서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잤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상쾌하고 힘이 넘친다, 다리도 아프지 않다, 참 신기하다, 아마도 등산으로 다리 근육이 어느 정도 단련되고, 또 충분히 숙면을 취해서 전신의 순환과 회복이 이루어져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다,

  

요거트에 견과류와 꿀을 넣어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 후 점심 때 구워 먹을 생선을 사기 위해 삼척역 앞에 위치해 있는 번개시장에 갔다, 삼척 번개시장은 매일 새벽 5시부터 연중 운영되는 상설 시장으로, 싱싱한 수산물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삼척 시민은 물론 삼척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새벽 시장이다,

 

싱싱한 고등어와 꽁치를 사가지고 와서 점심 때 불판에 구워서 밥과 함께 먹었는데 별미다, 참 이상한 건 어릴 때 많이 먹었던 생선들 중 하나가 간고등어와 꽁치인데, 질리지 않고 여전히 맛있다는 것이다, 

 

싸리버섯을 넣고 끓이는 된장국도 별미다,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입맛이 당기며 군침이 흐른다,

이런 나를 보고 웃는다, 아이고 속물 중의 최고의 속물이구나, 이런 네가 식도락가라고, 웃기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하면서 이런 나를 보고 웃는다, 그래도 좋습니다 , 나는 행복합니다, 하하하,,,

 

꽃무릅이 곧 피어날 것 같다,

태풍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하루 건너 매일 비가 내리고 있다,

꼭 동남아시아의 우기 때 짧고 강하게 쏟아지는 스콜(squall)처럼, 해가 밝게 비추다가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와 금방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진다, 비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쏟아지고 나서 그쳤다가 약 두 시간 정도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비가 내린다,

 

이젠 우리나라도 동남아시아의 열대성 기후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네팔의 북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산사태도 히말라야의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토사가 하천으로 쏟아져 내려 이러한 초대형 재난을 가져왔다고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부터 기상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는데 최근 자연재해가 훨씬 강해지는 것 같다, 

 

전세계가 이상 기후 때문에 야단들이지만, 이 모두가 다 인간들이 저지른 자연 파괴의 대가다, 과거 산업화한 많은 국가들이 석탄·석유·천연가스를 대량 사용하면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였고, 그에 따라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강원도 산속은 그나마 일반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서 쓰레기나 오염이 덜 된 청정지역이기에 개울물도 그냥 마실수 있고,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몇 군데 남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속이다,

 

9월인데도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계속해서 오니 집앞의 텃밭과 황토방 텃밭, 그리고 산 입구와 영혼의 쉼터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내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자라서 흡사 장글 속을 헤매며 걸어가는 것 같다, 영혼의 쉼터에 자라고 있는 고사리군도 밀림같다, 다른 과일나무나 꽃나무들이 무성한 고사리 줄기와 잎이 뒤덮는 바람에 햇빛을 못받아서 죽어가고 있다, 

 

잠깐 동안 비가 그친 틈을 이용해서 낫으로 고사리 줄기들을, 마치 조자룡 장군<삼국지에 나오는 장군>이 큰 칼을 휘두르듯 낫으로 마구 고사리 줄기들을 베어낸다,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다,

 

비가 많이 오다 보니 태양광으로 사용하는 우리집 전기가 밧데리가 다 되어서 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임시로 휘발유 발전기로 전기를 켜고서 사용하는데, 발전기 용량이 7kw여서 휘발유가 많이 든다, 요즘 기름 가격이 너무 비싸서 2시간 정도 켰는데도 발전기의 기름이 다 사용된다,

 

아~산속에 사는 고달픔이여! 그래서 원시시대로 되돌아가서 촛불을 켜고 전등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한다,

그런데 촛불을 켜고 어둠을 밝히니까 운취가 서리고 옛날이 생각난다, 어릴 때는 집에 전기가 없어서 호롱불<호롱에 석유를 채워 거기에 불을 붙임으로써 빛을 밝히는 조명도구>을 켜고 살았는데, 그때는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는데,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비가 오니 산속은 밤이 되면 춥다, 그래서 벽난로를 피운다, 큰 통나무와 작은 통나무를 적절하게 넣고서 오후에 불을 피우면 다음 날 아침까지 난로에 불이 천천히 타기에 집안이 훈훈해서 좋다, 처음에는 새로 구입한 벽난로 사용법을 몰라서 금방 금방 타는 통나무때문에 많은 나무들을 사용해야만 했었는데, 나중 벽난로를 구입한 업체에 AS를 요청한 끝에 벽난로를 생산하는 공장장이 우리 산속에 와서 벽난로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서 이제는 나무를 적게 사용해도 하루종일 난로가 불을 피우는 소중한 난로로 변했다,

 

벽난로에 올해 새로 나온 고구마를 넣고서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으면 최고의 맛이 난다, 솥에서 삶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맛있는 군고구마가 된다, 저녁 대신 군고구마 세 개 정도 먹으면 저녁 한끼가 해결되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낮에는 삼척 번개시장의 단골로 다니는 생선회를 파는 곳에서 생선회와 생선회를 뜨고 남은 부산물을 한가득 가져와서 개밥을 끓여서 개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점심으로 생선회를 먹고 나서 남은 생선회로 회덮밥을 만들어서 초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으니 최고다, '만원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만원으로 이런 최고의 맛의 즐거움을 가져오는 게 시골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의 특혜이기도 하다,

 

다음 주부터는 황토방에서 불을 피우고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몸이 근질거리고 기다려진다,

개울 가득히 흐르는 물속에서 목욕을 하고서 뜨근 뜨근한 황토방에서 잠잘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 오더니 온천욕이 하고 싶다, 그래서 비가 오는 빗길을 천천히 달려서 가곡 온천탕에 도착해 온천욕을 하니까 그 동안 쌓였던 피로가 다 풀렸다, 사우나도 하고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어가며 약 1시간 30분 동안 온천탕에서 노닐고 나니까 꼭 외국에 여행온 것 같다,

 

온천욕을 끝낸 후 경치 좋은 가곡 국도를 자동차로 음악을 틀고서 빗길을 천천히 달리니 스위스나 이태리의 시골 산길을 달리는 것 같다, 원덕에서 가곡천을 따라 태백으로 가는 계곡길은 416번 지방도로, 우리나라에서도 드라이브 코스로 아름답기로 소문난 길이다, 자동차로 봄이나 가을에 이 도로를 달리면 꼭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참 아름답다,

 

행복이라는 건 이런 상태의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시간이 흐르는 강물처럼, 바라볼 수는 있어도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빨리 지나가서 뒤돌아보면 내 인생의 한 장면이 되어 있다,

 

과연 내가 이 아름다운 풍광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이번에 인테넷으로 아프리카 식물원이라는 아프리카식물전문점에서 사막의 장미라는 나무<다육이과>를 하나 샀는데<64,000원> 크기가 모란시장에서 파는 4 만원 짜리보다 적다,꽃들은 절대로 인테넷에서 사지말아야 한다, 호야도 그렇고 서양란도 그렇다,

거의가 다 사기꾼들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서 꽃은 사야한다,

혼자서 사는 건 어쩌면 원초적인 본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나 혼자 살다 보니 본능에 의한 어떤 간섭이나 시선의 여부에 관계없이 그냥 나 하고 싶은데로 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게 보통 편안하고 좋은 게 아니다, 

 

그런데 전기가 고장나서 산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완전 원시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전기가 없는 산속은 라디오도 안되고 핸드폰 충전도 안되니 그냥 1,000년 전쯤으로 타이머신을 타고 원시시대로 돌아가 살고 있는 느낌이다, 물과 불만 있는 시대,,,그래서 마당에 있는 원형 돌 화덕에 통나무를 태우며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모닥불로 징표를 흘린다,

 

이렇게 나 혼자서 고요하게 자연에 적응하면서 내가 농사지은 채소와 과일들만 먹고 어느 날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그래서 가을철에 먹을 배추와 무우 모종을 심으며, 이게 내가 겨울철에 먹을 귀중한 양식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정성들여서 하나씩 심는다, 가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날씨는 덥고 여름철 날씨다, 

 

호야를 좋아하는 내가 지금 키우고 있는 호야만 해도 약 50개가 넘는다, 정자와 평상, 그리고 파고라에서 키우고 있는데, 다 키우기에 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요즘 더위도 심하고 비가 자주 오기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비가 그치는 시간대에 호야를 키우는 집을 새로 하나 만들기로 작정하였다,

 

파고라에 쌓아둔 나무들을 꺼내서 적당한 크기의 길이로 톱으로 자른 후 못과 알루미늄 못들을 준비해서 조립하듯 뼈대를 하나씩 만드는데, 망치질이 서투른 나에게는 철못이 금방 구부러진다, 그래서 스텐 못으로 나무 기둥에 힘차게 박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오랜만에 하는 작업인지라 금방 지친다, 땀이 비오듯 그렇게 흐른다, 그러면 집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커피도 마시고 박카스도 마시고 레몬 쥬스도 마시며 활기를 되찾아 일을 시작한다, 2시간이면 충분히 끝낼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

 

비를 맞지 않게 하고 눈이나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지붕으로 예전에 사두었던 플라스틱 지붕재를 사용하기로 하고, 플라스틱 지붕재 두 개를 서로 연결해서 지붕을 씌우는데, 혼자서 하다 보니 쉽지가 않다, 사다리를 이용해서 힘들게 지붕을 씌우고 튼튼하게 고정시킨 후, 완성된 호야 집을 바라보는데 내가 대견스럽다, 

 

그런데 20%가 부족하다, 호야 집 지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는데 동남아나 남미의 바닷가 해변에 있는 비치의 파라솔 지붕이 떠오른다, 야자수 잎으로 만든 파라솔 지붕은 시원하고 운취가 있기에, 호야 집도 그렇게 지붕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내가 사는 산속은 야자수가 없다, 대신 싸리나무나 선죽<대나무과 작은 대나무>들이 많으니까 이것을 잘라서 낚시줄로 묶은 다음 지붕에 올려 지붕에 덧씨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곧 생각을 바꾸었다,

호야 집 지붕이 야자수 잎으로 씌워져 있다고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서 야자수 잎으로 멋들어지게 장식된 지붕을 갖춘 호야 집이라고 상상하면서 생각과 개념을 바꾸니까 멋진 호야 집이 보인다, 야자수 잎으로 덮힌 호야 집에서 꽃을 피운 수많은 호야들이 향기를 풍기며 나를 즐겁게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같은 사물이라도 생각과 사고를 바꾸니면 다르게 판단되고 다르게 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연수 중에 강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유리컵에 물이 반 컵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에이 물이 반 컵 밖에 남지 않았네." 하며 불안해하고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똑같은 물 컵을 보고 "아직 물이 반 컵이나 남아 있네,"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똑같은 물컵을 보고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살아 가는 동안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 온다고 했던 심리학 교수의 말이 평생 동안 나의 기억에 남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산속의 숲을 바라 보니 지금까지 보았던 숲속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벚꽃나무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있고, 매화나무는 매화꽃이 만발하고, 살구나무는 살구꽃을 활짝 피웠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그런데 난 이런 것도 모르고 그냥 장님이 꽃 구경하듯 그렇게 헛되게 살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웃는다, 크게 웃는다, 그리고 신이 나서 징을 신나게 두드리고 춤을 춘다,

 

이번에 새로 만든 호야 집,, 

더워도 이렇게 더운 날은 처음이다,

낮에는 산속도 마당이나 텃밭에 있으면 땀이 흐른다,

 

더위를 피해  정자에 앉아서 멍하니 있는데, 매미는 우렁차게 울어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숲속의 그늘은 햇빛이 비추는 마당과 온도가 다르다, 마당은 35도를 가리키는데, 정자 안 그늘은 서늘하다, 

 

정자에 앉아 있다가 돌로 만든 수조(水槽)에 담가 놓은 수박을 꺼내서 정자에서 먹는데 시원하고 맛있다, 날씨가 더울 때는 과일 중에서 수박이 최고다,

 

수박을 먹고 나서 지난 달 집 현관 앞에 있는 파고라 옆에 설치한 275L 대형 물통 속에 몸을 담근다, 그런데 이 물통 속이 약 160cm의 높이로 매우 깊어서 물통 안에 들어가려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연결한 대나무를 잡고 들어가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물통 속에서 목욕을 하고 나올 때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스텐 발판을 물속에 넣고서 이것을 이용해 발판을 밟고 나오는데, 물통 속에서 나와서 다시 스텐 발판을 꺼낼 때 매우 힘들다,

 

그래서 지난 주에 다이소에 가서 5,000원짜리 플라스틱 2층 발판을 사가지고 와서 물통 속에 넣고서 나올 때 사용하니 참 편리하다, 이제는 물통 밖으로 나와서 발판을 꺼내려고 고생할 필요가 없다, 플라스틱이어서 물속에서 떠오른다, 이런 멋진 피서가 또 있을까, 자연의 순환를 헤치지 않고 만든 깨끗한 물통 속에서 나 혼자서 목욕하고, 사색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고, 피곤함도 저절로 풀린다,

 

일하다가 낮에는 뜨거워서 그늘에서 쉬기도 하지만 저녁이 되면 기온이 완전히 다르다, 도심의 온도와 산속의 온도를 비교하자면 5도에서 10도의 차이가 난다, 그리고 밤에는 온도가 20도로 내려가기 때문에 전기장판을 켜고 자든지 아니면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창문 등 모든 문을 다 닫고 자야 한다, 특히 새벽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산속 집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필요없다, 어떻게 이런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지, 점점 내가 사는 산속이 귀중한 보물처럼 생각되어진다, 요즘 이상 기후로 인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더위 때문에 야단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전 세계가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8월 초에 유럽으로 여행을 갔던 내 친구는 날씨가 40도로 올라갈 정도로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올 여름은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동해안으로 피서를 온 모양이다, 속초를 거쳐 동해와 삼척, 내가 사는 장호항과 그 아래에 있는 울진까지 피서객으로 만원이다, 도시 사람들은 바닷가가 피서하기에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건 착각이다, 동해안 바닷가도 뜨거운 태양 때문에 모래사장이나 그늘에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른다, 그래서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바닷가로 피서를 가지 않고 산에 있는 계곡으로 피서를 간다,

 

올해는 정말로 이상한 기후의 한 해다, 곧 9월이 되는데, 날씨는 덥고 비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내린다, 그리고 비가 한번 내렸다 하면 게릴라성 폭우로 엄청난 소낙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그러다 보니 임도 곳곳이 망가져서 자동차가 다니기에 위험하다, 그리고 절벽에서는 바윗돌이 떨어져서 길을 막곤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삽으로 물길을 내주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임도길이 망가져서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산속에 살면 이런 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마 올해는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숲속을 걷다 보면 온갖 종류의 버섯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식용인지 독버섯인지 정확이 몰라서 먹지 않는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버섯들만 채취해서 국에 넣어서 먹는다,

 

날씨를 보면 여름철인데, 과일나무들을 보면 가을이다, 배와 사과가 말벌들의 공격으로 많이 상했다, 그래서 배와 사과에 과일 봉지를 씌워 두었다, 또 배나무와 사과나무 밑에 퇴비 대신 경동시장에서 가져온 한약 찌꺼기를 듬뿍듬뿍 끼얹어 주었다, 배와 사과를 수확하게 되면 훨씬 더 맛이 있을 거라 기대된다, 

 

그렇게 무성하게 자라던 토마토가 계절이 바뀌게 되니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다음 주에는 토마토를 싹 뽑아내고 무우와 배추를 심을 생각인데, 날씨가 더워서 일하는 게 힘들다,

 

이제 곧 여름과 이별해야 하는가 보다, 내년에 또 다시 만나겠지만, '인생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처럼 내년에는 내가 어떻게 변했을지 걱정된다,

 

항상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원 섭섭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가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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