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처서<處暑, 24절기 중 14번째 절기로,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력 8월 23일경이다>라는데, 며칠 전부터 장마 때처럼 매일 비가 온다, 비가 내릴 때는 흡사 큰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 것처럼 거세고 많은 비가 내린다,

 

비가 매일 오니까 집안에 있는 퓨즈<fuse, 과전류 보호 장치의 하나로 과부하 전류를 자동적으로 차단하는 부품> 박스의 차단기 하나가 고장이 나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원덕읍에 있는 전기 상점에서 차단기 두 개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차창 앞이 보이지 않고 자동차는 마치 물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임도가 물속에 잠겨 있다, 몇 년 전 태풍이 왔을 때 이랬었는데, 걱정을 한 가득 안고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개울은 많은 비로 인해 엄청 불어났다,

 

새로 구입한 차단기를 전기 가게의 사장이 설명해준 대로 설치하려는데, 잘 안된다, 그래서 자세히 차단기를 보면서 기존에 설치한 차단기의 나사를 하나씩 풀고서 다시 새로 산 차단기로 고정시킨 후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니까 전기가 집안에 들어온다, 낮인데도 비가 많이 오니까 집안이 캄캄하다, 

 

그런데 차단기 하나가 누전이 되었는지 라디오와 연결된 전기선이 들어오지 않아서 라디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놔두고서 소파에 앉아 있는데, 전기가 없는 집은 여러 모로 참 불편하다,

 

잠시 후 베란다로 나가서 비가 쏟아지는 정자로 향했다, 정자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비 구경을 하는데, 낮인데도 캄캄하다, 가끔씩 '우당탕탕' 하며 번개치는 소리와 함께 번개 빛이 순간 어둠 속에서 산속의 풍경을 밝은 조명이 비추듯 환하게 비춰 주는데, 참으로 기묘한 풍광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가 지금 살아 있는지 혹은 죽어서 이런 풍경을 보고 있는 건지 분간되지 않고 지금의 시간을 잃어버린다, 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상에 여행을 온 것처럼 신기하고 행복해진다,

 

거센 비는 3시간 동안 내리다가 멈춘다, 그리고 다시 이슬비가 내리다가 멈축고 곧 태양이 나온다, 참 변덕스러운 날씨다,

장마가 지나간지 오래 되었는데, 이런 현상이 4일 동안 매일 일어난다, 

 

집 마당에 두 그루의 마로니아가 있는데, 나무 열매가 익어서 땅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된다, 

마로니아 열매는 알밤처럼 생겼지만 독성이 있어서 먹지를 못한다, 매일 수십 개의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있는데, 이 열매는 쥐들도 먹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집에서 호야와 양란 분갈이를 하고 있는데, 큰 포크레인이 산 위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작은 포크레인은 이런 소리를 내지 않아서 임도를 바라보니까 20톤짜리 큰 볼보 포크레인이다, 이 포크레인은 작년과 올해 내가 사는 산속을 지나서 산 정상 부근에 임도를 새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2년 동안 매일 아침 일하러 내가 사는 산속 집앞을 지나서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내가 잘 아는 포크레인 기사이다,

 

포크레인을 세우라고 손짓을 하고서 기사한테 왜 벌써 내려오느냐고, 공사가 끝났느냐고 물으니까, 공사가 끝난 게 아니고 몸이 아파서 내려간다고 하면서 앞으로 자기 대신 다른 포크레인 기사가 와서 일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포크레인 기사의 얼굴이 노랗다, 좀 걱정이 되면서 앞으로 못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포크레인 기사에게 부탁할 게 있다고 하면서 임도 길 옆에 세워둔 바위를 집 입구로 옮겨 달라고 하였다, 바위를 놓을 자리를 지정해주니까 포크레인 기사가 큰 바위를 쉽게 운반하여 놓고서 포크레인으로 쾅쾅 내려치니까 임도 땅이 흔들린다,

 

난 고맙다고 말하며 포크레인 기사와 이별했는데,,,참 넌 잔인한 넘이다, 그래 아프다는 사람에게 그렇게 일을 시켜야 하느냐고, 나 자신을 책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번에 영혼의 쉼터 입구 맞은편에 큰 바위돌을 운반해 달라고 포크레인 기사에게 미리 30만원을 주었기에, 이번에 이별하면 30만원을 그냥 날리는 게 아니냐고, 내가 뭐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잘한 일이다, 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바위돌에 새기고 싶은 글이나 생각하자고, 하며 바위돌을 바라보니 대문 겸 집 입구에 있는 장식돌이 이쁘다, 이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바라보면서 나와 함께 할 것이고 내가 죽고나서도 이 바위돌은 이곳에 앉아 있겠지,,,

 

이 바위돌에 이끼를 입혀서 멋있게 옷을 입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은 유독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다,

서울 도심에도 여러 종류의 맛집들이 있지만, 이런 맛집에서 식사를 하려고 하면 1시간에서 2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겨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 혼자서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종업원의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해야 하니 참 불편하다,

 

그래서 지방으로 여행 시 유명 맛집이나 숨어 있는 맛집을 찾아가는 게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통영에서 함양을 지나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서 <15시경> 충북 영동에 있는 민물고기 어죽 잘하는 집을 찾아갔다, TV조선 프로그램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나온 민물고기 집이다, 난 강원도 산속에 살기에 강원도는 어죽이나 민물 매운탕을 하는 집이 드물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유독 어죽의 맛이 그리웠다,

 

그런데 영동에 어죽을 하는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정말 맛있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Chat Gpt에서 추천한 유명 맛집들을 찾아가는데, 그럴 때마다 핸드폰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이젠 핸드폰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오후 3시인데도 식당 안에는 손님이 10명쯤 있다,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하나씩 시켜서 맛보는데, 어죽이 참 맛있다, 혼자서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다 먹고 나서 기분 좋게 식당을 나왔다, 다음 번에도 어죽이나 매운탕이 먹고 싶을 때 이 집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고서, 주인장한테 점심 때도 매운탕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까, 점심 때는 어죽 손님 때문에 바빠서 오후 2시 이후에 가능하다고 하면서,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오라고 말한다,

 

금산에서 영동 방면으로 아름다운 강을 따라 약 30분 정도 가면 도로 옆에 있는 맛집이니,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 놓은 청산식당에 가서 어죽 한 그릇 드셔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요,

 

<청산식당>

주소: 충북 영동군 양산면 금강로 815 

전화번호: 043-742-2203

 

사천에서 깊은 잠을 자고 나서 광복절인 8월 15일, 아침 일찍 사천 용궁 시장을 찾았다, 내가 잠잔 '무니' 호텔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용궁 시장이 있다, 용궁 시장에는 이름 아침인데도 손님들이 없다, 지난 번에 말린 바다장어를 샀던 가게를 찾는데 찾을 수가없다, 주인 할머니 얼굴을 보면 알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가게에서 사기로 마음 먹고 완전히 말린 장어를 찾아보는데, 반건조 상태의 장어만 판매한다, 커다란 반건조 장어 5마리 가격이 3만원이다, 전에 왔을 때 완전히 말린 장어 한 마리 가격이 1만원이었는데, 장사하는 사람이 완전히 건조시킨 장어보다 반건조 장어가 더 맛있다고 반건조 장어를 사라고 말한다,

 

그래서 반건조 장어를 6만원어치 사고서 시장을 구경하는데, 국산 갈치가 싱싱하다, 비늘이 반짝이고 서울보다 싼 것 같다, 우선 수입 갈치가 아닌 국산 갈치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5만원에 6마리의 갈치를 또 샀다, 갈치를 먹기 좋게 잘 토막내서 얼음을 넣고 꼼꼼하게 포장해서 준다, 통영의 서호 시장보다 좀더 싼 것 같다,

 

사천하면 쥐포다, 그래서 건어물 가게에서 쥐포 2봉지를 구입하였는데, 이건 내가 좋아해서 산 게 아니라 순전히 마누라를 위해 산 거다, 나 혼자서 여행하고 나 혼자 맛있는 것를 사먹으니 쪼금 미안해서 마누라님이 좋아하는 쥐포를 산 거다,

 

아침을 먹기 위해 9시30분에 통영으로 향했다, 사천에서 통영까지는 약 40~5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서호시장 내에 있는 복어국 맛집 '만성복집'으로 가는데, 통영은 내일(8월 16일)까지 한산대첩 축제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이 위치한 통영 항구는 양편으로 도로에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있고 통영 항구 주차장에 가려고 자동차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어제밤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냥 통영에 왔다면 큰일날 뻔 했다, 만약 어제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그냥 왔더라면 좋은 숙소는 고사하고 잠잘 곳을 잡지 못할 뻔 했다, 천만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면서 서호시장에 가기 위해서 도로에 정차된 자동차 뒤에 서있는데, 갑자기 내 앞의 길 옆에 주차한 자동차가 빠져 나온다, 와 이런 행운이! 아마 하나님께서 불쌍하다고 나에게 이런 행운을 주신 것 같다, 잽싸게 길 옆에 주차시켜 놓고 서호사장으로 향한다, 참고로 통영은 어느 곳에 자동차를 주차시켜도 위반 딱지가 없고 감시 카메라도 없다, 감시 카메라가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다,

 

서호시장 내 만성복집은 내가 통영에 올 때마다 찾아가는 복국 전문점이다, 이 집은 통영에서 복국을 제일 잘하는, 그야말로 숨어 있는 유명 복국집이라서 유명 연애인 뿐만 아니라 많은 식도락가들, 그리고 통영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복국집이다, 

 

3개월만에 찾아온 만성복국집은 유명세에 맞게 여전히 만원이다, 종업원의 안내로 자리에 앉아 참복지리를 시켰는데, 가격이 2만원으로 올랐다, 전엔 17,000원이었는데,,, 그래도 서울의 복국집과 비교하면 엄청 싼 가격이다, 그리고 참복을 많이 준다, 6개의 참복덩어리가 복국탕 속에 들어가 있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나서 '하삼동 커피점'에 가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나오는데, 예전에 통영에 올 때마다 매번 방문했던 커피를 직접 볶아서 파는 커피 사장이 나를 보더니만, 으아해 하며 아는 체 한다, 왜 자기 집에 오지 않고 이런 싸구려 커피점에 가느냐고 하는 것 같다,

 

참 당황스럽다, 사실 이 집은 예전에는 커피 맛이 좋아서 통영에 갈 때마다 갔었지만, 어느 날부터 커피 맛이 이상해졌다, 가격이 비싼 건 좋은데, 맛이 좋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것이 내 성격이다,

 

그래서 이제는 통영에 가게 되면 '하삼동 커피점'를 찾는다, 커피 가격이 싸고 커피 맛이 아주 좋다, 그리고 바리스타 사장과 여종업원 또한 친절하다, 그러니 누가 비싼 돈을 주고 맛없는 커피점을 찾겠는가,,,그런데 이 집은 에스프레소 잔이 없어서 큰 아메리카노 커피잔에 준다, 그래서 이번에 여행을 마치고 나서 다이소에 가서 예쁜 에스프레소 잔을 하나 사서 자동차에 실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줄 선물로 통영 꿀빵을 산 후 거제도에 가서 하룻밤 자고서 구경을 할까 생각하다가 8월의 마지막 휴가가 끝나는 시점에서 거제도에 갔다가 숙소와 식당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거라는 예감에,

 

또 TV 뉴스에서 내일 일요일(8월 16일)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접했기에 그냥 고향 함양에 가리라 작정하고 통영을 빠져나왔다, 나중 서울에 와서 뉴스를 보니까 거제도에 하루에 960mm의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나고, 집이 물에 잠기고 도로가 끊기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내가 하룻밤 거제도에서 잠잤더라면 집으로 올라오지 못할 뻔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통영에 온 것 같다,

통영은 참 맛있고 매력적인 도시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바가지 요금이 극성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서호시장,,

복집으로 유명한 통영 <만복식당>,,

장마가 지나고 나서도 비가 자주 온다, 그래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진다,

또 한가하다 보니 심심해서 호야나 난초들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여름 산속에 살다 보니 슬슬 방랑끼가 발동되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그래서 어딘가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통영과 사천, 그리고 거제도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은 8월 7일이 나의 생일인데, 누구 하나 제대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솔직히 섭섭했다, 그나마 미국에 사는 아들넘으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전화가 왔었지만, 마누라도 딸도 내 귀중한 생일날을 기억하지 못해서 생일인데도 미역국을 먹지 못하고, 다음 날 북경오리 전문점에서 간단하게 생일 파티를 치렀다,

 

어렸을 때는 내 생일날이 잔치날이었다, 떡도 하고 고기도 굽고, 근처에 사는 친척들이 다 몰려와 잔치를 치를 정도였는데, 지금은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더더욱 슬프고 가슴이 아리고 허전하다, 그래서 허전한 가슴을 달랠 겸, 또 옛날의 추억도 되새길 겸 이런 저런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통영과 사천, 그리고 거제도는 한 방향이고 강원도 삼척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면 약 4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상에 금요일(8월 14일) 아침에 강원도 산속을 출발하였다, 그런데 출발하기에 앞서 아침에 보니까 내가 아침마다 복용하는 홍삼 액기스를 다 먹었다, 

 

그래서 풍기의 인삼시장에 들러 홍삼 액기스를 구입하고 사천으로 가리라 작정하고서 울진을 거쳐서 풍기에 가는데, 오늘이 말복날 이라는 것을 알고서 풍기 톨게이트 맞은편에 위치한 삼계탕 집으로 향했다, 홍삼 삼계탕이라는 것을 시켰는데, 홍삼  세 뿌리가 들어간 것 말고는 별게 없다, 그냥 그렇다,

 

풍기 인삼시장은 여름철이어서 그런지 손님이라곤 나 뿐이다, 가을철의 풍기인삼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경기가 나빠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손님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심각하다, 그래서 15만원에 판매하는 100% 홍삼 액기스를 만원 깎아서 14만원에 구입하고 사천으로 향했다,

 

사천은 지난 번 여행 때 물가도 싸고 음식도 맛있고 인심도 좋았다는 기억 때문에 잠자리를 사천에서 해결하리라 작정하고서 '무니'라는 호텔<055-832-0090>에 숙소를 정했다, 

 

이 호텔은 주말이어서 가격이 8만원인데, 시설이 깨끗하고 주인 여자가 직접 청소하고 친절하다, 무엇보다 침대가 안락하고 베개 역시 푹신하고 좋다, 난 침대와 베개에 민감해서 매트리스가 좋지 않고, 베개가 좋지 않으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아주 나쁜 고질병이 있다, 그래서 호텔을 정할 때 이 점을 매우 중요시하는데, 가격 대비 이 호텔의 만족도가 매우 좋다, 화장실도 깨끗하다, 욕조가 설치되어 있고, 샤워 부스와 화장실이 파티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밖에  와이파이도 잘되고 넷플렉스도 볼 수 있다, 물론 난 티비를 거의 보지 않기에 관계 없지만 말이다,  

 

원래는 저녁 식사로 통영이나 거제도에서 장어탕을 먹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천에도 유명한 숨겨진 장어탕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벌리동 골목에 위치한 '창선식당'을 찾아가 장어탕을 시켰다, 12,000원 하는 장어탕이 너무 맛있다, 바다 장어를 갈아서 시래기와 들깨 가루를 넣어서 만든 장어탕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또 장어를 썰어서 고기 씹는 맛도 곁들인 여름 최고의 보양식인 것 같다,

 

이런 즐거움은 꼭 보물을 캔 기분이다, 주인 부부와 음식을 서빙하는 딸도 친절하고 자기들이 만드는 음식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그럴만 하다, 요즘은 모든 물가가 비싼데도 이 집은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받고 있다, 싸면서도 맛있고 또 친절하고,,,이런 즐거움 때문에 여행을 하는 거라고 나 혼자 웃고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감정을 간직한 채 호텔이 위치한 사천항으로 돌아왔다,

 

배가 너무 불러서 차를 주차시킨 후 산책할 겸 사천항을 천천히 구경하는데, 통영의 항구와 사천의 항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초라하고 쓸쓸하다 못해 꼭 페허의 항구에 와 있는 것 같다, 왜 사천에 관광객이 없는지를 깨닫게 된다, 통영과 다르게 관광객이 많지 않으니 대우를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가가 싸다,

 

다음 번에도 사천에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하고 호텔에 와서 샤워한 후 깊은 휴식에 들어갔다, 

 

사천 용궁시장,,

나는 호야을 좋아한다, 그래서 호야를 판매하는 호야꽃 전문 매장을 단골로 다니고 있으며, 유튜브에서 판매하는 호야를 구입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남사 화훼 단지에 들려서 호야와 여러 종류의 꽃들, 그리고 희귀 식물을 구입하는 게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식물들을 구입하면서도 항상 어딘가 부족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털보네 농장과 초록먼지 농장에 대한 소개 영상을 보고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지만, 호야 농장들이 경기도 고양시와 서산에 위치하고 있어서 쉽게 가지를 못했는데, 오늘(8월 5일) 고양시에 있는 초록먼지 농장에 가리라 작정하고 농장의 주소를 네비에 입력한 후 이른 아침에 출발하였다,

 

집에서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네비에 표시된 초록먼지 농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초록먼지 농장은 없어지고 다른 화초를 키우는 농장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이 농장에서는 호야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는 외국인 노동자의 말에 실망감을 안고 근처에 호야 농장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향하였다,

 

그러다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다른 호야 전문 농장을 발견하고 그 농장에서 호야 10개를 구입하였는데, 쓰레기통에 상한 호야를 포함하여 여러 식물들을 버린 것이 눈에 띈다, 그래서 버린 호야 중에 괜찮은 것들만 호야를 한아름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호야 농장에서 판매하는 호야 가격은 시중의 꽃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과 가격이 2배에서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매화호야 꽃핀 것을 보통 3만원에서 4만원에 판매하는데, 이곳에서는 1만원에 판매한다, 그것도 크고 싱싱한 것을,,,

그런데 또 다른 농장에서 내가 1만원에 사온 호야를 유튜브의 한 농장에서 12만원에 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처럼 꽃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큰 차이를 두고 있다,

 

다육이를 키우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망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나 할까, 머지 않아 호야를 파는 사람들도 다 망할 거라는 느낌이 온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호야를 비싸게 판매하는 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꼴이다,

 

태국이나 베트남에서는 호야가 1,000원~10,000원에 판매하는데, 이것을 한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가격은 보통 3만원이다, 

그리고 색이나 모양이 조금 특이하면 40,000원에서 10만원까지 가격이 훅 올라간다, 완전 사기 장사다, 

 

그래서 그런지 양재동 꽃시장이나 헌인릉 꽃시장에 가보면 손님이 없다, 폐업한 비닐 하우스가 많고  꽃 가게에는 손님이 없다,

왜 그러는지를 모르겠다, 정상적인 마진을 붙여서 판매해도 될 텐데,,,어쩌면 요즘 경제가 워낙 어렵다 보니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없어서 제일 먼저 꽃같은 식물을 사는 것을 자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호야는 열대 지방에서 나무에 기생하여 자라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호야는 그렇게 어렵게 키우는 꽃이 아니라는 것을 호야 농장의 사장으로부터 제대로 키우는 방법을 배웠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즐거워하며 산속 집으로 구입한 호야를 가져와 분갈이도 하고 쓰레기통에서 주운 호야도 새로운 화분에 심었다, 이렇게 해서 내가 구입한 호야만 50개가 넘었다, 농장에서 주워온 호야를 빼고서다,

 

호야를 정자에 걸어 놓거나 평상의 철제 선반에 놓아두었다, 호야는 바람과 햇빛이 중요하다고 한다, 물을 주는 방법도 화분을 '저면관수<低面灌水, 화분의 아래에서 물이 빨려 올라가도록 수통(水桶)에 물을 넣고 담그는 방법으로 다육이나 대명석곡의 물 주기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한다>' 방법으로 푹 담가서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 뒤, 양재동 꽃 시장에서 두 개의 호야를 우성농원에서 각각 35,000원에 구입하고선 물을 주는 시간에 대해서 배웠다, 물을 줄 때 최소 일주일에 2번, 저면관수할 때 7시간을 담가 두라고 한다, 다만 이런 호야는 수입 호야로서 화분이 적은 호야다, 그래서 난 산속에서 호야꽃을 보고 나서는 분갈이를 해준다,

 

호야 종류가 너무 많고 모양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꽃 모양도 다양하다, 그래서 나같이 변덕이 많고 싫증을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는 호야를 키우는 것이 알맞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분재를 하다가 동양란을 키우고 서양란을 키웠다, 또 다육이를 키우다가 이제는 호야로 취미를 변경하였는데, 언제 또 싫증을 내고 다른 꽃이나 다른 취미로 바뀔지 모른다, 내 마음 내가 모르는데, 누가 내 마음을 알까,

 

그러나 정자에 앉아서 호야꽃들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화가 나도 슬픔이 있어도, 또 기분이 나빠도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서 나는 호야가 좋다, 빨리 빨리 잘 자라는 변화가 많은 호야꽃이 좋다, 호야의 새순이 하나씩 나와도 좋고 새로운 꽃몽오리가 나와도 좋다, 

 

산속 마당에 있는 정자의 처마 끝과 입구에 호야를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탁자와 철제 선반에 서양란과 동양란, 그리고 베고니아 등의 꽃들을 놓아 두었다,

정자는 집 마당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서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동양란과 서양란, 그리고 호야들을 튼튼하게 잘 자라게 한다, 박쥐란도 세 개가 있는데,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지금 산속 마당에는 호야만 약 50개가 자라고 있다,

호야는 사람들이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고 하는데, 처음엔 나도 그 키우기 쉽다는 호야를,  비싼 호야부터 싼 호야까지 참 많이도 죽였다, 그래서 호야를 판매하는 호야 농장 사장들과 유튜브의 식물 집사들로부터 호야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배웠고, 심지어 호야 농장에 직접 찾아가서 호야도 구입하고 호야를 잘 키우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많은 실패를 하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다니,,,난 참 아둔한 바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정자에 많은 종류의 호야와 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른 아침에 정자에 앉아서 먼 동이 틀 때까지 가만히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명상을 하는 것처럼 머리가 개운해 지고 행복해진다,

 

비가 올 때도 빗소리를 들으며 꽃들과 숲을 바라본다, 문득 지금의 이 순간이 현실인가? 아니면 꿈속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7월 30일)도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나이가 조금씩 더 많아지니까 새벽에 잠이 깨고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 

 

더 이상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려고 하지 않고 마당으로 나갔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보름달이 마당을 훤하게 비춘다, 어쩌면 보름인지도 모르고 저녁 일찍 잠을 자서 잠이 깼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정자로 향했다, 정자에 있는 캠핑용 의자에 앉아서 깊은 숲속을 바라보는데, 평소에 항상 보던 숲과 전혀 다른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명이 펼쳐지던 숲도 아니고 노을이 물든 숲도 아니다, 비가 내리던 그 숲도 아니고 눈이 펑펑 내리던 황홀한 숲도 아니었다, 달빛에 의해 그려진 다른 세계의 그림, 아니 숲의 정령들, 혹은 신들이 그리고 연출한, 혹은 창조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달빛은 어둠과 하얀 빛으로 큰 소나무들과 숲을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

숲의 요정들이 몰려와 춤을 추기 위해 꾸며 놓은 무대의 막이 바로 올라갈 모양이다, 그리고 이어서 숲의 요정들과 신들이 함께 나와 축제를 할 모양이다,

 

난 이런 비밀스러운 모습을 살짝 훔쳐본다, 

 

곧 북소리와 피리 소리가 들리고 무대의 막이 열린다는 징소리가 들릴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한 장단을 맞추려고 정자에 걸어 놓은 목탁을 들고서 천천히 목탁을 두드린다,

고요했던 숲속의 새벽 하늘을 목탁이 정적을 깨우고, 맑은 목탁 소리에 서서히 숲의 요정들과 함께 신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목탁 소리에 개들도 일제히 '우우우 우우~우우~' 하고 낮은 톤에서 중간 톤으로, 급기야 하이 톤으로 강하게 긴 울음을 운다,

그리고 이어서 잠에서 깨어난 매미들도 노래를 부른다, 새벽에 우는 매미 소리는 처음이다,

 

지금 나는 다른 세계에 소풍을 나온 것 같다, 꿈속 같기도 하고 명상을 하다가 깊은 심연 속에 빠져든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깊은 바다 속 같기도 하고 구름 위 하늘 위를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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