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일이다, 머리 이마에 작은 점이 있었는데, 상처가 났다,
그런데 보통 때라면 3일에서 5일 정도 지나면 상처가 낫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상처가 낫지를 않는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분당 차병원에 가서 상처 부위를 검사받았다, 그리고 상처 부위의 피부를 떼어내어 암 검사를 의뢰했는데, 일주일 후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일주일 후 그 동안 상처 부위도 낫고 몸의 컨디션도 좋아져서 아무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차병원의 피부과를 다시 방문하였다,
담당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더니 피부암이라고 하면서 일종의 기저암<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의 기저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특히 햇빛에 오래 노출된 얼굴이나 코, 이마, 귀 등에 잘 생긴다>이라고 말한다,
순간 '암'이라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충격이 온다, 그러나 겉으로 동요하는 기색을 내색하지 않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수술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러면서 성형외과 의사를 만나라고 한다,
2층에 있는 대기실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5년 전에 수술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는 머리에 피부암이 발견되어서 5시간 동안 수술을 했었다,
전신 마취를 하라는 집도의(執刀醫) 말에 난 전신 마취는 안한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부분 마취를 한 후 수술을 받았다,
알다시피 전신 마취는 마취약을 주사하여 대뇌나 척수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이다, 내가 부분 마취를 선택한 이유는 나의 선배님이신 한 회장님이 전신 마취를 한 후 치매에 걸리신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머리를 절개해서 보니까 암이 더 넓게 번져 있어서 5cm 이상의 머리 부분을 절개한 후 피부를 잘라내고 머리를 봉합했는데, 집도의는 머리가 텅 비게 되면 외관상 흉하다고 머리 피부를 당겨서 억지로 봉합했다,
수술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나자 수술 부위의 마취가 풀려서 아픔이 극도로 달한다, 그리고 사각 사각 수술하는 소리, 즉 피부를 잘라내는 소리가 들리다보니 미칠 것 같았다, 3시간 동안 수술을 하다가 30분 동안 휴식을 취하는데, 아픔이 온몸에 번졌다,
담당 의사가 "마취를 다시 할까요?" 라고 묻는다, 내가 마취를 하지 말고 그냥 참겠다고 하니까, 나보고 참 대단하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그게 건강에는 좋다고 말한다, 30분 후 다시 수술을 시작하는데, 아픔도 계속 되다 보니 좀 견딜만하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계속 나를 최면시켰다, '아픔은 서서히 지나간다, 이 아픔은 쾌감으로 변한다, 난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 안 아프다,' 이렇게 나를 최면시키며 5시간 동안의 수술을 끝내고 병원 병실에 입원했는데,
이때부터는 통증을 줄이기 위한 몰핀 주사액을 맞아서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퇴원했는데,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서 그 동안 안심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른 부위에 피부암이 발견된 것이다,
피부암에는 세 종류의 암이 있다고 한다, 기저 세포암과 편평 세포암, 그리고 악성 흑색종이 있다, 또 피부 림프종과 피부 부속기암과 카포시 육종이 있는데, 내가 걸린 암은 그래도 착한 기저 세포암이란다, 기저 세포암은 대부분 성장 속도가 느리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매우 드문 착한 암이라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이다'라는 말이 이때에 가장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수술은 한 달 후인 10월 19일로 잡혔다, 그런데 이번에 내 수술 담당 의사가 바로 5년 전에 나를 수술했었던 그 의사다, 대학에서 강의하며 차병원에 요일별로 근무하는 조금 촌스럽지만 서글서글하며 수더분한 의사다, 나를 알아 보고서 반가워한다, 5년 전에 나를 수술하면서 5시간 동안 식사도 못하고 고생했기에 내가 나중에 감사 인사를 했었는데, 또 다시 인연이 연결된다,
차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마누라한테 암이라고 수술해야 한다고 하니까, 마누라가 깜짝 놀란다,
나는 미국에 있는 아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딸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도 수술 당일에 굳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였다,
5년 전에 수술을 받을 때 마누라가 수술실 밖에서 5시간 동안 마음을 졸이며 나를 기다렸고, 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나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었기에 고마운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을 시켰다는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담당 의사한테 간단한 수술이면 입원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그렇게 하란다, 사실 내 후배들 중 한 명과 내 동생 친구가 차병원 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내가 부탁하면 특별 대우를 해주지만, 만약 그렇게 할 경우 의사들이 부담을 많이 갖는 것 같아서 나는 모른 척하고 부탁하지도 연락하지도 않았다,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수술 날짜가 다가올수록 조금 걱정이 되고 안정이 되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구나, 이제는 내가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야 할 시간이구나, 세상에 대한 미련은 모두 버려야 하는구나,,, 이 날부터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지나온 세월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펼쳐졌고, 그 기억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라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수술 당일날 마누라는 내가 너무 걱정되어서 딸한테 이야기를 했나 보다, 딸이 아침에 집으로 찾아와 병원에 갈 때와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올 때 나를 직접 차를 몰아 데려다 주겠단다, 딸의 얼굴 표정을 보니 슬픔과 걱정으로 어둡다, 그래서 내가 절대로 아들과 딸한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던 건데, 고맙기도 하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수술 시간은 오후 2시이다, 그래서 오후 12시에 마누라와 함께 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차병원으로 향했다,
마누라와 딸은 내가 수술하는 동안 기다리겠단다,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여기에 있으면 더 부담되니까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말하고선 나 혼자 수술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수술복으로 갈아 입고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수술 부위에 마취제 주사를 몇 군데 맞고서 세 명의 의사가 수술을 하는데, 나는 두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했다,
'하나님, 지금 하는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게 해주시고, 더 이상 암 부위가 퍼지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이런 간절한 기도를 내가 얼마나 많이 올렸던가? 고등학교 다닐 때 폐결핵 판정을 받고 마산 국립병원에 입원했을 때, 난 매일 새벽마다 병원 내에 있는 교회에 가서 살려달라고 기도를 올렸었고, 살아가면서 어려운 난관들이 생길 때마다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었는데, 또 다시 마음 속으로 수술이 잘 끝나게 해달라고 기도드리고 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흡사 길고 긴 1년 같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수술 징후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30분 동안 의자에 앉아 쉬었다, 그리고 약을 처방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데, 좀 어지럽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더 이상 암이 전이되지 않고 간단하게 수술이 끝났다는 것이다,
집으로 오니까 마누라와 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깜짝 놀라면서 왜 연락하지 않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왔느냐고 야단이다,
내가 몸 상태도 괜찮고,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랬다고 하니까 딸은 눈물을 흘리며 섭섭해 한다, 아빠가 우리한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시고 베풀어 주셨는데, 이런 작은 일도 못하게 하느냐고 눈물을 흘린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니 나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었는데, 딸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섭섭함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내 방으로 와서 침대에 누웠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던 나의 행동이 과연 잘못된 것이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다 그 동안 팽팽하게 조여 있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면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머리 이마 부분과 귀 뒷부분 두 곳을 수술하고 나니 일주일 동안 샤워도 못하고 힘든 일도 못하니 참 답답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수술로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되새겨보며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마음을 쓰고 괴로워했던 일들, 이제는 지나간 일들은 훌훌 털어 버리며 살아가고 싶다,
작은 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더욱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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