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의 산골이야기/2023년 상반기(1월~7월) (40)
나의 산골이야기

산속에서 살면서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장난감을 조립해서 완성한 후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만족해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나이가 좀 들어서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집앞에 새로운 파고라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파고라는 쇠 파이프가 아닌 소나무 기둥과 소나무 각목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태풍이 불거나 폭설이 내려도 괜찮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산속에 혼자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나 혼자서 나무 기둥을 세우고 이런 저런 목공일을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많았지만 작업한지 일주일만에 아주 튼튼한 파고라를 완성했다, 사실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또 목공이 내 직업도 아닌데 그냥 나 혼자..

여름철 바닷가는 뜨겁다, 바다도 따뜻하고 모래사장은 뜨거운 열기로 맨발로 걸어다니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름철에는 바닷가 해수욕장으로 몰려든다, 장사꾼들이 설치한 파라솔이나 그늘막을 비싼 바가지 요금인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데,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외지인 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들은 절대로 바닷가 해수욕장을 이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산속의 계곡에 있는 개울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내가 사는 산속의 입구에는 해마다 인근 동네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더위를 피해서 물이 흐르고 그늘진 계곡으로 몰려와 고기도 굽고 술도 마시며 휴가를 즐긴다, 오래 전에 내가 처음으로 남미여행을 갔을 때다, 아마도 1986년도인 것 같다, 페루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에 갔..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그냥 하루 종일 논다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일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커피도 마시고, 과일

오랜만에 태양이 환하게 떠올랐다, 장마철로 인해 비가 며칠 동안 내려서 답답했었는데, 모처럼 비가 오지 않아 그동안 비 때문에 미뤄왔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고추밭에 가서 풀도 뽑고, 토마토도 곁가지를 자른 다음 비닐끈으로 중심 가지를 지지대에 묶어준다, 그리고 오이 넝쿨도 오이들이 옆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지대에 묶어주고, 호박 넝쿨도 잘 뻗어서 올라갈 수 있도록 지지대에 묶어준 후 몇 개의 어린 애호박을 따는데, 토마토, 오이, 등 열매 채소들이 덩굴지어 탐스러운 열매를 맺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얼굴에 기쁨이 가득해지면서 뿌듯한 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린 오이 한 개를 따서 깨물어 본다, 싱싱한 오이의 상큼한 향과 맛이 나의 오감을 자극하며 즐거움과 행복함이 뇌로 전달된다, 도시에서는 ..

산속에 있는 집 주변과 산 입구의 밭에 살구나무들을 심어놓았다, 이른 봄에 매화꽃이 피고 나면 그 다음에는 살구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그리고 6월말경이 되면 살구 열매들이 주렁 주렁 달린다, 살구 열매와 살구씨는 여러 가지 병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한다, 예컨대, 살구는 비타민 A가 많아 야맹증을 예방하고 혈관을 튼튼히 하는 효과가 있으며, 베타카로틴, 퀠세틴, 가바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여 암 예방에 도움이 되며, 또한 살구씨에는 올레인산,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이 많아 피부 건강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살구 열매가 익을 땐 참 즐겁다, 올해도 집 주변에 10 그루의 살구나무들이 열매를 맺어서 노랗게 익어간다, 평상을 설치해둔 바로 옆에 큰 살구나무가 있는데, 올해는 커다란 살구 열매들을 ..

산속에 휴식이 찾아왔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육이 선반을 나 혼자서 만들었다, 이틀 동안 만든 거다, 나의 목공 기술에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작품이라고 나 자신을 칭찬하며, 보고 또 보며 기쁨에 젖어서 환호성을 지른다, 아 난 전생에 목수였던가, 아니면 천재적인 목공 기술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가, 라고 나 자신을 치켜세우면서 나를 칭찬하고 또 칭찬한다, 다육이들을 새로 만든 선반으로 옮겼는데, 그 주변과 개집 앞이 지저분하다, 그래서 이왕 시작된 다육이 옮기는 작업을 깨끗하게 마무리하자고 마음 먹고서 죽은 다육이를 심어 놓은 화분들의 흙을 깨끗히 버린 후 빈 화분들을 모아서 플라스틱 상자에 담고, 그 주변의 쓰레기 같은 것들을 모아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는 등 완전히 정리하고 나니까 집 마당이 깨끗하고..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3일째 강원도 일대에서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면 산속에서는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비오는 날은 휴식하는 날이다, 그런데 비가 온지 3일이 되니까 온몸이 근질거리고 답답하다, 비오는 날은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날이다, 비오는날 빗소리를 듣는 조성진의 피아노곡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음악인 것 같다, 빗소리와 피아노 선율, 3일 동안 한 권의 추리소설과 두 권의 책을 다 읽었다, 책속엔 내가 모르는 지식과 진리와 즐거움이 숨겨져 있고, 추리소설은 가슴을 졸이게 하고 스릴을 느끼게 한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듣는다, 아무리 들어도 난해하고 어렵다, 고난도의 최고의 음악인 말러의 교향곡은 비가 올 때 들으면 더욱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며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산속은 그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도시의 경우 낮에는 34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인데도, 산속의 경우 낮에는 25도 안팎이다, 밤이 되면 15도에서 20도 정도의 온도가 된다, 그래서 저녁에 잠을 잘 때는 침대 속에 물을 끓인 보온 물주머니를 넣거나 전기장판을 약 1시간 정도 가열한 다음 두꺼운 거위털 이불을 덮고 잔다, 지금 도시에서는 폭염과 열대야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고 난리인데, 산속에서는 집안이나 정자, 아니면 텐트가 쳐져 있는 평상에 들어가 있으면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가 온몸을 식혀준다, 마치 구름 속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육이와 여러 종류의 호야를 키우는 방법을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의 무지(無知)로 작년 한 해 동안 얼마나..

평상의 지붕이 완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자 지붕도 새롭게 완성되고 해서 여유롭다, 그래서 커피를 마실 때는 이제는 정자에서 마시지 않고 평상의 캠핑용 의자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평상 위에서 연못을 바라보면 벚나무 가지가 시야를 가려서 신경에 거슬린다, 그래서 사다리를 가져다가 높은 곳의 벚나무 가지들을 잘라주었는데, 이번에는 작년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부러지고 굽혀진 대나무 가지들이 연못 위로 휘어져서 햇빛과 시야를 가리고 있다, 지난 주에 연못 속에 백연과 수연, 그리고 파피루스를 심어놓았었는데, 하얀 백련꽃이 대나무 가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톱과 낫을 가지고서 부러진 대나무들을 톱으로 자르고 낫으로 정리해서 대나무 사이 사이로 끌어내는..

산속의 절정은 5월과 6월이다, 사람으로 비교 하자면 30대에서 40대의 나이다, 그래서 산속에 있으면 그 변화에 매번 놀라고 감탄하게 되며 신비로움을 느낀다, 온갖 야생화와 약초와 독초 그리고 산나물이 산속 곳곳에 하루가 다르게 싱그러움을 뽐내며 잘 자라고 있다, 특히 몸에 좋다는 약초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데도 눈으로 보기만 하지 채취해서 먹지를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점점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를 요리해서 해먹는 게 귀찮다, 그래서 서울 집에서 마누라가 준비해준 반찬과 채소, 과일과 유제품 등을 가져와서 먹다 보니, 산속에 있는 산나물이나 약초 등을 채취해서 음식을 해먹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머위가 암을 예방하고 염증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리산의 앞밭과 산속집 주변 곳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