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의 산골이야기/2025년 산골이야기 (13)
나의 산골이야기

벚꽃 - 작자 미상 - 길가 가로수벚꽃 주저리 주저리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아침 이슬 먹음은울먹울먹 눈물담고울멍울멍 물방울들 아침 찬란한둥근 태양 떠올라몇시간 후면 처연득히벚꽃들 언제 그랬냐고 예쁜척 도도한아름다운 자태 보노라면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어라 벚꽃 - 이재기 - 백설기 떡잎 같은 눈봄날 4월 나뭇가지에온 세상의 나무를 네가 덮었구나 선녀 날개옷 자태인 양우아한 은빛 날개 펼치며송이송이 아름드리 얹혀 있구나 희지 못해 눈부심이휑한 마음 눈을 뜨게 하고꽃잎에 아롱진 너의 심성아침 이슬처럼 청롱하구나 사랑하련다백옥 같이 밝고 선녀 같이 고운 듯희망 가득 찬 4월의 꽃이기에 벚꽃잎이 - 이향아 - 벚꽃잎이 머얼리서 하늘하늘 떨리었다 떨다가 하필 내 앞에서 멈추었다 그 눈길이 내 앞을 운명처..

3월말인데도 강원도 산속에는 눈이 온다, 비와 눈이 함께 섞여서 오다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경남 산청과 의성, 영덕(안동, 청송, 영양)에서는 산불이 꺼지지 않아서 전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런데 오래 전에 삼척 시청에서 산림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현재는 산림청 소속 산불 감시원으로 우리 산속 입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선생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년 주기로 산불이 나는데, 이건 사람의 실수로 산불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산불이 나야만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산불이 나야만 일자리가 생기는 직업들, 예컨대 묘목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불에 탄 나무들을 자르는 사람들, 그리고 운반하기 위해 임도를 만드는 사람들과 새로운 나무 묘목을 심고 가꾸는 사람들 등등이 아무도 몰래 ..

따뜻한 봄볕에 잔설이 녹는다는 말처럼, 봄이 와서 날씨가 따뜻하지만 강원도 산속은 여전히 눈이 많이 쌓여 있다,아직 추위가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봄의 전령'이라 부르는 매화나무는 꽃몽오리를 터트리기 위해 한껏 부풀어져 있지만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가운데 홀로 꽃을 피우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지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 같다, '설중매(雪中梅)'라고 불리우며 엄동설한을 이겨 내고 채 가시지 않은 추위에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설중매도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에서 고결한 자태와 기품을 간직한 채 꽃몽오리를 피우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 작년 이맘 때도 그러했는데, 올해도 눈이 1m 와서 꽃나무들을 심지도 못하고 나의 손발이 옴짝달짝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기후 변화로 인해 봄에도 눈이 오고..

3월 13일(목) 아침 9시에 강원도 산속을 향해 출발하였다, 지난 주 토요일(3월 8일)부터 3일 동안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도망치다시피 산속을 탈출해 집으로왔었는데, TV에서는 연일 강원도의 폭설로 인한 여러 가지의 피해 상황을 전한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고 걱정이 되어서 거의 매일 강원도 임원 이장를 비롯한 몇몇 지인들한테 전화를 걸어 눈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3월 10일(월) 부터 온도가 많이 올라가 마을에는 눈이 다 녹았다고 하며, 우리 산속 집으로 올라가는 길도 어쩌면 눈이 녹았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목요일 아침에 강원도로 향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으로는 걱정이 많이 된다, 만약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해도 차량이 올라가지 못하기..

봄을 준비하는 산속의 시간은 마음이 바빠지고 어떤 일부터 먼저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저녁에 잠을 자려고 해도 걱정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예년 같으면 산속에 있는 나무들 전지 작업부터 시작해서 과일 나무나 꽃나무들에게 비료와 퇴비를 주었는데, 올해는 산 입구에 있는 사과나무 밭의 풀을 베어야 하고 나무 전지 작업도 해야 하고 퇴비도 주어야 한다, 산 입구에 있는 밭의 경우, 나는 가급적 최소한의 농약을 살포해서 친환경 농법으로 과일 농사를 짓고 있다, 왜그러냐면 오래 전에 일본의 '이시카와 다쿠지'라는 사람이 쓴 「기적의 사과」라는 책을 읽었는데, 제초제나 살충제가 얼마나 인간의 몸에 해롭고 자연 환경에 위험한지를 알려주면서 친환경적 농법으로 사과나무를 재배하는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

2월 중순의 강원도 산속은 낮에는 따뜻하고 밤은 차가워서 얼음이 꽁꽁 언다,그러다 보니 개울은 얼음이 녹으면서 흐르는 물소리가 바이올린의 현을 켜는 듯한 청아한 소리를 낸다, 땅도 녹지 않아서 나무를 심을 수도 없고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밤의 산속은 별들이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벽난로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책을 읽을까, 아니면 집을 정리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불멍을 때리자고 마음을 먹고 소파에 앉아서 빨갛게 타오르는 불을 보며 음악을 들으면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나 혼자서 있는 게 너무 좋다,편하다, 그냥 모든 걸 내려 놓고 텅 빈 마음과 머릿속을 다 비우니 편안하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불빛만 바..

설 명절을 보내고 떠나는 강원도로 가는 길은 눈 때문에 고난이 예상되는 길이지만 개들에게 사료를 줘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게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 이유는 집에만 있으면 마누라 잔소리 때문에 짜증이 나기에 도망치듯 산속으로 향했다,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고속도로 양옆에 눈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산속에 살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겨울철에 눈이 많이 와서, 예컨대 산속으로 가는 임도에 5cm 이상의 눈만 내려도 자동차가 다니질 못한다, 그밖에 여름철 장마나 태풍으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여 임도가 막혀서 산속 집에 못갈 때가 있다, 며칠 전에도 전국에 10~30cm 이상의 많은 눈이 왔었는데, 살짝 걱정이 된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어제까지 내린 눈 탓인지 고속도로는 자동차가 많..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다,참 빨리도 시간이 간다는 생각에 허탈하다, 흡사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나 영영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런 기분과 같다,너무 아쉬운 마음에 허탈해서,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아쉬움 때문에 막걸리 한 병과 함께 홍어회를 먹는다, 오랜만에 마시는 막걸리 맛은 흑산도 암놈의 홍어회와 최고의 조합으로 나를 기분 좋은 취함으로 인도한다,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같은 홍어라도 칠레산 홍어와 우리나라 흑산도 홍어맛은 완전히 다르다, 또 암놈 홍어와 숫놈 홍어회 맛 역시 완전히 다르다, 이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홍어를 맛보아야 겨우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최고의 홍어 맛은 푹 잘 삭힌 홍어를 먹을 때다, 잘 삭힌 홍어는 입 안에 넣을 때 코가 뻥 뜷리는..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서 하루를 쉬고 나니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일요일(26일) 아침 9시에 산속을 향해 출발하였다, 강원도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는 도로 양옆이 눈으로 뒤덮혀져 있어서 불안하기만 하다, 다행히 쌍용자동차 SUV 쿨맨은 겨울철에 눈길을 달릴 때 winter 라는 기능이 있어서 윈터 버튼을 누르고 달리면 눈길에도 잘 탈 수 있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천천히 달려서 산속 입구에 도착했는데, 자동차가 과연 산속 집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걱정되어서 4륜 구동으로 바꾸고 타이어에도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스노우 타이어 스프레이를 뿌린 다음 수동 모드로 천천히 임도를 달렸다, 약 20분쯤 올라갔을까, 임도에서 미미가 혼자서 작은 짐승을 사냥해서 먹고 있는 것을..

1월 산속의 겨울은 생각하기에 따라 완연히 다른 것 같다,춥고 삭막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곧 따뜻한 봄이 올 것이고,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온 시간을 유추하며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 바로 겨울이다, 겨울은 또한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따뜻한 열기와 불꽃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이다,차가운 날씨 속에 모닥불 주변에 앉아 바라보는 활활 피어오르는 불꽃은 겨울 축제의 시작이다,겨울 여신이 눈과 추운 날씨와 함께 찾아와 그동안 일하느라 고생했다고 휴식을 취하라고 알려주는 시간이다, 차가움 속에서 불꽃과 함께 따뜻함이 함께 하는것은 신비하다, 예컨대 뜨거운 사우나를 하고 나면 땀이 흐르고,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차가운 물속에 들어갈 때의 시원함은 쾌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