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통영 여행,(1) 본문
통영은 내가 자주 방문하고 요즘 유행하는 '한 달 살기'처럼 언젠가는 한번 살아보려고 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다,
우리나라의 유명 예술가들이 많이 태어나고 사랑해서만이 아니다, 날씨가 따뜻하고 바다와 가까운 아름다운 해안 도시라서만도 아니다, 오래 전부터 항상 살고픈 도시라서만이 아니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씨가 1962년에 발표한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인 통영이 '동양의 나폴리 또는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어서도 아니다, 또 내가 좋아했었던 여자가 살았던 곳이라서도 아니다,
통영 부둣가에 위치한 한의원 집 딸인 '강선옥'이라는 이름도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통영을 오려고 하는 것도 그때의 강선옥을 기억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른한 추억이 안개가 피어오르듯 가물가물 그 시절이 기억에 떠오른다,
"봄은 나비등을 타고 온다"고 시로 표현했던 강선옥, 지금 살아 있을까,,,
고성 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육지부와 바다 위에 떠있는 150여 개의 섬을 가지고 있는 통영은 바다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항구가 아름답고, 통영 서민들의 애환과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통영 사람들의 인심은 전국 어디에서보다 후하고 여유로우면서 좋다, 그리고 물가가 싸다, 특히 천연 해산물, 굴, 생선, 멸치, 그리고 건어물 등 통영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이 매우 싱싱하고 값이 싸다, 그와 더불어 장사하는 사람들 또한 야박하지 않고 인심이 후하다, 그래서 통영에 오게 되면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시골 인심을 떠오르게 하면서 그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은 동심을 느끼게 된다,
고향 함양에 들렸다가 통영에서 하룻밤을 자려고 작년에 묵었던 모텔에 짐을 풀고선 주인 여자에게 통영의 맛있는 굴밥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내가 모르는 굴 전문 음식점을 소개해 준다, 메모지에 '대풍관'이라는 상호를 예쁘게 써서 준다,
아직 피로가 덜 풀렸지만 간단히 샤워를 한 후 네비에 대풍관이라고 치고 통영 바닷가 길을 천천히 달려 대풍관에 5시 30분쯤 도착하니,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이 일러서인지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많지가 않다,
굴 코스(A, B, C코스) 요리 중 A코스<1인당 28,000원>를 주문하였는데, 크고 싱싱한 굴요리들이 나오는데, 맛이 최고다,
점심을 대충 먹은 탓인지 한 가지의 요리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만 같다,
여행의 즐거움과 행복함은 이런 우연함이 갑자기 다가올 때다, 이런 행운은 여행할 때 우연히 일어난다, 서울이나 강원도에서는 만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통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통영이 좋다,
모텔로 돌아와서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TV를 늦게까지 보다가 간신히 잠이 들어 늦잠을 잤다,
게다가 어젯밤 맛있는 요리라고 과식을 했더니 밤새도록 속이 더부룩해서 고생하였는데, 중간에 잠자다가 일어나서 소화제와 까스명수 한 병을 마셔서 겨우 진정이 되었지만 아침에 식욕이 없다,
원래 계획은 통영의 서호시장에 위치한 <만성복집>에 가서 아침으로 복국을 먹을 작정이었는데 생각이 없다,
요구루트 한 병과 커피 한 잔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통영 활어시장을 찾았다,
통영의 시장은 참 독특하다, 같은 업종의 똑같은 장사를 해도 서로 싸우거나 손님을 가로채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 가게를 칭찬하면서 서로 도움을 준다, 이런 장사의 형태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기한 광경이다, 그래서 통영이 좋다,
살아있는 참돔 한 마리와 숭어 한 마리를 회를 뜬 다음, 근처에 있는 건어물 가게에서 멸치 두 박스를 사가지고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로 향하는데, 도로 옆에 통영특산물인 꿀빵을 파는 가게들이 보인다, 작년에도 이맘 때쯤 통영에 와서 꿀빵을 사갔는데, 식구들이 너무 달다고 사오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살까 말까 망설이는데, 단맛을 줄였다는 미락 꿀빵집의 광고 문구가 내 눈길을 끈다, 그래서 아침도 안먹었는데 운전하면서 간식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선 꿀빵을 사려고 만원을 꺼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맛을 맛볼 수 있는 모둠 꿀빵 세트를 사려고 하는데 12,000원이란다,
내가 만원권 한 장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본 사장은 첫 개시이고 우리집을 찾아준 고마움으로 만원만 달라고 한다, 내가 좀 당황해서 2,000원을 더 준다고 해도 됐단다, 서울이나 강원도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이런 작은 즐거움때문에 통영을 자주 찾는 것이리라,
다음 달에 다시 한번 더 통영에 와서 도다리 쑥국을 먹고 가야겠다고 결심하며 고성으로 향했다,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통영을 방문해서 이런 아름다운 경험을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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