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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함양을 가다,,(2)

영혼의 수도자 2023. 2. 11. 17:09

오랫만에 고향으로 간다,

할아버지 산소에 인사도 올릴겸, 그리고 오래된 산소에 봉분을 새로 만들고 묘를 새로 단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함양에 간다, 하지만 이런 묘지 조성보다는 내가 태어난 고향 함양에 가고 싶은 원천적인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동네 옆에 있었던 신사탑이 있었던 자리에 새로 단장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니 옛날 모습은 다 없어지고 대나무와 느티나무와 참나무들이 더 크게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신사탑은 철거되고 6.25 참전 용사들을 위한 충혼탑으로 새로 단장되어 있었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벤치 공원으로 바뀌어져 있어서 마치 새집을 구경하는 것만 같다,

 

도로도 2차선으로 넓히고 아스팔트로 포장했다, 옛날엔 1차선이었고 비포장 길이었는데,,,그리고 그 앞에 여름철 내내 수영하며 물속에서 놀았던 강<강이라 하기엔 좁고 개천이라 하기엔 넓은 강>이  흐르고 있는데, 지금은 가뭄 때문인지 수량이 적어 조금 밖에 흐르지 않는다,

 

옛날 내가 어릴 때는 강물이 많이 흘러서 수영하고 또 위험했었는데, 내가 매일 수영했었던 큰 바윗돌을 찾아가 보니 모래와 작은 돌들이 큰 바윗돌을 뒤덮혀서 1/10 정도만 바윗돌이 보인다, 이 큰 바윗돌은 지금도 가끔 내 꿈속에서 나온다, 꿈속에서 이 큰 바위 옆에서 헤엄치다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통스러워 잠을 깬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강물이 이 큰 바윗돌을 휘감고 물길이 빙빙 돌아서 해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물에 빠져서 죽었었다, 나도 두 번이나 이 빙빙 도는 물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거의 죽을 뻔했었다, 한 번은 홍수가 나서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 났는데, 이 바위 근처에서 헤엄치고 놀다가 물길 속에 빠져들어가 아무리 헤엄을 쳐도 빠져나오지 못해서 기절을 했는데, 동네 어른들이 나를 물속에서 구출해 내가 눈을 떠보니 우리집 마루에 누워 있었던 장면을 지금도 악몽처럼 꿈을 꾼다,

 

우리 산소가 있는 곳에 내 친구 병탁이 형이 살고 있는 집이 있다, 예전엔 이곳에 집이 없고 누에를 키우는 잠실(蠶室, 누에를 치는 방)만 있었는데, 이 잠실에서 병탁이와 영식이, 창수,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서 함께 놀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참 좋았었다, 아무런 욕심도 없고 그냥 친구라서 함께 사과 서리도 하고, 수박 서리도 하고, 또 동네 닭 서리를 하러 갔다가 닭들이 놀라서 울어대는 바람에 도망쳐 나와서 웃고, 함께 술을 마시며 인생을 논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영식이도 먼 곳으로 떠나갔고, 창수는 연락도 안돼고, 오직 병탁이만 가끔 연락이 된다, 병탁이는 나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주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서 유달리 남모르는 깊은 정이 있고 마음이 통한다,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성격이 좀 변했다, 개성이 너무 강하고 세상에 대해 반항하는 십대의 사춘기 소년 같다고나 할까, 술에 취해서 함양의 밤거리를 소리 소리 지르며 고함치던 그 병탁이가 나는 좋다, 이런 순수한 병탁이가 좋다, 지금도 나를 만나면 씨부랄 넘 하고 욕부터 한다, 

 

이 세상에서 나한테 욕을 하는 사람은 오직 내 친구 병탁이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나한테 욕을 하는 병탁이가 좋다,

우린 겉으로 나타내진 않지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다른 집으로 재가해서 할머니 손에 자란 나와 큰 어머니의 손에 자란 병탁이와 아주 성장 환경이 비슷하다,

 

병탁이는 자기 큰 어머니가 친어머니인 줄 알고 살았었는데 고등학교 때 알았다고 한다, 그때의 충격이 어떤지를 조금 알 것 같다, 그때부터 병탁이의 성격과 세상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그리고 나중 병탁이는 자기를 버린 어머니와 왕래하며 지금까지 잘 살아오다가 얼마 전 어머니께서 치매에 걸려서 지금은 병탁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단다, 자기를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며 함께 사는 병탁이의 착한 심성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다,

 

또 나와 다르게 병탁이는 착한 마누라를 얻어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신다고 한다, 

병탁이 생각을 하며, 서울집으로 돌아와서 급히 전화를 걸어 병탁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울었다, 또 다른 친구 강인행이도 병탁이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고 만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서 내가 사는 강원도 산속에서 병탁이와 함께 만나 소주 한 잔 하면서 옛날 이야기를 하자고 몇 번이나 나한테 전화를 했었지만, 병탁이는 거절했었다, 이제는 인행이도 먼 길을 떠나서 오직 병탁이와 나만 남았다,

 

강인행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더 늦기 전에, 아니 내가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병탁이 얼굴을 보고 눈을 감아야겠다고 결심하며, 그립고 보고 싶은 병탁이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함양 충혼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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