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메르조가에서의 사막 투어,,(13) 본문

해외여행/북아프리카(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메르조가에서의 사막 투어,,(13)

영혼의 수도자 2024. 4. 26. 05:08

이번 모로코 여행의 하일라이트인 사막 투어를 시작한다, 내가 그렇게도 소원하던 사막 투어다,

난 사막하고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는지, 아니면 사막과 원수를 졌는지, 내가 사막을 가려고 하면 사막에 살고 있는 사막의 신(神)께서 1년 동안 한 번도 내리지 않았던 비가 오게 한다든지, 아니면 안개가 잔뜩 끼고 바람이 불어 사막 투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내심 이번에는 또 무슨 징크스가 발생할까? 이번에도 내가 그렇게 원했었던 사막에서 별 보고 와인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추측과 함께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사막으로 가기 위해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가려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 동안 내리지 않았던 눈이 모로코의 휴양지인 이프란에 가까이 다다르자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도로는 눈으로 뒤덮여서 자동차들이 꼼짝 못하고 서있다,

 

우리가 탄 미니버스 역시 약 40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는데 운전기사가 차량들 사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핸들을 돌릴 때마다 도로가 미끄러워서 차가 휘청거린다, 모두들 사고 날까 겁이 나서 기사에게 'Be careful', 하고 소리치는데, 운전에 능숙한 관록의 기사는 미끄러운 도로를 조심스럽게 빠져 나와 어느 호텔 앞 주차장에 버스를 세운다, 

 

가이드 모하메드가 30분간의 휴식 시간을 주었기에, 우리는 이곳에서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기로 하였다, 손님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겨울의 휴양지 호텔에 갑자기 우리 일행이 들어오니 종업원들은 신이 났다, 그래서 우린 호텔의 카페에서 화장실도 가고 커피 한 잔씩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도로 위의 눈을 치우는 제설차가 와서 눈을 대충 치우게 되자 우리 버스도 움직였다,

 

눈 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메르조가에 있는 사막 초입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중이다, 가지고 온 캐리어 가방을 사막의 호텔 안에 보관하고 작은 배낭 메고서 미리 준비해둔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간다,

 

캄캄한 사막을 낙타가 움직이는대로 하늘의 별만 보고서 터벅 터벅 사막길을 걸어간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헤드 랜턴을 머리에 쓰고 어두운 밤길을 비춘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것 같다, 오직 나 혼자만이 준비해 온 모양이다, 해드 랜턴 불빛을 사막 위에 비추면서 1시간 동안 사막길을 걸어가니 그런대로 운치가 서린다,

 

사막은 어둠 뿐이다, 하늘의 별들만 찬란하게 비추는데, 흡사 옛날 아라비아 대상들<카라반>이 장사하기 위해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걸어가는 것처럼, 혹시 전생에 내가 사막길을 따라 실크로드를 횡단하며 장사했던 상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전생과 이생, 그리고 내일,,,가슴이 서늘해지며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지는 것만 같다, 문득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녀와 함께 단 둘이서 별들이 찬란한 사막 위를 손을 잡고 걸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해본다,

 

내 옆좌석 파트너인 엄교수는 13년 전에 마라케시에서 1박 2일 사막 투어를 해보았다고 하면서 사막에서의 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큰 텐트 안에서 남자 여자가 따로 잠을 자는데, 모포 하나만 주기 때문에 새벽이 되면 엄청 춥다고, 그리고 화장실이 없어서 모래 언덕에 가서 몰래 일을 봐야 한다고, 그리고 텐트 한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3~4명의 원주민 베르베르족들이 차를 끓여 주고, 콩수프와 빵으로 식사를 대접한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후에 베르베르족들이 북을 치며 흥을 돋게 한 후 여행객들 모두 춤추고 노래하며 사막의 밤을 보낸다고 얘기해준다, 

 

그런데 사막의 숙소에 도착해보니 엄교수가 얘기한 열악한 숙소가 아니다, 발전기를 사용하는지 전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거대한 텐트가 아닌, 호텔처럼 더블 베드와 트윈 베드로 된 각자의 방이 있다, 방안을 살펴 보니 전등불을 켤 수 있고, 모래 위에 두꺼운 메트리스가 깔려 있으며 두꺼운 담요가 두 장씩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화장실은 완전 수세식이다, 13년 전의 전통적인 사막 숙소가 아니다,

 

내가 상상했었던 그런 열악한 사막의 숙소가 아니기에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어진다, 이런 곳이라면 한 달 동안도 있을 수 있겠다, 

 

숙소 한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운다, 나무가 없는 사막에서 불을 피우기 위해서 시내에서 장작을 가져와 불을 피운다고 한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박인희가 부르던, 나의 대학시절, 1970년대 유행했었던 그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아 내가 원하던 그 황량한 사막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실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오니 함께 온 여자들이 모닥불 주위에 몰려 앉아서 신나게 이야기한다, 사막에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니 흥분된다고 이야기한다, 아 여자가 불을 보면 흥분한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그래서 배낭에서 와인을 꺼내 와서 병마개를 따는데 또 다른 여자가 팩소주를 꺼내 놓는다, 그리고 젊은 부부가 맥주를 꺼내 놓고,,,

 

식사를 하기 전, 우리는 와인과 맥주, 소주로 건배를 하였는데, 머 나보고 건배 재창하라고 해서, 큰 소리로 "사막의 밤하늘 모닥불 아래서"라고 소리치니 모두가 합창하고 단숨에 술을 마신다, 그리고 곧 닥쳐올 기대감에 몸을 떤다, 별이 찬란한 밤, 사막 위에서 첫날밤을 맞이하는 새색시처럼 흥분에 기대감에 몸을 떤다,

 

잠시 후, 전등불이 환하게 켜진 숙소 한가운데서 식탁이 차려지고 금방 만들어진 타진이 나오고 과일도 나온다,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사막 모래 위에서 함께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도시의 식당에서 먹었던 타진과 맛이 영 다르고 맛있다, 사막의 주인인 베르베르인이 우리 모두에게 박하차를 대접한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곧 펼쳐질 현란한 무대의 막이 올려지길 기대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불빛 아래서 서로 얼굴들을 마주보고 앉아서 이야기하니 금방 친해지면서 10년 지기가 된 것 같다,

 

 

          우리가 식사하고 춤추고 노래했었던 곳,,

          이렇게 다양한 북들로 밤 하늘을 울려퍼지게 했다,

          내가 잠잔 사막의 호텔 방,

          맨 먼저 박하차를 마셨다,  

          저녁 식사로 나온 타진 요리, 참 맛있었다, 

          모로코 베르베르족,,

          북을 치기 시작했다,

          북치고 노래를 한다,

          내가 팁으로 100 디람을 주니까, 이때부터 완전히 신이 나서  5명의 베르베족 남자들이 북을 치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