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12) 본문

해외여행/북아프리카(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12)

영혼의 수도자 2024. 4. 25. 05:08

모로코는 참 이상한 나라다, 어떤 곳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2시간 동안 차로 달리게 되면 하늘은 코발트 혹은 블루 칼라의 푸르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너무 파래서 눈이 시리고 가슴 속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다,

 

버스를 타고 오랫동안 도로 위를 달리는 가운데 밖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광은 수시로 변화한다, 마치 한 편의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시간 속으로 내가 스쳐지나가는 저 너머 산골 너머로 수많은 이야기들과 애환들이 뒤섞여 있으리라,

 

어디선가 많이 보아온 것 같은, 꿈속에서 보았었던 풍경들이 눈앞에 스쳐서 지나간다, 구름도 스쳐 지나가고 강물도 지나가고 나무도 지나쳐 흘러간다, 눈 쌓인 산들도 사라져 가고 사람들도 사라져 간다, 당나귀를 타고 가는 남자도 지나가고, 머리에 물건을 이고 시장에 가는 할머니도 지나가고 얼굴에 니캅<눈을 제외한 몸 전체를 검은 천으로 가린 옷>을 쓴 아낙네도 지나간다,

 

그림처럼,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그렇게 모두가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나도 가고 또 다른 나도 지나간다, 내 친구도 지나가고 너도 지나간다, 내 가족도 지나가고 나의 옛 추억들도 지나간다, 어릴 때 담장 밑에서 혼자서 울고 있는 나도 지나가고, 밤길을 걸으며 술에 취한 나도 지나간다, 또 다른 내가 지나간다, 내일의 내가 지나간다, 어저께 죽은 친구도 지나간다,

 

모두가 지나간다, 알렉산더 대왕도 지나간다, 말을 탄 로마 병정들이 지나간다, 스페인 군인들도 지나간다,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다 지나가는구나, 시간과 함께 모두가 다 구름처럼 흘러서 지나가는구나, 영광스럽고 호화로운 궁전도 지나가고 찬란한 이슬람 성전도 지나가는구나, 모래가 되어서 다 지나가는구나, 모래는 흙이 되고 먼지가 되어서 원래의 모습인 무(無)가 되어 사라지는구나,

 

나의 지난 과거도 스쳐 지나간다, 지나간 것을 붙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는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매일 매일 후회하고 지나간 옛일에 가슴 아파했었던 나의 어리숙함을 마치 이해하지 못하는 한 폭의 추상화를 보듯, 그렇게 그림을 보듯이 멍하게 바라본다,

 

스쳐 지나가는 풍광은 아름다운 풍경도 있지만 사막같이 나무 하나 풀포기 하나 없는 삭막한 풍광도 있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세상살이를 자연에서 배우는 게 아닐까,

 

수천 년의 역사 속에는 무고하게 아픈 경험도 있고 슬픈 역사도 있고 하소연 못할 아픔들도 있으리라, 그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 다 파묻혀서 모래 알맹이가 되어 바람에 휘날리게 된다, 어쩌면 나는 지금 영화 속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구경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나 현실이나 지나간 역사 속의 한 장면이나 무엇이 다를까,

 

 

          한 명의 아기를 업고 한 명의 어린아이 손을 붙잡고 가는 여인이 어쩌면 우리 인생의 고달픈 역정처럼 느껴진다,

           눈이 많이 쌓여 있는 아틀라스 산맥은 모로코의 젓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런 풍경은 어디선가 많이 보았었던 풍경들이다, 인도의 라다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남미 볼리비아의

          산길을 닮은 것 같아서 반갑다,

          꼬불 꼬불하고 산위에는 눈이 쌓여 있고, 길에는 꽃들이 피어 있고, 계곡에는 강물이 흐르고, 이런 아름다운

          길들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식당인데, 음식이 참 맛있었다,

          난 꼬치구이를 먹었는데 최고로 맛있었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새로운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인데,

          모로코의 색다른 음식들은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가격도 싸면서 여러 종류의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는 건 기쁨과 행복감을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