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사하라 사막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1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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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14)

영혼의 수도자 2024. 4. 27. 05:04

저녁 식사를 끝낸 사막에서의 밤은 베르베르족의 북치는 소리로 밤하늘을  둥둥거리며 흔들어 놓는다,

베르베르족 세 사람은 작은 북 6개을 가져와 모닥불에 북을 말린 후에 북을 치기 시작한다, 일정한 리듬으로 노래와 함께 손가락과 손바닥을 이용해서 두드리는 작은 북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을 두드린다,

 

별들이 찬란한 밤하늘의 사막 속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밤하늘과 사람들의 심장을 함께 두드린다, 한(恨)이 서린 것 같은 베르베르족의 노래 소리는 황량한 사막에 살면서 겪는 그들의 고달픈 삶을 위로하는지 애절하게 들린다, 혹은 신에게 드리는 간절한 기도문을 읊는 것 같기도 하고, 흡사 오페라의 캄캄한 무대 위에서 한 외로운 방랑자가 사랑의 아픔을 절규하듯이 부르짖는 노래 소리 같기도 하고, 자식을 잃은 여인네의 통곡하는 울음 소리 같기도 하고, 갈증 난 여행자의  목마른 울부짖는 목소리 같기도 하다,

 

북소리의 리듬이 점점 빨라지면서 그들의 목소리는 이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그로테스크하다, 사막 속에서 밤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외로운 늑대의 울음 소리처럼 그들의 내면에 깊숙히 감추어둔 울음 소리를 토해 내는 것만 같다, 울부짖듯 노래하는 그들의 목소리와 북소리는 묘한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나는 방랑하는 네덜란드인이라는 장면의 오페라가 연상되어서 가슴이 아렸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리듬이 자꾸만 끊어지고 신이 나지 않는다, 무당이 신이 나지 않으면 작두에서 신명나게 춤을 추지 못하듯 자꾸만 북을 장작불에 말리며 흥을 이어가지 못한다, 꿈속에 빠졌다가 다시금 깨어나고 김이 빠지는 느낌이다,

 

난 이들에게 다가가서 팁으로 100 디람을 큰 북에 올려 놓으며 이들의 기운을 북돋는다, 그러니까 베르베드족들과 우리 가이드가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세 명의 베르베르족과 우리 가이드 모하메드가 신이 나서 북을 힘차게 두드리자, 부엌에 있던 다른 2명의 베르베르족이 나와서 이들과 합세하여 신명나게 북을 치기 시작한다,

 

갑자기 신명이 났다, 그때 우리 일행 중 부산에서 온 미스 최가 이들의 장단에 맞추어 무릎을 북삼아 신나게 손바닥을 두드린다, 그러자 베르베르족 한 사람이 자신의 북을 그녀에게 주면서 쳐보라고 하자, 미스 최가 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북을 신나게 친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녀는 예전에 북치는 것을 배웠고, 장구도 칠 줄 알며 고전 무용도 했단다, 그녀가 합세하자 조금 전과는 북소리가 완연히 다르다, 북도 불에 말리지 않고 장단에 맞추어 연속적으로 북을 두드리니 신나는 장마당이 시작되었다,

 

큰소리로 신나게 노래하는 이들의 흥겨움에 우리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함께 손벽치고 노래한다,

둥둥 두둥둥 둥두둥둥, 아 이오~아라라아를 부르는데, 목마름에 지친 사막의 나그네가 오아시스를 만난 고마움과 감동이 노래가 되어서 밤하늘에 메아리친다, 흥에 겨운 베르베르족 몇 명이 북을 두드리다 일어나 춤을 춘다, 세 명의 신이 난 춤꾼들이 모닥불 주위를 빙빙 돌며 신나게 춤을 추니까, 우리의 엄교수도 신이 나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께 춤을 춘다, 어깨를 들썩이며 엄교수가 신나게 춤을 추니 다른 여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을 춘다,

 

드디어 춤판이 벌어졌다, 나보고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추자고 여자들이 나를 춤판으로 이끈다, 아 난 진짜 몸치인데, 에이 몸치면 어떤가, 그냥 함께 뛰며 놀면 되지 머, 나도 젊었을 땐 고고장과 나이트 클럽에서 좀 놀았던 넘 아니던가, 그래서 이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북소리에 맞추어서 우린 발도 들고 고함치고 두 손을 흔들고 지랄한다, 이건 진정한 예술혼이 담긴 춤이 아니고 지랄판이다, 껑충 껑충 모래 위에서 뛰어오르고 몸을 흔들고 엉덩이도 흔들고, 그 유명한 싸이의 말춤도 추고, 손가락으로 하늘도 찌르고, 펄쩍 펄쩍 뛰어오른다, 북소리는 더욱 신명나게 찢어지듯 둥둥거리며 밤하늘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우리는 다 함께 서서히 미쳐간다,

 

베르베르족들이 우리들의 어깨를 붙잡으며 북치는 사람들과 모닥불 주위를 다 함께 빙빙 돈다, 발도 한쪽 발로 번쩍 번쩍 들면서 고함치며 빙빙 돈다, 그래서 나도 여자의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며 기차놀이를 한다, 그래 오늘 함께 미쳐 보자구나, 이게 얼마 만이냐, 이렇게 미쳐보는 게, 야호! 야호! 고함치며 미쳐간다, 이 세상의 춤이란 춤은 다 나온다, 어떻게 이런 요상한 춤을 출 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프리카인들이 축제에서 추는 것같은 춤도 추고, 그 옛날 나이트 클럽에서 추었던 디스코 춤도 나오고 고고춤도 나오고 나중엔 트위스트 춤도 나온다,

 

난 아프리카 정글에서 뛰노는 타잔이 되어 야ㅡ호 하고 소리친다, 그리고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젊은 전사가 되어 사자 사냥을 하러 나가기 전에 추는 전사춤을 춘다, 껑충껑충 하늘을 뛰어오르며, 워워워워~고함치면서 춤을 춘다, 손을 흔들고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미쳐서 춤을 춘다, 이 미친 듯이 날뛰는 춤판이 나를 미치게 흥분시킨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다,

 

사막의 밤은 춥다, 그런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함을 치니 땀이 흐르고 숨을 흘떡거린다, 흡사 신나게 거시기를 한 후 클라이막스를 느끼고 나서의 달콤한 휴식처럼 춤판에 지친 우리들은 모래판에 주저 않아서 깔깔대며 웃고  이야기 한다,

 

난 오늘을 위해서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휴대용 라디오 겸 포터블 MP3 플레이어 스피커<일명 미니 디지털 스피커>와 노래책을 배낭에서 꺼내 가져온다, 그리고 우리 일행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여자 총무한테 주면서 신나게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아보라고 부탁하고선 포터블 MP3 플레이어 스피커의 볼륨을 최고로 크게 맞추어 놓았다,

 

북치던 사람들도 박하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우리와 함께 노는 게 너무도 좋은지 진심으로 기뻐한다, 이건 절대로 내가 팁을 주어서만이 아니다, 우리 팀 모두 최고로 신나게 잘 논다고 베르베르족 사람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며 이야기한다, 

 

따뜻한 박하차를 마시면서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포터블 MP3 플레이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그러자 여자들이 이곳 사막의 밤의 주인은 절대적으로 여왕님들이시다, 라고 하면서 더 신나는 노래를 찾아보라고 젊은 총무한테 주문한다, 그러니까 총무가 노래 번호를 큰 소리로 알려준다, 나는 재빠르게 번호를 누르고 볼륨을 크게 높힌다,

 

신나는 음악의 전주곡이 흘러나오자 여왕님들께서 모래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합창하며 손뼉치며 노래한다, 템포가 빠르고 세대 차이 때문인지 내가 잘 모르는 노래이다, 신이 난 나머지 흥분되어 얼굴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여왕님들의 눈깔들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얼마 있지 않아  연약하고 불쌍한 나에게 덤벼들어서 나를 제단에 올려 놓고 모닥불에 구워 먹을 것 같은 무서운 얼굴들이 다 함께 고함치며 노래 부른다, 아 여자들이 흥분하니까 무섭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베르베르족들이 이 노래 소리에 맞추어 신나게 북을 두드리는데, 어쩌면 그렇게 박자가 잘 맞는지 절묘하기 그지 없다, 이들은 우리 여왕님들이 흥분해서 고함치는 것을 보고 좋아서 미치것다고 입들이 함박만 해가지고 신나게 북을 둥둥둥 두드린다, 옆의 사람에게 무슨 노래인지 물어보니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란다,

  

노래는 노래로 이어지고 난 여왕님들이 불러주는 MP3 플레이어 기계의 번호를 누르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노래는 밤하늘에 울려퍼지고 모닥불은 장작을 추가로 많이 넣은 덕분에 활활 불타오르고, 우리들의 가슴도 불타오른다, 인두로 지지듯 그렇게 밤의 시간들을 지지고 지져서 새김질한다, 아마도 나중에는 이것이 '추억'이라는 단어로 되새김질할 거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것다, 나는 너무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고 해서 슬며서 빠져나와 텐트 뒤의 사막으로 올라간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고선 나의 텐트로 돌아와서 혼자서 깊은 잠에 빠졌는데, 밤세도록 여자들의 웃음 소리와 이야기 소리는 끝이 없다, 자장가처럼 들린다, 그래서 그렇게 하나의 사막의 이야기는 역사가 되었고 나는 꿈을 꾸었다, 천국에서의 달콤한 꿈을 꾸었다,

 

 

                       < 아래의 사진 5장은 젊은 신혼부부가 보내준 사진으로,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타임리스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모래 위에 남긴 발자국들,,,나의 삶 뒤에 남겨진 흔적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