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단풍 구경을 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를 찾는다,

내가 사는 산속에도 단풍이 물들고 낙엽들이 떨어지고 있다,

 

가을의 상징처럼 단풍과 낙엽은 그 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낙엽이 쌓여 있는 가을의 산속은 운취가 서리고 아름답다,

 

요즘 늦가을의 산속은 바쁘다, 많은 새들이 먹이가 부족해서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쪼아 먹고 나무 열매를 먹으며 겨울을 준비한다,

나는 아침마다 새들에게 땅콩을 먹이로 주는데, 그러면 새들은 그 자리에서 땅콩을 먹지 않고 자기들 집에 물어다 놓고 저장해서 겨울 준비 하는 것을 보고선 영특함을 알게 된다, 눈이 오고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면 먹이가 없기에 이처럼 미리 대비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서 배운 생존의 비결이리라,

 

늦은 가을에 과일나무나 꽃나무를 심으면 봄철에 심는 것보다 훨씬 더 생존율이 높다,

그래서 가을은 바쁘다, 과일나무에 퇴비도 주어야 하고, 늦은 가을에 심을 나무와 옮겨 심을 나무 등 내년 봄을 준비하면서 해야 할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디 이 뿐인가, 겨울을 맞을 준비도 해야 한다, 

 

영혼의 쉼터에 사과나무 홍옥 두 그루를 심었고, 작년에 심었던 수사해당화 나무 여섯 그루가 가뭄으로 다 죽어서 새로 5년생 수사해당화 두 그루와 1년생 수사해당화 다섯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목련 10 그루, 각각 다른 품종의 목련을 심었다, 그리고 정원수로 인기있는 화살나무와 남천나무, 복분자, 블루베리와 꽃무릇을 옮겨 심었다,

 

나는 이런 일들이 좋다, 이 나무들이 자라서 열매도 맺고 꽃도 피고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만들 거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 영혼의 쉼터에 그렇게도 열심히 만든 파고라 안의 텐트에서 하룻밤도 못자서 섭섭하다, 그래도 일하다가 텐트 안에서 잠시 쉬거나 바다가 보이는 텐트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좋다,

 

아마 내년 봄에는 더 많은 꽃들과 억새들이 쉼터를 화려하게 변모시킬 거라 생각하면서 미리 벚꽃이 피고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는 쉼터를 상상하니까 마치 샹그릴라<샹그릴라(Shangri-La)는 1930년대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나오는 숨겨진 낙원의 이름이다>에 와 있는 것 같다, 상상은 나를 항상 다른 세계에서 노닐게 한다,

 

가을밤은 길고  쓸쓸하다, 

지난 주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고(故)김민기씨 특집 방송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도 아파서 눈물이 났었는데, 오늘도 벽난로를 피워 놓고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한 김민기씨 CD에 수록된 노래를 듣고 또 듣는다,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슬픔과 서정 가득한 천재 음악가 김민기씨의 노래는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벽난로 불빛만 바라보며 천재 음악가이자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불행한 삶을 살다 이 세상을 떠난 김민기한테 미안하고 안타깝고 너무 서러워서, 그리고 우리 곁을 떠난 김민기씨가 보고 싶어서 울고 또 울었다,

 

우리가 살았던 시대는 참 암울했었고, 참 가난했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아무 것도 없는 우리나라는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였었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가난한 나라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따랐던 그 힘든 시절을 겪으며 살았던 우리 시대는 서러움도 많았지만, 인정도 많았고, 더불어 곳곳에 사랑도 피어났었다,

 

지금의 풍요롭고 편안해진 세상보다 그때의 세상은 낭만이 넘쳤고, 사회적 환경이 어른에 대한 예의와 스승님에 대한 존경심이 살아 있었고, 도덕적인 잣대가 엄격했으며, 불의(不義)로 재산을 모으거나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사회에서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시대였었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는 개인의 성장 기회와 인권 보장이 확대된 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화되어 있고,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의식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갈수록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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