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중에서 4월이 1년 중 가장  하려하고 가장 바쁜 달이다,

산속은 매화꽃을 시작으로 살구꽃, 벚꽃, 복숭화꽃, 꽃사과 등 다양한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낮에는 꽃을 구경할 여유와 시간이 없어서 '아 꽃이 피었구나', 하고 짧은 감상으로 끝나고 일하러 가야 한다,

 

영혼의 쉼터에 심어 놓은 묘목들과 과일나무 꽃나무들을 돌보면서 먼 동해 바다도 바라보고,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긴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건지,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가장 행복하고 가장 귀중한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책 속에서 현인(賢人)들이 이야기 하는 것과 나의 생각이 비슷하다,

 

사람들과 교우하면서 귀중한 내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방법대로 살아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친구들이나 나의 지인들이 한번  만나자고 전화가 온다, 난 반가워서 곧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만 이 지인들을 만날 수가 없다, 예전에는 내 삶에서 약속이 최고로 우선시되었지만 지금은 나의 일하는 시간이 최우선이다,

 

올해는 이른 봄부터 비가 많이 와서인지 표고버섯이 많이 나온다, 

참 신기하다, 작년에는 표고버섯이 조금 밖에 나지 않아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넉넉하게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러나 어떤 지인은 내가 보낸 표고버섯을 받자 마자 전화를 해서는 힘들게 고생해서 재배한 표고버섯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 어떤 지인은 당연한듯 '고맙다'는 문자 한 마디만 툭 던지고 인사하곤 그만이라서 참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는데, 이건 내가 아직 수양이 덜 되고 아직도 더 성숙해야 한다고 나를 자책하지만, 나는 그냥 보통 사람이니까,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살아가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곧 두룹순과 엄나무순, 그리고 고사리잎이 나오는데, 올해는 너무 바빠서<머 해마다 봄이 되면 항상 바쁘지만> 두룹순을 딸 수 있을지 걱정된다, 

 

그런데 올해는 벚꽃이 산속에 많이 피어나지 않았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올봄이 시작될 때 갑자기 날씨가 따뜻하다가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졌는데, 그때 벚꽃의 새 꽃봉오리가 얼어서 많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몇 년 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었다,

산 입구 밭에 심은 벚꽃나무는 괜찮은데 산속집 주변에만 그렇다,  안타깝기도 하고 자연의 이상기후 현상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그냥 무심히 바라본다,

 

그래도 괜찮다, 살구꽃과 직립홍도화 등이 많은 꽃을 피어 주어서 괜찮다,

산속에 밤이 찾아오면, 집 마당에 설치한 모닥불 집에 불을 피우며 벚꽃과 살구꽃을 구경하면서 꽃구경을 한다, 낮에 보는 벚꽃과 밤에 달빛과 모닥불빛에 반사되어 화려함을 뽐내는 벚꽃은 완연히 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용인 남사시장 꽃가게에서 사온 꽃들과 과천 꽃 도매시장에서 사온 꽃들을 이른 봄에 만들어 놓은 마당 화단에 심어두었더니 화분에서는 시들며 잘 죽던 꽃들이 화사하게 싱싱한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집 마당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연출한다, 꽃 씨앗도 마찬가지로 화단에 심었더니 새싹이 움트기 시작한다, 이런 작은 일들이 나를 기쁘게 하며 행복하게 한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영혼의 쉼터에도 수많은 종류의 꽃들과 나무들이 움트고 꽃을 피운다,

이런 꽃들과 나무들 하나 하나에게 퇴비를 주고 비료를 주는데, 이럴 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어떤 기억도 스트레스도 일어나지 않는 그냥 무(無)의 상태로 들어간다, 저절로 명상을 하게 된다, 잡념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무심히 일하다 보면 머리가 개운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것 때문에 산속에 사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걸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작은 물통에 해마다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고 올챙이들이 살다가 개구리로 변모해 산속에 산다,

25년 전에 내가 직접 심은 벚꽃나무들이 해마다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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