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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동남아시아

베트남 여행을 마치며,,(27)

영혼의 수도자 2025. 4. 18. 04:29

베트남에는 현재 3,000명의 한국 가이드가 살고 있다고 한다,

온갖 종류의 사업 실패를 하고 난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업이 가이드란다, 옛날에는 가이드라는 직업이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업에 종사하며 관광 공사에서 자격증을 딴 사람만이 여행사 가이드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나 얼굴이 뻔뻔하고 거짓말 잘하고 사기꾼 기질이 있는 자들이 택하는 직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계 여러 나라를 가보아도 전문적인 지식 없이 현지 가이드를 한다, 이태리만 해도 거의 전부가 이태리에 성악 공부를 하러온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쉽게 돈버는 매력에 빠져서 가이드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한국인 가이드들이 많은데, 이들은 한국 사람들 상대로 돈을 벌고 먹고 산다, 한국의 위상이 전세계에 펼쳐져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퍼진다, 한국인들 상대로 사기치고 장사하는 이들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인연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차지하며 불교 문화의 번성을 이끈 리 왕조(1009~1226)의 마지막 황제 리 찌에우 호앙은 외척이면서 당시 권력을 잡고 있었던 쩐 깐에게 강제로 퇴위당한다, 리 왕조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왕조를 개창한 쩐 왕조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왕명을 이용하여 모든 리 씨 황족과 귀족들을 왕궁으로 들어오게 하여 살해하였는데, 이를 눈치 챈 리 롱 뜨엉(이용상) 왕자는 곧장 항구로 피신하여 베트남을 떠나게 된다,

 

가까스로 도망친 이용상 왕자는 남송과 금나라, 몽골 등을 거쳐 지금의 황해도 옹진군 화산면에 도착하여 살게 되었는데, 1226년 당시 고려 23대 국왕 고종(재위 1213~1259)은 그의 왕족 혈통과 정치적 곤경을 인정하여 그와 그의 측근에게 망명을 허락했다고 한다, 황해도에 정착하여 고려 사회에 귀화한 이용상은 1253년 몽골군이 쳐들어오자, 뛰어난 무공으로 민관군을 지휘하며 수백 명 이상의 몽골군을 포로로 잡는 등 빛나는 전과를 올렸다, 이에 고종은 이용상의 관직을 높이고 화산지방 30리 인근의 식읍 2천호를 하사하며 치하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되었다,

 

현재 전국에는 560여 가구 1800여 명의 화산 이씨 후손이 살고 있는데, 화산 이씨는 1994년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수교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하며, 베트남 정부는 화산 이씨를 리 왕조의 후손으로 인정해 베트남 이주, 건물 및 토지 구매, 각종 사업권 등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리 왕조의 후손들에게 베트남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하고 있다, 

 

지금도 화산이씨 종친회는 베트남 리씨 왕조 제사 때마다 참여한다고 하며, 1995년 700년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화산 이씨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이 모든 것을 다큐멘터리로 방송해 베트남 전 국민들을 감동의 눈물 바다를 이루게 하였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 전쟁(1955~1975) 때 우리나라 국군도 베트남에 파병되어 많은 군인들이 전사했었고, 내 친구들, 유순진 외 몇 명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죽었다, 그리고 작금의 한국과 베트남은 우방국으로 서로를 인식하며 경제와 문화 교류 등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인구 감소와 결혼 기피 현상, 농촌 총각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 결혼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자들과 결혼해서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여 사소한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적 친밀감과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통해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원초적으로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 아련한 슬픔과 함께 오랜 동안 외부의 침략(중국과 프랑스와 일본)에 의해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지배당했었지만 지배한 국가에 순응하지 않는 그들의 끈질긴 저항 정신은 우리 민족과 많이 닮았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베트남은 지금 용트림을 하고 있다, 동남아 그 어떤 나라보다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베트남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어서 이것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별반 차이가 없는 베트남에는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삼성과 LG의 위상은 하늘 만큼이나 높다>과 중소기업들이 진출해 공장을 가동하며 베트남과 함께 경제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으며, 베트남 국가 경제에 큰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국민들은 축구를 좋아하는데, 박항서 감독과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서 숙적인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을 물리치고 아시안컵 우승도 하여 국가적 영웅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은 더욱 더 친밀한 나라가 되었다,

 

물가가 싸고 치안이 안정되어 있는 베트남은 이제 한국인들에게 가볍게 갈 수 있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도 베트남과 한국이 서로 친밀하게 도우며 함께 발전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