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비가 계속해서 오다 보니 작년 이맘 때쯤 송이를 채취하러 이른 아침부터 산속을 쉼 없이 드나들던 동네 사람들이 전혀 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한편으론 사람들이 오지 않으니까 좋다, 송이가 나는 산속은 우리 산과 국유림이 경계선을 이루고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우리 산속에 들어와 송이를 채취해가는 바람에 내가 따지 못한 게 부수기수로 많았기 때문이다,

 

간밤에 억수로 내리부었던 비가 아침이 되어 비가 서서히 잦아든다, 그래서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이 나는 곳으로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방수 등산복을 입고 큰 배낭을 메고서 개들과 함께 산을 걷는데, 방수복도 계속해서 비를 맞으니까 온몸이 비에 젖는다,

 

해마다 송이버섯이 나오는 집앞 절벽 위 위험한 곳에 가보니 절벽에 큰 송이버섯 같은 게 보인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처음으로 발견한 송이버섯을 따기 위해 쇠지팡이로 흙길을 찌르며 나뭇가지를 한 손으로 잡고서 천천히 절벽 길을 내려가는데, 참 위험하다, 그래도 조심 조심해서 송이버섯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3개의  송이버섯이 보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산 신령님 감사합니다!"락고 외치며 조심스럽게 송이버섯을 따서 배낭에 넣고서 다시 절벽을 올라가는데, 식은 땀이 흐른다, 비가 많이 와서 흙길은 쉽게 부서지고 미끄럽다, 약 90도 정도의 절벽에서 미끄러지면 그냥 100m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에 절벽 밑을 보지 않고 조심 조심하며 간신히 절벽 위로 올라오니 살았다는 한숨이 나온다,

 

천천히 산길을 걸어서 능이버섯이 많이 나오는 비밀 장소로 가는데, 산을 올라가도 올라가도 내가 표시해둔 능이버섯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밧줄로 나무에 묶어 놓은 표시를 동네 사람 어떤 넘이 제거한 것이다, 그래서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다시 계곡 쪽으로 내려와 능이버섯이 많이 나는 곳을 찾으려고 하는데, 깊고 넓은 산속은 그곳이 그곳 같아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비가 많이 내리는 산속은 길을 찾는 게 힘들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계곡을 따라 산 밑으로 내려가는데, 산등성을 타고 가는 것은 쉽게 길을 구별할 수 있고 방향도 알 수 있지만 계곡으로 가면 빠져나가는 길을 알 수도 없고, 무엇보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방향을 모르것다, 조금 두려움도 있지만, 내가 다니던 산길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천천히 조심 조심 걷는다,

 

작년에 저 세상으로 떠난 진돗개 해리는 13년 동안 나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내가 길을 잃어버리면 자기가 앞장 서서 산길을 내려갔다, 그래서 해리 뒤를 따라가면 산속 집으로 곧장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의 네 마리 개들은 내가 길을 잃어버리고 산길을 헤매고 다녀도 길을 안내하지 못하고 그냥 내 뒤만 따라온다,

 

3시간 동안 비가 많이 내리는 산속을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온몸이 비에 젖어서 마치 물에 풍덩 빠진 것 같은 몰골이다,

서둘러 옷을 다 벗고서 벽난로에 장작을 많이 넣고 불을 피우니 따뜻한 열기가 집안에 퍼진다, 그래서 보일러를 켜고 욕실로 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살 것 같다, 기분이 좋다, 

 

다음 날(10월 17일, 금요일) 아침에 버스가 있는 개울에 가니 장마 때처럼 물이 엄청난 기세로 흐른다,

많은 물이 개울에 흐르니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싶다, 옷을 정자에 다 벗어 두고 물속에 들어가니까 거센 물살이 나를 물길에 따라 흐르게 한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은 나의 정신과 몸을 깨끗하게 하는 것 같다,

 

거센 물속에서 목욕을 하는 즐거움은 세상 그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돈을 주고도 경험할 수 없는 특이한 세상이다,

한참 동안 목욕을 하고서 점심 때 어제 아침에 딴 송이버섯 3개를 가지고 송이국을 끓였다,

 

그리고 우리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블로거님들에게 혹시 송이버섯을 가지고 요리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번 시도해보시라고, 나만의 송이버섯을 제일 맛있게 먹는 요리법, 아니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보통 송이버섯을 가지고 요리하는 방법들을 보면, 송이버섯을 굽거나 썰어서 소금장에 참기름을 넣어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인데, 이 방법은 송이버섯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

 

먼저 송이버섯를 흐르는 물에 씻어서 흙을 씻어낸다, 그리고 작은 애호박 한 개를 잘게 썰어서 두꺼운 무쇠 냄비<나는 프랑스산 스타우브 무쇠 주물 냄비 또는 르크루제 시그니처 냄비를 사용한다>에 넣고 참기름 두 수푼, 조선 간장과 샘표 연두 한 스푼을 넣고서 물을 약간 넣고 자글 자글 끓인다, 이때 호박이 살짝 익을 정도의 불 조절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물 600ml를 넣고서 송이버섯을 길게 찢어 냄비에 넣고 끓여서 먹으면 되는, 그야말로 간단하면서도 가장 송이버섯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법이다,

 

10년 전쯤에 낵 친구들 중에 대기업 회장으로 있다가 은퇴한 S 친구와 사업하는 A 친구가 내가 사는 산속집에 왔었다, 이맘 때의 시기인데, 송이버섯을 굽고 송이국을 끓여 주니까 자기 생전에 이런 맛은 처음이라고, 최고의 송이 맛이라고 감격해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사실 대기업 회장님들도 송이버섯국을 맛보지 못한다,

 

올해는 심한 가뭄 때문에 예년에 비해 송이버섯이 나질 않는다, 능이버섯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난 산속에 살면서 송이버섯을 맛보았으니 조금은 행복하다,  

 

비가 와도 좋다, 그냥 이런 생활이 좋다, 외로워도 좋다, 음악과 책이 내 곁에 있으니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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