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6월 20일)에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반신반의했다, 왜냐하면 그 동안 일기예보 뉴스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믿지 않았다, 그런데 목욕일(18일) 저녁부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날 밤부터 시작된 비는 금토에 걸쳐서 2일 동안 계속 비가 내려 숲에는 좋은 일이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 산속은 비 피해가 예상되어서 걱정이 된다,
다음날 아침에도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니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집안과 정자에만 왔다갔다 하며 비 구경을 하는데,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번개도 치면서 비가 내리니까 좀 무섭다, 아침인데도 캄캄하고, 번개치는 불빛이 캄캄한 하늘을 환하게 비추다가 우르르 쾅쾅 하는 벼락 소리를 들으니 겁난다,
비는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내린다, 꼭 필요한 비이지만 너무 많이 내려서 불안하다,
자연은 '적당히'라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가보다, 비나 눈도 적당히 오면 참 좋을 텐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신(神)이 하시는 일인데, 그냥 하시는대로 하시옵소서 하고 구경만 하지 내가 아니 인간이 어떻게 신이 하시는 일을 간섭하고 조절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틀 동안 비 구경만 했다, 집안에서 그리고 정자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폭포를 이루는 개울을 보면서 보냈다,
토요일 점심 때 돼지고기 바베큐를 하기 위해서 통나무를 미리 준비해 두었는데, 비가 와서 포기하고 다음 번으로 미룬다, 그리고 정종에 약 30분 동안 절인 돼지고기<정종에 돼지고기를 절이면 잡내를 줄이고 고기를 부드럽게 한다>를 냉장고 속에 넣어두는데 좀 아쉽다,
참 이상한 건 참나무를 태운 연기가 나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는 독특한 향과 함께 기름이 쫙 빠져서 담백하고 쫄깃하면서 맛이 좋다, 그 동안 돌판에도 구워 보고, 무쇠 철판에도 구워 보고, 솥뚜껑에도 구워 보았는데, 참나무 숯불에 구운 고기보다 더 맛있는 고기는 없는 것 같다, 유명 식당에서 판매하는 고기도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
밭에서 금방 딴 각종 채소<예컨대 상추, 적상추, 로메인상추, 버터헤드상추, 치커리, 깻잎, 샐러리, 방아잎 등>에 고추와 마늘, 그리고 명이나물 장아찌를 곁들여서 잘 구워진 고기를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서 쌈을 싸서 먹으면 참으로 맛있다, 이런 호사가 좋다, 산속에 사는 최고의 향락이다,
내 친구 정종근이 생각난다, 이넘이 이 맛을 보면 고기 맛이 죽인다고 할 텐데, 여기에 오래된 황매실주나 오래된 와인과 함께 먹으면 너무 좋아할 텐데, 이 친구는 내가 사는 산속에 오기 싫단다, 그래서 니 맘대로 하소서 하고 산속에 초대하는 걸 포기했다,
요즘은 정자와 평상에 징과 목탁을 가져다 놓고 심심하면 징을 힘차게 두드린다, 그러면 징소리가 산속에 퍼지며 메아리가 되어 징소리 울림이 길게 길게 산속에 울려 퍼진다, 그러면 우리 집 네 마리의 개들이 다 같이 징소리에 따라서 '우우 우우우' 하고 목을 길게 빼고 노래한다, 참 신난다,
또 심심하면 절에서 스님들이 치는 목탁을 힘차게 두드린다, '딱 딱 딱 딱' 하고 살구나무 목탁에서 나는 목탁 소리는 청아하게 산속에 울려 퍼진다, 큰 종도 쳐보고 북도 두드려 보았지만 징과 목탁이 산속에서는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나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한다, 도시에서는 내 집이라고 해도 오디오를 크게 틀 수도 없고 소리도 크게 낼 수 없는데, 특히 옆집이나 아랫집과의 층간 소음 때문에 서로 눈치보며 조심 조심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산속에서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산속에서는 라디오를 크게 틀어도 되고, 징소리도 북소리도 목탁소리도 내 마음대로 두드리고, 크게 고함쳐도 된다, '야호' 하고 크게 소리친다, 이런 게 너무 좋다,
이런 것들이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증표(證票)처럼 느껴진다,
산속에서의 시간은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과 다르게 더 빠르게 흘러간다, 일주일이 하루 같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
지금 내 삶에서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면 생각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런 행복한 시간들이 얼마나 계속 될까, 생각하며 안타까움과 초조함이 묻어난다,
무(無)의 세계에서 걱정과 근심과 욕심과 모든 허상으로부터 벗어나 티벳의 스님들처럼 살아가고 싶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런 시간과 그런 행태를 살아가는 건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내 마음 속에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는데, 난 그걸 모르고 또 잊어버리고 바보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을,,,조금씩 보인다,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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