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속에서 사는 것이 깊은 암자에서 스님 혼자서 사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님도 신도들이 오지 않는 암자에서 혼자서 아침 저녁으로 예불을 드리고, 참선하고, 또 혼자서 밥하고, 나무 땔감을 가져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며 예불을 행하는 것이 내가 사는 방식과 아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다만 난 부처 앞에 무릎 꿇고 염불을 외우지도 않고, 예불을 드리지도 않으며, 법당에서 참선도 하지 않는다, 식사도 고기도 구워 먹고, 생선회도 먹으며, 가끔 술도 마신다, 게다가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사찰 음식에서 제외하고 있는 오신채< 마늘·파·달래·부추·흥거(아위)처럼 향과 자극이 강한 다섯 가지 채소>도 먹는 것이 다를 뿐 사는 방식이 거의 비슷한 게 많다,

 

사람들과 교류도 하지 않고 TV도 보지 않으며, 인터넷도 되지 않아서 세상의 소식을 모른 채 살아간다, 하긴 요즘 암자에서는 TV도 보고, 휴대 전화도 되는 곳이 많아져서 그런 곳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많다,

 

이처럼 깊은 산속에서 혼자서 사는 것과 수행하는 것이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은데, 제일 많이 닮은 건 사람들이 내가 사는 산속에 오지 않는다는 것과 침묵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침묵 속에서 살다 보니 평소에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고 주위의 온갖 자연물에서 나는 자연의 신비함에 매료되기도 한다,

 

또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큰 소나무를 보며 깨닫게 되는 것도 많다, 

존재의 한계와 사계의 순환을 통한 자연의 신비한 변화들, 그리고 인간이 현대 과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한계와 함께 무지(無知)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연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지는 것 같다,

 

토마토와 가지에 경동시장에서 가져온 한약 찌꺼기를 주고 나서부터 키가 2m가 넘을 정도로 아주 크게 자라서 놀라움과 함께 탄성을 자아낼 정도이다, 어린 나무 묘목들도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잘 익은 토마토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토마토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상추 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들도 마찬가지다, 점심 때 텃밭에 심은 상추와 로메인 상추, 적겨자, 쑥갓, 치커리, 깻잎, 씀바귀 등 각종 채소들을 따가지고 와서 고추장에 쌈을 싸서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여러 가지의 향과 맛을 내는 쌈 채소는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다,

 

그리고 마당에 참나무를 태운 후 참나무 숯불에 돼지고기를 구워서 상추에 쌈을 싸서 먹으면 최고다, 

내가 왜 이렇게 먹는데 집착하는지를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입맛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점점 더 편식하게 되고, 특히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닌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덕도 심해지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싫어진다, 심지어 친한 지인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만나기 싫다, 그들 모두 우리 산속에 놀러오고 싶어하지만 나는 친척들도, 친구들도, 지인들도 다 초대하기 싫고 만나기도 귀찮다,

 

산속에 사는 산양을 닮아가는 것 같다, 아니면 고집 센 스님을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수도승 같기도 하다, 이쁜 여자를 보아도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 마을에 사는 여자들<늙은 노인들이지만> 이 내가 사는 산속으로 들어오는 길이 좋아서 산책하러 왔다가 나를 만나면 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서 우리 산속에 놀러오고 싶어하지만, 난 단칼에 거절한다, 바쁘다는 핑계와 함께 개들이 있어서 위험하다고 말하며 거절한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내가 사는 산속 집이 신비에 쌓여 있는 구름 속의 집 같고, 나 역시 '괴짜', 아니면 '도(道)를 닦는 노인네'로 소문이 났다, 그래서인가, 마을 사람들은 나를 보면 오히려 이상한 노인네 라고 반가워하면서 나와 친해지고 싶어한다,

 

난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다, 어떤 사람은 내가 산속에 사는 천사라고 하더라, 사실은 아닌데,,,그래서 오늘도 도인(道人) 흉내를 내며 허허거리며 산속에 삽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