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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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2년 하반기(9월~12월)

가을에 떠난 사람들,,(4)

영혼의 수도자 2022. 11. 7. 06:41

지난 주 산속에 있다가 서울에 왔는데, 지난 조선일보 광고란에 코리아CC 그룹 이동준 회장님이 별세했다는 부고 광고가 

보인다, 너무 놀라서 신문을 보다가 전경련 산하 경심회에서 30년 동안 함께 했었던 이 사장한테 전화를 하니까, 반가워하면서 자기도 몰랐다고 깜짝 놀란다,

 

세상이 싫어서 강원도 산속에 들어온 나는 많은 지인들과 친구들, 그리고 친척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었는데, 내가 산속에 살고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살기에 누군가 사망을 했어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우연히 사망 소식을 듣게 되면 놀라고 당황하고, 그 지인들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추억하게 된다,

 

경심회는 내가 30대일 때, 전경련 산하 국제 경영원이라는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다, 매달 한 번씩 골프를 치고 한 달에 한 번씩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모임이었는데, 30년 동안 모임을 하다 보니 서로가 정이 들었고, 또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골프도 함께 치면서 친하게 지냈다, 

 

대기업을 경영하는 분들도 계셨고, 군 장군 출신들도 있었고, 국회위원을 하던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친하게 지냈었던 경심회 회원들 절반 이상이 이 세상을 떠나셨다, 나와 의형제을 맺었던 정홍기 사장님, 이인호 회장님 등 많은 사람들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경심회에서 나는 두번째로 나이가 어려서 경심회 총무와  골프회 총무를 오랫동안 하게 되면서 (반 강제적으로) 다른 회원들과 개인적으로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덕분에 사업적으로 도움도 많이 받았다,

 

또 경심회 모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골드 CC에서 골프를 치다 보니, 총무인 나는 미리 골드 CC에 예약을 해야 했고, 경심회 회원들에게 일일히 전화해서 모임에 참석하라고 독려하고, 참가상이나 우승 상품을 준비하는 등 매우 바쁘게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이동준 회장님과 개인적으로 친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특히 이회장님이 바둑을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골드 CC의 회장실에서 내기 바둑을 두었다, 나와 바둑 급수가 2급으로 같아서 우리 두 사람은 실력이 비슷하기에 내기 바둑을 두었는데, 이회장님은 승부욕이 강해서 나한테 바둑을 지게 되면 만사를 제쳐 놓고 밤늦게까지 내기 바둑을 두었었다,   

 

참 멋지고 인정이 많은 분이셨다, 사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고난도 있었지만 회사는 나날이 번창하였고, 그러다 보니 이회장님이 바빠서 점점 얼굴을 보며 함께 바둑을 두는 게 힘들어졌다, 그러다 내가 강원도 산속으로 오고 나서부터는 모든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고 살다 보니,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도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세상과의 인연을 끊기 위해 전화번호를 바꾸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지인들과는 소식이 끊어졌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갔고, 내가 알고 친하게 지내던 여러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저 세상으로 떠나가기 시작했다,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서 바라본 영정 사진들은 후회와 아쉬움과 슬픔이 뒤섞이며 나를 아득하게 만들었다,

 

함께 했었던 수많은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 떠오르면서 한숨만 쉬다가 집으로 돌아와  지내다 보면 한 동안 나를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두 번 다시 볼 수도 없고 전화도 안되는 현 상태가 적응이 안되고, 친했었던 사람들과의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서 그리움과 괴로움이 뒤범벅되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야 할 길이기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우주의 법칙으로, 태어나면 사라져야 하는 원칙을 바꿀 수도 없고, 피해 갈 수도 없다, 그 무섭고도 막막한 먼 길을 혼자서 가야 한다는 것이 사실 두렵다,

 

그래서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아파서 허둥대다 보면 이 세상과 떠나야 하는 시간이 눈앞에 온 것을 알고 당황하게 되는데, 아직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후회하며  한숨만 쉬다가 떠나는 게 인생이라고 하더라, 

 

가을 참 슬쓸한 계절이다,

낙엽이 나무에서 떨어져 뒹굴다 천천히 사라지듯 그렇게 가을은 내 옆에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