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강원도 산속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서 개울은 말랐고, 삼척과 강릉은 먹는 수돗물도 단수한다고 야단이다,

그런데 어제 오후부터 하늘에 먹구름이 깔리더니 오늘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물이 없는 세상은 사막과 같아서 동물이나 식물이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가뭄 속에서도 내가 사는 강원도 산속은 바위틈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있어서 집으로 들어오는 호스에 물이 나오고 있다, 식수와 샤워하는데 지장이 없을 뿐더러 마당에 있는 꽃과 나무들에게도 물을 줄 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처음 이곳을 발견할 때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집을 다 짓고 나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호스의 집수처(水處)를 어디로 할 것인지 온 계곡을 뒤지며 찾다가 우연히 바위 밑의 물이 고이는 걸 보고서 이곳을 집수처로 만들어서 지금까지 사용하였는데, 그동안 올해처럼 심한 가뭄은 없었기에 그냥 사용하면서도 귀중한지 모르고 이용했었는데, 100년만에 처음 찾아온 심한 가뭄을 겪고 나니 이곳이 보물 중의 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부터 내린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더니 엄청난 푹우로 변해서 메말라 있던 개울이 많은 물로 넘쳐흐른다,

흡사 홍수 때 개울로 흐르는 물줄기 같다, 그래서 물 구경을 하다가 버스 앞에 흐르는 개울에 들어가 좀 위험하지만 목욕을 했다,

흙탕물이 거세게 흐르는 물속에서 잠수도 하고 목욕을 하는데,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어떤 한 장면을 찍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매일 매일 이렇게 물이 흐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개울 밖으로 나와 개울가 큰 바위에 앉아서 많은 물이 바위 사이로 부서지면서 콸콸 쏟아져 흐르는 것을 구경한다, 

 

비는 이른 아침부터 오후 내내 내린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듣는다, 

몸과 마음이 다 젖어있는 찢어진 우산 같은 내 가슴을 부여안고 말러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 < 말러가 건강 악화와 부인 알마와의 결혼 생활을 통한 인생의 전환기를 겪으며 작곡한 작품으로, 삶과 죽음, 사랑과 승화, 비극과 환희가 교차하는 대서사시적 구조를 지니는데, 총 5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을 듣는데, 슬픔과 우울함이 어우러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이 처연함, 이 안타까움이 가득한 슬픔은 어디에서 온 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속에 가까이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가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고독함 때문인가, 나 혼자 뿐이라는 두려움 때문인가, 시간이 점점 가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인가?

 

교향곡 속의 가냘픈 음률처럼 내 가슴도 점점 타들어간다, 간절하다, 물속에 온몸이 점점 가라앉는 것 같은 깊은 슬픔 속에서 쏟아지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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