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편안한 6월의 산속,,(2) 본문
평상의 지붕이 완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자 지붕도 새롭게 완성되고 해서 여유롭다,
그래서 커피를 마실 때는 이제는 정자에서 마시지 않고 평상의 캠핑용 의자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평상 위에서 연못을 바라보면 벚나무 가지가 시야를 가려서 신경에 거슬린다, 그래서 사다리를 가져다가 높은 곳의 벚나무 가지들을 잘라주었는데, 이번에는 작년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부러지고 굽혀진 대나무 가지들이 연못 위로 휘어져서 햇빛과 시야를 가리고 있다,
지난 주에 연못 속에 백연과 수연, 그리고 파피루스를 심어놓았었는데, 하얀 백련꽃이 대나무 가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톱과 낫을 가지고서 부러진 대나무들을 톱으로 자르고 낫으로 정리해서 대나무 사이 사이로 끌어내는데, 빽빽한 대나무 숲 사이로 크고 긴 대나무를 운반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그렇게 힘이 들었지만 약 20개의 대나무를 정리한 후 평상에서 연못을 다시 바라보니까 연못이 환히 보이고 햇빛도 잘든다, 아마 2~3년 후에는 백연과 수연, 그리고 자리연이 이 연못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래서 다가올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에 빠진다,
다음 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연못이나 개울에 물이 풍부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비가 좀 많이 와서 물이 넘쳐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올봄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일들을 했다, 일하느라 내가 좋아하는 낚시를 한번도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기에 낚시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낚시하러 가는 곳은 덕구온천으로 가는 길, 도로가 옆에 있는 큰 저수지로 낚시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혼자서 조용히 사색에 잠기며 낚시를 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
강원도 사람들은 민물 낚시를 거의 하지 않는다, 바다 낚시를 하면서 낚시의 묘미를 즐긴다, 그리고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회로 먹거나 요리를 해서 먹는다, 낚시하면서 고기를 잡을 때의 손맛<낚시대에 잡힌 물기기가 빠져나가려고 버티는 가운데 낚시대로부터 느껴지는 짜릿한 손의 느낌>, 그리고 직접 잡은 신선한 물고기를 먹을 때 느끼는 풍미와 즐거움 때문에 바다 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내가 젊었을 때 남해안 무인도에서 나 혼자서 갯바위 낚시를 하면서 느꼈었던 낚시의 묘미와는 조금 다르다,
푸른 파도가 큰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파도 소리와 주위에 아무도 없는 외로움과 고적함, 그리고 한밤중에 야광 찌와 파도 속에 일렁이는 야광 벌레들이 춤추는 광경은 마치 우주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나는 이런 정경과 파도소리, 그리고 어둠이 함께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도 좋았었다,
지금 산속에서의 시간들도 그때와 비슷하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고요한 깊은 산속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편안함, 그리고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불편함이 오히려 매력적이고 나를 중독성에 빠지게 한다, 지독한 마약에 중독되어서 그 지독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그런 강한 중독성이 깊은 산속에는 숨어 있다,
강원도 깊은 산속은 작은 우주다, 산속에는 온갖 종류의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고, 온갖 종류의 동물과 새들이 있으며, 온갖 종류의 약초와 독초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낮에 보이는 세상과 밤에 보이는 세상은 각각 다르게 느껴지고 보이는것들도 다르다,
산속에 밤이 되면 간혹 그리움이 찾아온다,
나의 옛친구 병탁이도 보고 싶고, 내가 사랑했었던 그 여인도 보고 싶다,
정원에서 캠프 파이어를 하면서 이들과 좋은 와인을 함께 마시고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그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어쩌면 영원히 못올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그 날을 위해 지난 주말,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 중고 주방기구를 파는 곳에 가서 스텐으로 된 큰 들통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들통 밑부분을 드릴을 가지고 구명 몇 개를 뚫어놓았다, 이 커다란 스텐으로 만들어진 캠프 파이어용 통속에 통나무를 넣고 활활 불을 피우리라,
이 불꽃을 보면서 우린 와인을 마시고 춤추고 노래를 할 거다, 옛날로 돌아가서 고향의 엄청강 모래사장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술마시고 텐트에서 잠자고 했었던 그 시절로 되돌아 갈 거다, 그 시절이 그립고 또 그립다,
한밤중 외롭고 슬픈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 리스트를 저장해놓은 Usb를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하여 노래를 들으면서 회상에 잠겨 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정자에 앉아서 그리운 친구 이름을 크게 불러본다, 또 내가 사랑했었던 그 이름을 불러본다,
지금 모두 다 어디에 있을까,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그립다, 모든 것들이,,,
전에 있던 정자 지붕,,
이번에 새로 공사한 정자 지붕, 흡사 이쁜 아가씨가 화장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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