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여름 그리고 장마,,(2) 본문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3일째 강원도 일대에서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면 산속에서는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비오는 날은 휴식하는 날이다, 그런데 비가 온지 3일이 되니까 온몸이 근질거리고 답답하다,
비오는 날은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날이다,
비오는날 빗소리를 듣는 조성진의 피아노곡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음악인 것 같다,
빗소리와 피아노 선율,
3일 동안 한 권의 추리소설과 두 권의 책을 다 읽었다,
책속엔 내가 모르는 지식과 진리와 즐거움이 숨겨져 있고, 추리소설은 가슴을 졸이게 하고 스릴을 느끼게 한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듣는다, 아무리 들어도 난해하고 어렵다, 고난도의 최고의 음악인 말러의 교향곡은 비가 올 때 들으면 더욱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며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말러의 생애를 쓴 책을 읽었고, 그의 곡에 관한 해설서를 읽었는데도 말러의 연주곡들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끌림이 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신에 대한 찬양과 내면 속에 있는 고통을 음악으로 표출하는 울림이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요즘 장마비는 효자 비다, 그 동안 가뭄으로 인해 개울에 물이 얼마 없고, 농작물 또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힘들게 가뭄을 견디고 있는데, 3일 동안의 장마비로 인해 나무들과 농작물들이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산속에서는 가만히 놀고 있으면 몸이 근질 근질하고 답답해서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만 계속해서 마시게 된다,
비가 와도 걱정하고, 안와도 걱정을 하고 내 팔자는 무슨 팔자라서 그런 건지 모르것다고 한숨을 내쉬다가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우선 빗자루로 거실의 마루 바닥을 쓸고 나서 걸레로 마루 바닥을 닦는다, 나의 걸레질은 옛날 초등학교에서 하던 방식대로 엎드려서 손으로 닦는다, 나는 이런 방법이 좋다, 나를 낮추는 하나의 공부이기 때문이다,
옛날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일본 '내셔널 전기'(현 파나소닉)' 의 창업자인 고(故)마쓰시다 고노스케(1894~1989)가 1979년 설립한 마쓰시다 정경숙(政經塾)<마쓰시다 정경숙은 일본의 젊은 차세데 리더들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이곳에서는 일본인 리더로서 기본적인 품격을 갖추기 위해 서예, 검도, 다도(茶道), 좌선 등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나 상근하는 교수가 없으며 22세부터 35세까지만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을 방문했었다,
정경숙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면 작고 낮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작은 문이 워낙 작고 낮아서 반드시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건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고 허리를 숙이고 살아가라는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의 교훈이라고 한다, 난 그 당시 이 교훈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불황과 위기 속에서도 인간 중심의 경영을 실천한 그의 경영 철학과 여러 가지 기업 경영 방식, 그리고 인생의 지혜에 관해 쓴 그의 책을 읽고 나의 기업 경영에 많이 활용했었다,
그중 하나의 교훈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는 불평을 하느냐, 감사하느냐 하는 것일 뿐, 감옥이지만 감사를 하면 수도원이 될 수 있지만, 수도원도 불평을 하면 감옥이 될 수있다, 라는 이 교훈은 평생 나에게 남아 있다,
그래서 산속에 살면서 시골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를 낮추고, 절제하고, 인내하고, 겸손해지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참 힘들다, 마쓰시다 고노스케처럼 나의 인성이 그다지 겸손하지도 훌륭하지도 않기에 시골 사람들의 행태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나를 속이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속아주니까 나를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 너무 싫고, 또 이것을 내색하지 않고 참고 있으려니까 미치것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시골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려고 하고, 인연을 새로 맺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시골 사람들은 나를 호구로 아는지 자꾸만 연을 맺으려 한다,
세상과의 인연을 다 끊고 강원도 깊은 산속에 왔는데, 강원도 시골 촌넘들이 나를 바보로 만든다,
나를 속여도 모른 척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이익을 가게 하고, 차라리 내가 손해를 보면서 살자구나, 하고 참고 또 참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다독인다, 사실 훤히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속아 주는 것도 힘든 고욕이고 어려움이다,
내가 아량이 넓고, 자비로움을 겸비한 부처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휴머니즘으로 가득찬 인도주의자도 아니기에 가슴 속에서 열불이 난다, 이 뜨거운 열불을 끄기 위해선 술을 많이 마시던지 명상을 하던지 해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꺼야 하는데, 속도 좁고 가슴도 좁아서인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타고 있는 불길과 못다푼 한과 속상함을 다 흘러보내기 위해서 산속 정자에 올라가 숲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그리고 징을 두드리고 북을 두드린다, 고요한 산속에 징소리가 울려퍼지고 북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내 가슴 속에 뭉쳐 있던 한이 풀리고 사라진다, 이렇게 나는 산속에서 나 하고픈데로 하면서 살아가련다,
내가 살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어떤 일을 하건 불평불만 대신 최선을 다하고, 더 잘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매진하는 태도로, 나는 끝이 보이지 않아도 나 자신의 길을 걷고 또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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