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산불 예방을 위해 간벌작업을 하다,,(8) 본문
강원도는 해마다 산불로 인해 넓은 산이 불타고, 이로 인해 수십 년에서 수백 년된 나무들이 불타고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5월에도 울진과 동해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많은 면적의 산들이 불타고 나무와 숲이 사라졌다, 특히 울진 산불이 났을 때, 그 생생한 현장을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산불의 위력과 무서움을 실감했었다,
지금도 그때 산불이 난 울진과 동해에서 불에 탄 나무를 자르고, 나뭇가지들을 수거하느라 야단이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산은 불의 피해가 없었지만 또 언제 산불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산불 발생 예방 차원에서 국유림과 우리산 경계에 산불을 방지하는 작업을 해달라고 삼척 시청에 요청하였는데, 산불담당 과장이 흔쾌히 나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시청으로부터 허가가 났다, 그래서 지난 달에 산림조합에서 담당자들이 나와 우리 산을 점검 및 설계를 한 후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산에 대형 포크레인이 들어와서 산길을 내었고 작은 나무들과 잡목들을 제거해서 소나무들이 잘 자라게 솎아주는 간벌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10명씩 투입되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태국 사람과 베트남의 젊은 청년들로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작업 반장이라는 사람에게 왜 외국인 노동자들을 간벌작업하는데 고용하느냐고 물으니,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이젠 힘든 일을 하지 않아서 구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간벌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건 좀 느리고 의사소통도 좀 안되지만, 그런데로 괜찮다고 하면서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10일 이상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엔진톱을 가지고 큰 나무를 자르는 작업은 한국 사람들이 한다고 한다, 이 엔젠톱 작업자들은 모두 다 60세 이상의 노인층들로 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건설 현장도 만찬가지라고 한다, 이젠 외국의 근로자들이 없으면 건축 현장에서 힘든 일들은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간벌작업 현장에 가서 몇 십년 된 나무들을 자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 그러나 '산불'이라는 더 큰 위험으로부터 산을 보호하기 위해선 작은 아픔이나 아쉬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지금까지 송이버섯이 나오는 이 산을 오르려고 하면 작은 나무들과 무성한 나뭇가지들 때문에 힘들고 산속을 헤쳐나가기가 어려웠었는데, 이젠 산길도 새로 만들어지고 나뭇가지들과 잡목들을 다 잘라서 산행이 쉬워질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절대로 자르지 말라고 한 오래된 소나무들을 많이 자른 것을 보고 놀라서 작업 반장한테 항의하니, 산길과 나무 사이의 간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데, 이건 말 그대로 변명일 뿐이다, 이 큰 나무들을 잘라서 나무 제재상한테 팔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것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너무도 화가 난다, 내 기분을 좋게 하려고 나한테 살살거리며 이중적인 모습을 감춘 채 작업하는 작업 반장넘이 미워서 죽것다,
엔진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지며, 고요하던 산속이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와 포크레인이 내는 소리로 인해 소란스럽고, 이 굉음들이 내는 소리들은 메아리가 되어서 산속 깊은 곳으로 더 넓게 울려 퍼진다, 잘라진 큰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이 모아둔 나무들을 70년도 더 오래된 강원도의 명물 GMC 트럭이 운반한다,
그런데 이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은 73살 된 노인이 운전하고 있다, 얼굴은 세월의 흐름처럼 주름살이 가득하고 순박해 보이는 이 트럭 운전사와 노쇠한 트럭이 묘하게 서로가 닮았다, 트럭은 너무 낡아서 곳곳에 녹이 슬고 곧 부셔질 것 같은데도 험한 산길을 나무를 가득 싣고 잘 달리고 있다,
나는 이 늙은 트럭 운전사에게 인사를 하고선 트럭을 운전한지 몇 년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총각 때부터 지금까지 트럭을 운전했다고 하면서 전국의 산길을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하며 주름진 얼굴을 환하게 웃는데, 이 모습이 나의 가슴에 묘한 감동을 몰고 온다, 한 업종에서 평생 동안 종사한 노련한 장인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업종이든 한 평생을 일한 사람은 굳센 기운이 서린다,
험한 산길을 빈 자동차로 운전하는 것도 힘드는데, 큰 화물차에 나무를 가득 싣고서 산길을 다니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산속 길을 운전하는 노하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무거운 통나무를 가득 싣고서 당당히 달리는 오래된 GMC 화물 자동차는 강원도의 명물이면서도 오래된 사라진 유물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한 달 동안 간벌작업 공사를 마친 산속은 여러 가지의 휴유증을 가져왔다, 내가 20년 전에 심어 놓은 옻나무 20그루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다 베어 버렸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기분이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내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그래서 그 참혹한 광경을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시선을 피하고 가지도 않았다,
한 개를 얻으면 또 한 개를 잃게 된다는 자연의 법칙을 또 한 번 경험 하고서 비운 마음으로 산속을 바라보니 정겹다,
이제부터는 매일 매일 마음을 비우고 즐겁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리라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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