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늦가을,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밤에,,(1) 본문
늦가을인데 밤부터 거센 비가 내린다,
황토방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는데, 파고라의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일기예보는 내일 오전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늦은 밤중에 비가 내리고 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밤 12시 30분이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면 산속 집에서 황토방으로 가는 길에 개울 물이 넘쳐서 오솔길을 엉망으로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개울물이 잘 흐르도록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이번에 산속에 간벌작업을 하면서 개울물길을 포클레인이 자갈돌로 막아서 자동차가 잘 다닐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물길을 막아 놓았기 때문에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많은 물이 임도길을 따라 흐르면서 흙을 깊게 파놓고 여러가지 피해를 준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게 내린다, 도저히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입고 있던 잠옷과 속옷을 다 벗고 알몸으로 밖으로 나가 장화를 신고선 우산을 쓰고 삽을 들고서 개울로 향하는데, 거센 빗줄기는 내 벗은 몸을 샤워를 한다, 개울에 도착하니 아직은 물이 많이 흐르지 않는다,
전등을 고정시켜 놓고 삽으로 큰 바위돌과 작은 바위돌을 치우며 물이 잘 흐르도록 하고선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사느냐고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나에게 묻는다, 그냥 비가 내려서 피해를 보면 좀 어떠냐고, 한밤중에 옷을 홀랑 다 벗고서 비를 맞으며 일을 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한심스럽다,
쓰고 있던 우산을 접고서 비를 맞는다, 늦은 가을비는 차갑다, 그래도 한 여름의 더위를 씻어주는 것처럼 시원하다, 머리와 몸에 쏟아져 내리는 비는 흡사 쎈 샤워기로 온몸에 물을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천천히 비를 맞으며 황토방으로 돌아왔다,
타올로 비에 젖은 발을 닦고, 얼굴과 머리와 몸을 닦는데, 어떤 예감이 전기가 흐르듯 몸에 번쩍 하며 흐른다, 그래 이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깨달음,,,머리를 번개가 친 것 같은 어떤 느낌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여태껏 비우고, 버리고, 작은 일에는 신경 쓰지도 말고, 더 중요하고 소중한 일들을 하면서 살자고 작정하고, 맹세하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몇 번씩이나 다짐하곤 했었는데, 비가 많이 온다고 한밤중에 비를 맞으며 개울의 돌들을 치우는 작업을 하는 내가 바보 천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몸이 최고이고, 내 건강이 제일 중요한데도 그것을 무시하다니,,,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 그러다가 찬 기운에 쓰러질 수도 있고,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는데 내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차가운 늦가을 밤에 비를 맞으며 산속을 걷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참 바보로다, 나 자신을 자책하며 명상에 들어갔다, 명상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옷을 다 벗고 벌벌 떨다가도 명상에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고르게 쉬다 보면 온몸이 따뜻해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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