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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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레골레타 묘지,,(139)

영혼의 수도자 2023. 10. 19. 05:07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관광 일정이 하루 밖에 없어서, 오후 6시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몇몇 선생님들은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시티투어를 신청하였다,

 

호텔 로비에 앉아 사람들이 오늘 하루 일정을 체크한다, 비데오 박은 생물학 박사 김선생을 따라 오전에는 지하철을 타고 까를로스 따이스 식물원을, 오후에는 보카지구를 간다고 하고, 공주에서 온 부부교사팀들은 오전에는 산 마르띤 광장과 레골레타 묘지를, 오후에는 보카지구를 갔다가 저녁에 대구의 이사장 가족들과 함께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을 예정이란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꼴론 극장과 대성당,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국립박물관, 그리고 골동품 상점과 1880년대의 전통 가옥들이 가득한 데펜사 거리와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1의 쇼핑 거리인 플로리다 거리 등을 보러 간다는 등, 사람들마다 취향이 각각 다르다,

 

나는 우수아이아에서 펭귄섬 투어를 함께 한 국문과 교수 김선생, 그리고 과학교사인 황선생과 함께 오전에 레골레타 묘지에 갔다가 오후에 보카지구에 가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로<12차선>이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7월 9일 대로 주변을 걸으면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레골레타 묘지 가는 길을 물어보자, 우리에게 지도를 보여달라면서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준다,

 

레골레따<Recoleta> 묘지는 원래 수도승들이 채소를 기르던 정원이었다가 1822년 시의 명령으로 공동묘지가 된 곳으로,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하여 독립 영웅들과 작가, 과학자 등 아르헨티나 의 정말 대단한  인사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목적은 에바 페론<Eva Peron>의 무덤에 가기 위해서다, 

 

알다시피, 브로드웨이 뮤지컬 <에비타>가 인기를 끌면서 아르헨티나를 떠올리는 대표적인 인물이 된 에바 페론은 사생아로 태어나 여배우로 살다가 페론 대령과 결혼해서 영부인까지 올라간 극적이면서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여인으로, 아르헨티나의 저소득층과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렇잖아도 나는 가수 마돈나가 <에비타>라는 영화에서 불렀던, 그 비장하고도 사람의 심금을 울린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로 더욱 유명해진 에바 페론의 무덤을 이번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었다,

 

납골당이 빼곡하게 들어선 묘지는 마치 조각 박물관을 보는 것 같다, 다양한 부조와 장식물들은 화려함 그 자체다, 1920년까지 이곳에 들어선 납골당과 조각상은 파리와 밀라노에서 수입한 대리석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죽어서 무덤이 화려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삶과 죽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살았을 때의 화려함과 부와 권력, 명예가 대단했었던 사람들이 다 함께 죽고 나니,,,너무나 허무하다,  

 

대단한 무덤의 대리석 조각상들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고,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오래되어서 그 명성이 대단했었던 이들의 무덤에 이끼가 끼어 있다....

파괴되고, 꽃 한송이 없는 외롭고 쓸쓸한 무덤들,,,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영원하지 않다는 그 교훈을 나한테 보여주는 것만 같다,

 

대리석 무덤 앞에 앉아서 그허무함을, 어쩔 수 없는 그 절망감을, 그리고 누구나 한번은 가야 하는, 그 가기 싫은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을 생각하면서 화려하고 훌륭한 무덤 조각상들을 바라본다, 이렇게 한동안 멍해져서 그냥 앉아만 있었답니다,

 

에바 페론의 묘지를 찾는데 너무나 힘들었다, 꽃이 끊이지 않는 그녀의 무덤 앞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식지 않은 그녀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에바 페론은 페론 집안의 반대로 가족 납골당에 묻히지 못하고, 대신 그녀 가족의 납골당에 묻혔다고 한다, 부자들을 적으로 삼고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정치를 했던 그녀가 부자들의 사후 안식처가 된 묘지에 묻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죽어서도 사랑했었던 남편 곁에 묻히지 못한 불우한 여인,,,암에 걸려는데도 자기 몸에 칼 대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아름다움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 끝까지 수술을 거부하여 결국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궁암으로 죽은, 그 이해하기 힘든 여인의 미에 대한 찬미는 남자인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름다움을 죽음으로 가지고 간 에바 페론,,,지금 나의 귀에는 Don't cry for me Argentina 라는 그 애절한 노래가 들려온다,

 

 

          에바 페론 묘지 입구,,

          에바 페론 무덤 앞,,, 살아서 그렇게 사랑받고, 고생하고,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과거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는데, 에바 페론과 페론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선심정책을 쓰는 정치를 하는 바람에 지금은 

          가난하고 경제가 어려운, 비젼이 없는 나라로 변모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자기의 조국인 이 나라를 떠나려

          하고 있다, 대학을 나온 택시기사의 한탄을 통해  이게 이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난 이곳에서 1시간 동안 그냥 앉아 있었다, 그냥,,,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이 무덤 옆에 서있다, 대리석으로 깍아 만든 옷의 모양은 선이 그대로 살아있고,

          바람에 옷이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최고의 예술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