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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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2년 하반기(9월~12월)

가을이 떠나기 전에,,(3)

영혼의 수도자 2022. 10. 10. 18:38

지난 주 일요일(102) 원덕에서 낚시가게를 하는 김사장과 서울에서 건축 사업을 하는 이사장이 능이버섯을 따기 위해 산속의 우리 집에 왔다, 김사장은 천사장의 친구로 내가 평상을 만들 때 미스터 박과 함께 도움을 준 사람이다, 난 잘 기억나지 않지만, 2006년 산속에 집을 지을 때 인부로 일했었다고 한다,

 

천사장과 함께 우리 산속에 몇 번 와서 점심 식사도 하고, 저녁에 고기를 구워서도 먹고, 또 원덕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워서 이젠 매우 친한 사이가 되었다,

 

만날 때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들과 자기 가족들 이야기 등을 조금씩 이야기하는데 매우 흥미롭다, 심성이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김사장을 보고 있으면 그 옛날 고향 시골의 동네 이웃을 보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매일 소주를 17병씩 마셨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한두 병도 아니고 매일 17병의 소주를 마셔야 잠을 잔다는 김사장의 이야기는 현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다 10년 전 큰 병에 걸려서 30일 밖에 살 수 없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고, 이렇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즉시 술을 일체 마시지 않았고, 심지어 담배도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산을 다니며 산삼도 캐고, 수많은 약초를 캐서 먹었더니 건강이 좋아져서 30일 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결연한 의지와 인내심을 가지고 생의 어려움을 극복한 김사장이 새삼 다시 쳐다보게 되고 존경심마저 든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시골에 사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고 경험 할 수 있는 축복이다, 요즘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또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가지기도 힘들다, 사람들이 이해관계만 따지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하고만 교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해 관계를 떠난 사람들과의 우정은 아름답다, 그래서 시골의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 천사장과 김사장을 생각하고 있으면 쌀쌀한 가을 날씨속에서도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감돈다, 흡사 열기를 활활 내품는 난로 옆에 있는 것만 같다,

 

돌식탁 옆과 정자 사이에 작은 통나무 탁자가 놓여 있다, 이것을 옮겨서 야외에서 파티를 할 때, 음식을 만들고 고기를 구을 때 사용하려고 하는데, 통나무 탁자를 옮기는 게 나 혼자서 하는 일이라 너무 힘들다, 그래서 천사장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겨우 돌식탁 옆에 자리를 잡아서 옮겨 놓았다,

 

이젠 모든 것이 하나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초에 평상과 베란다를 교체하면서 뜯어낸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하나씩 잘라서 겨울 난로의 불쏘시개로 사용하려고 파고라 안에 쌓아두었는데, 그동안 산속에서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나무들을 쌓아둔 천막이 보기 싫었다, 그런데 이젠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젠 손님들을 초청해서 함께 고기를 구우며 캠프파이어를 해도 될 것 같다,

임도 길옆에 쌓아둔 통나무들을 운반해서 마당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캠프파이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업되고 참 좋다,

 

산속에 살면서 오랫만에 가져 보는 여유로움 속에서 가을 하늘과 숲속을 바라본다,

여유라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새들의 울음소리, 가을 바람소리,,,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모습도 이젠 눈에 들어온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못 보았었던 꽃들과 나무들, 단풍잎들이 보인다,

아름드리 큰 소나무들이 위용을 뽐내고 자기와 가까이 하자고 나를 부른다,

소나무는 몇 시간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지겹지도 싫증도 나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나이를 많이 잡수셨는데도 품격이 흐르고 멋지다,  

 

소나무와 대나무들은 고상하고 신비하다, 그래서 멋있다,  

용담꽃도 활짝 피었고, 들국화 꽃들이 산속 곳곳에 피어 있다, 국화 종류도 참 많다고 한다,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산국, 감국, 해국, 갯국, 참취, 개망초, 미역취, 등등인데, 그 중에서 난 노란 감국을 제일 좋아한다, 감국향은 가을 산을 그 특유의 향기로 산속을 향기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젠 가을밤에 마당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야크 치즈를 굽고 와인을 마실 때다,

이때가 너무 좋다, 노릇노릇하게 구은 야크 치즈의 향과 맛은 그 어떤 치즈보다도 신이 내린 최고의 깊은 향과 오묘한 향이 서린 음식이다, 다음 번에는 야크 치즈를 요리해서 와인과 함께 먹어야겠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큰 통나무들을 불태우고,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주변에 앉아서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와신을 마시며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며 가을밤을 보내고 싶다,

 

이런 기회를 주신 신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