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산속에서 불멍에 빠지다,,(2)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2년 하반기(9월~12월)

산속에서 불멍에 빠지다,,(2)

영혼의 수도자 2022. 10. 24. 08:25

가을이 되니 산속은 밤이 되면 춥다,

온도가 10도로 내려가다 보니 초겨울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기로 했다,

큰 통나무들을 가져와 스텐레스 큰 함지막 위에 작은 나뭇가지들을 넣고 그 위에 통나무를 얹은 다음 불을 피웠다,

바싹 마른 통나무와 나무들이 순식간에 불타오른다,

 

작은 화로대는 몇 개가 있지만, 큰 화로대는 스텐 함지박 으로 된 화로대 2개가 있는데, 나머지 1개는 황토방이 있는 마당에 있다, 벽난로에 들어가지 않는 큰 나무들을 마당에 설치된 화로대에 불을 피우면 최고다, 산속에는 큰 나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기에 이런 큰 나무들을 옮겨와 불을 피우면 최고의 운취를 선물한다,

 

불은 화로대 위에서 활활 타오른다, 불길이 힘차게 타오르니, 주변이 따뜻한 열기로 더워진다,

불꽃을 보고 있으니까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고 좋은 기억들과 슬픈 기억들, 아픈 기억들이 뒤섞여서 내 가슴을 흔든다,

벌써 10월달이고 가을이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가는 걸까?

 

불꽃은 너울 너울 춤을 춘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춤을 춘다,

가을밤에 마당에서 타는 불꽃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가만히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불꽃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붉은 불꽃은 한밤중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불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녀가 작두를 타면서 너울 너울 춤추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하고, 늦은 가을에 붉은 단풍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요염한 미소를 짓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장작불은 슬프다,

불꽃은 그림도 되고, 노래도 된다, 그리고 먼 과거로 인도하는 길잡이도 된다,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신비한 안내자인 불꽃이 가을밤을 달아오르게 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모르게 된다, 그리고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내가 없는 공허한 공간 속에서 나는 나를  찾기 위해 허허로운  눈물을 흘린다, 내가  없는 공간은 나를 슬프게 한다,

무(無)와 허(虛), 있어도 없는 텅빈 공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들이 소용돌이치는 우주 속의  블랙홀이다,

 

박인희가 부른 <모닥불 피워 놓고> 노래를 들으며, 가을밤 장작불 아래서 밤을 보냈습니다,

 

모닥불 피어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 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