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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빙판에 자동차 사고가 나다,,(2)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상반기(1월~7월)

고속도로 빙판에 자동차 사고가 나다,,(2)

영혼의 수도자 2024. 2. 27. 04:12

 

지금도 이 글을 쓰려고 하니 가슴이 떨린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오늘(2월 21일, 수요일) 오후까지 계속해서 내린다,

습설이라서 산속의 창고와 개집과 파고라 등에 눈이 1m 이상 쌓여서 지붕 위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지만 계속해서 내리는 눈은 금방 쓸어내린 눈 위에 또 쌓인다, 눈으로 인해 대나무와 많은 나무들이 부러지고 뿌리채 뽑힌다,

 

그래서 이대로 있다가는 폭설로 고립될 수 있겠구나 하는 판단 하에 산속 집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눈이 발목 위을 덮을 정도로 약 30cm 이상 내렸기 때문에 긴 장화로 갈아신고선 등산화와  작은물병을 넣은 배낭을 메고 산속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왜냐하면 산속 입구까지 가야 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도 임도에 눈이 많이 내려서 포크레인으로 제설(除雪) 작업을 했는데도 또 다시 내린 폭설로 자동차가 다닐 수가 없다, 약 2시간 동안 눈길을 걸어서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산 입구에 도착해서 삼척국유림관리소에 전화를 했는데 임도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5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포크레인 기사한테 전화를 하니까 다행히도 지난 주에 우리 산속의 임도에 쌓인 눈을 치운 기사가 전화를 받는다, 나의 다급한 구조 요청에 포크레인 기사는 30분 후에 산속에 도착할 테니 산속에 있는 자동차로 급히 탈출할 준비를 하라고 한다,

 

이 순간 만큼은 포크레인 기사가 위기에 처한 나를 구원해줄  천사 같다, 통화를 마치고 서둘러 산속 집을 향해 다시 눈길을 걸어가는데 약 30분 후 포크레인이 눈을 치우며 달려온다, 

 

와 구세주다, 만세! 만세! 난 반가워서 포크레인 기사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내가 사는 집까지 눈을 치워달라고 부탁해보는데, 포크레인 기사는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안된다고 말하면서 자기가 빨리 눈을 치울 테니 곧바로 자동차를 타고 내려오란다,

 

서두르지 않으면 눈을 치운 자리에 계속해서 눈이 쌓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내려오기 힘들 거라고, 기상청에서 모레(금요일)까지 강원도 동해안에 50~70cm 이상 눈이 더 내릴 거라는 예보가 나왔다고 하면서 서둘러서 산속에서 탈출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곳까지 눈을 치워주겠단다, 

 

1시간 30분만에 산속 집에 도착해서 개들에게 돼지 등뼈를 삶은 밥도 주고 사료통에 일주일치 사료도 넣어준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리는 폭설로 인해 파고라가 무너질까봐 파고라에 쌓여 있는 눈을 눈삽으로 치우고 나니까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서둘러서 이것 저것 물건들을 대충 챙겨서 배낭에 넣고 큰 가방 두 개에 빨랫감과 약품과 같은 필수품 등을 넣고서 고래등 같은 짐을 들고 눈길을 걷는데 아까보다 벌써 눈이 20cm 이상 쌓여 있다,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는 약 30분이 걸리는 거리다,

 

마음은 급한데 눈길을 걷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만약 지금 눈속을 탈출하지 않으면 언제 산속을 벗어날지 알 수가 없는 위험한 순간이다, 드디어 자동차가 보인다, 자동차 위에 눈이 30cm 이상 쌓여 있다, 앞 유리창에 눈이 가득해서 눈을 대충 털어내어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눈을 치운 다음 자동차에 타서 시동을 거는데 걱정이 된다,

 

산속에서 눈으로 인한 대피 아니 탈출을 하기 위해 포크레인이 눈길을 치워 주었지만,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난 후의 임도에는 눈이 10cm 정도 쌓여 있어서 사륜구동 저단 기어를 넣고 조심 조심해서 미끄럼 타듯 그렇게 천천히 산길을 내려오는데, 자동차는 자꾸만 미끄러진다, 약 20분의 시간을 가슴 졸이며 눈비가 내리는 산속 입구에 도착하니 살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안심의 한숨이 나온다,

 

오후 4시경 산속에서 내려와 7번 국도를 타고 근덕 톨게이트에서 나와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망상을 지나 옥계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고 구정 휴게소 방향으로 달리는데 계속해서 눈이 내린다, 폭설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자동차 속도를 50~60km 이하로 해서 1차로를 천천히 가는데, 갑자기 자동차가 '획'하고 빙글 빙글 돌아서 고속도로 가운데 시멘트 가림벽을 쿵 하고 박는다, 그리고 곧이어서 빙글 빙글 돌기에 급히 브레이크를 힘있게 밟아도 소용이 없다, 한번 더 가림벽을 박더니 또 다시 빙글 빙글 고속도로를 도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세 번의 빙빙 돌기를 하다가 서서히 멈추듯이 간다, 

 

불행 중 다행히도 내 앞과 뒤, 그리고 옆 차선에 자동차가 없어서 2차 추돌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천히 차를 움직여 고속도로 갓길로 들어가서 비상등을 켠 후 자동차를 세웠다, 그리고 자동차 안에서 가만히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 자동차 밖으로 나와 고속도로 가림벽을 박은 자동차 전면부를 살펴보니 왼쪽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이 부서져서 보이지 않고, 범퍼는 찌그러져 있고, 앞휀다(펜더) 부분이 밀려서 쭈그러져 들어가 있다,

 

내가 사고가 난 곳이 결빙 구간이었나 보다, 차가운 겨울바람과 눈이 정신이 들게 하면서 그래도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에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큰 소리로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늘을 향해 고함을 친다,

 

한 동안 눈을 맞으며 고속도로 갓길에 있다가 잘못하면 나처럼 빙판을 밟고 미끄러져 사고가 나는 자동차에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동차에 타서 시동을 켜니까 시동이 걸리고 엔진에 무리가 없는 것 같다, 4륜구동으로 기아를 바꾼 후 천천히 눈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강릉휴게소에 도착했는데, 눈이 많이 쌓여있는 휴게소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쪽 전조등과 안개등에 의존해서 제설이 되어 있지 않은 대관령 구간과 평창-횡성 구간을 50km 이하로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원주를 지나 제2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눈비가 내리는데 70~80km로 달릴 수 있게 되니까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약 7시간에 걸쳐서 겨우 집에 도착했다, 운전하는 내내 긴장해서인지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샤워를 하자마자 그냥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쌍용자동차 서비스센터를 검색해서 자동차를 맡겼습니다, 참 세상 사는 게 순식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과 마음이 피곤합니다,

 

여러분들도 겨울철 고속도로 운행 시 정말 조심해서 운전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눈길을 달릴 때는 차량 제동 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평소보다 앞·뒤차와 여유거리는 더 크게 두는 게 좋습니다, 또한 속도를 줄일 때도 기어를 저단으로 내려 서서히 속력을 줄이고, 정차할 때는 미리 살살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뒷차에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예컨대 눈길에서 2륜구동 자동차는 절대로 내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제 인생에서 운전하는 동안 이런 결빙 사고는 처음이어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만 같습니다, 신께 감사드립니다, 

 

 

 

강릉 휴게소(상행)에서 찍은 사고 사진,,

사고가 난 다음날 <나의 퀘렌시아>에서 마음을 진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