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강원도 산속에 눈이 많이 왔다,,(2) 본문
입춘이 지난 2월 5일부터 3일 동안 강원도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30cm ~40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져서 고속도로의 차량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눈길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반국도 또한 눈 때문에 차량들이 조심스럽게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고,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눈이 너무 쌓여서 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는 뉴스가 TV에서 나왔다,
게다가 기상청은 이번에 내린 눈이 습하고 무거운 '습설'로 축사와 비닐하우스 붕괴 등 시설물 피해에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그래서 걱정이 되어 원덕에서 낚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사장한테 전화를 해보니 세찬 눈보라가 쉴 새 없이 몰아치면서 엄청난 눈이 오고 있다고, 나보고 내려오지 말란다,
지난 주에도 산속에 눈이 녹지 않아서 일찍 집으로 왔었는데, 개들과 산속에 있는 집이 걱정이 되어 이틀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강원도에 눈이 그친 목요일(8일) 아침 일찍 강원도로 향했다, 횡성을 지나면서부터 고속도로 옆 산길과 밭과 마을에는 하얀 눈들이 쌓여 있다,
산속 집으로 가는 입구에 도착하였는데, 차단기가 있는 입구부터 눈이 쌓여 있다, 차에서 내려 타이어 4개에 패브릭 직물로 된 스노우 체인을 장착한 후, 천천히 눈이 쌓인 임도를 올라가는데, 얼마 가지 않아 자동차가 미끄러지면서 헛바퀴가 돌며 더 이상 눈길을 올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자동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배낭을 꺼내 필요한 물품을 넣은 다음 등산화로 갈아신고서 산속 집을 향해 눈길을 걷는데, 눈길을 걸을 때마다 발이 눈속에 빠져서 빨리 걷지도 못하고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게 힘이 든다,
눈이 많이 쌓인 산속 집이 걱정되고 개들한테 아무 이상이 없는지 걱정이 되어서 마음은 급한데, 눈길을 걷는 속도가 더디고 힘들기만 하다, 마음은 조급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눈이 쌓인 풍광을 보면서 천천히 눈길을 걸으니 평소의 산속 경치와는 완전히 다른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개울에는 눈이 녹으면서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고, 바위 위에도 눈이 쌓여 있어서 마치 유명 화가의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감탄을 유발한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역시 맑고 깨끗해서 청아하게 울린다, 흡사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듣는 듯하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눈과 귀는 아름다운 그림과 선율에 취한다,
산속 집에 도착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무릎 높이까지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쌓인 눈길을 한 시간 동안 걸은 거다, 평소의 산길을 3시간 동안 걷는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다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
집에 도착하니 눈은 50cm 이상 쌓여 있고, 집앞 파고라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져서 부서져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평상에 설치한 천막도 습설로 완전히 붕괴되었고, 베란다에 있는 개집 지붕도 무너졌다,
집앞은 눈이 1m 이상 쌓여 있다, 눈으로 만든 세상의 풍경에 감탄보다는 한숨만 나온다, 산속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설경(雪景)에 취해 노래하며 즐거워했었는데, 집 주변의 엄청난 눈폭탄에 탄식과 함께 절망감에 온몸의 힘이 쫙 빠지는 것 같다,
다행히 개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있다, 그런데 평상에 놓아둔 사료통이 천막이 무너지면서 사료에 눈이 들어가 완전히 물에 젖어서 먹을 수 없는 상태다, 세 마리의 개들<라멜, 방울이, 미미>이 배가 고픈지 눈을 먹는다, 그래서 사료통을 비우고 걸레로 닦은 다음 새로운 사료로 교체해서 주니까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다,
집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 잔을 끓여서 마시고는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마지막 세상을 바라보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 잘 될 거야 - 라는 노래 가사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와 동시에 마음은 이미 다른 세상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을 한 것만 같다, 수도사들이 그렇게 원하던 그 순간, 깨우침을 얻은 순간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게 진정한 해탈이 아닐까, 아니 비슷할지도 모른다,
현관 옆에 있는 개집과 작은 창고 파고라 지붕에 쌓인 눈 때문에 파고라 지붕이 곧 무너질 것 같아서 눈삽으로 천천히 치우는데 힘들다, 파고라 앞에 쌓인 눈도 치우는데, 눈이 1m 이상 쌓여 있다,
입고 있는 옷도 다 젖었고, 장화를 신었는데도 장화 속에 눈이 들어가서 발이 시리다,
문득 내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계속해서 산속에 살아야 하나 하는 의문점이 든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귀중한 삶의 시간들을 낭비하는 게 아닐까, 이럴 땐 그냥 멍하니 있는 게 최고다,
몸은 천근 만근 무거운데 마음은 가볍다, 가볍다 못해 훨훨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다,
깨달음의 세계, 도를 깨우치는 세계, 불교에서 말하는 참선의 목적은 열반에 도달하는 것으로, 열반을 증득(證得, 바른 지혜로써 진리를 깨달아 얻음)하기 위해서는 탐욕도 없고, 화냄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수행자들이 마음의 본질을 깨닫고 그렇게 다다르고 싶은 그 간절한 순간이 어쩌면 내가 조금 전에 느꼈던 그런 순간들이 아닐까,
죽음도, 세상을 사는 것도, 기쁨과 슬픔도, 고통과 행복함도, 그리고 수많은 스트레스와 온갖 걱정들도 다 사라지고 진정한 무(無)의 세계로 이동하는 그 순간, 온몸이 떨려오고 조금 전에 느꼈던 그 짧은 무의 세계가 곧 깨달음의 세계라는 착각에 난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눈이 하얗게 쌓인 산을 향해 고함친다, 나의 고함 소리는 메아리쳐 온산을 돌아서 온다,
산속도 순간 모두가 다 정지한다, 모두가 다 멈추어서 나의 기쁨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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