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12월의 산속, 상념에 잠기다,,(2)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하반기(8월~12월)

12월의 산속, 상념에 잠기다,,(2)

영혼의 수도자 2024. 12. 7. 05:54

서울과 경기 지역에 내린 역대급 폭설로 인해 11월 말의 강원도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 양 옆으로 눈이 많이 쌓여 있다,

그래서 작년에 동해에서 블랙 아이스로 자동차 사고를 겪고 난 후부터는 눈이 무서워졌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제설 작업이 이뤄져서 눈은 없지만 노면이 바닥이 젖어 있어서 혹시나 하는 걱정과 함께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운전하며 강원도로 향했다,

 

영동고속도로의 대관령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특이한 현상을 항상 경험한다, 강릉에는 비나 눈이 많이 오는데, 대관령을 넘어서 평창과 둔내, 횡성을 지나가면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다든지, 지금처럼 대관령까지는 눈이 내려도 대관령 고개를 넘어서 강릉에 이르게 되면 눈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온도도 둔내까지는 4도인데, 강릉을 지나면 15도를 넘어선다, 

 

강원도 산속에 폭설이 내리면 산속 집으로 가는 임도에 항상 눈이 많이 쌓여서 자동차에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해도 올라가기 힘들 뿐더러 고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제일 먼저 눈이 올 것을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번에도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 삼척 원덕읍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날씨 상황을 물어보고 대비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2개월도 안된 새끼 강아지들이 있고, 또 5마리 개들에게 사료도 줘야 하기에 폭설이 내렸지만 눈이 그친 지 사흘이 지났고 또 낮 시간대에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있어서 산속 집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난 주에 용인시 남사읍에 있는 처인원예종묘에서 구입한 목단 묘목을 가지고 산속 집으로 향했다,

 

산속 집으로 가는 길은 겨울이 아니라 늦은 가을 같다,

다행히 산속 집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료통이 텅 비어서 배가 고픈 개들에게 사료를 주고 나서 서둘러 벽난로에 불을 지핀 후 삽과 괭이를 가지고 영혼의 쉼터로 향했다, 새로 구입한 목단 묘목을 심기 위해서다, 산속 집에는 우리나라 토종 목단과 중국산 목단들이 몇 개 있지만 영혼의 쉼터에는 목단이 없어서 이번에 새로운 품종의 중국에서 수입한 목단을 심는데, 묘목 뿌리와 목대가 튼실하고 너무 좋다,

 

인터넷으로 사는 꽃이나 묘목들은 실제 사진과 차이가 나는 것들이 많아 속아서 후회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처인원예종묘에서 판매하는 목단 묘목은 사진과 똑같고 너무 좋아서 감동이 온다, 

 

나는 참 어리석다, 그래서 사람들한테서 많이 속고 사기를 당한다, 인터넷에서 사는 물품에 수없이 속으면서도 또 산다, 특히 꽃을 좋아하는 나는 인터넷을 통해 다육이와 호야 등을 많이 샀는데, 실제의 사진에서 광고하는 물건들과 너무 달라서 속상한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그래, 내가 조금 속상하고 참으면 나를 속인 당사자는 기분이 좋고 행복하니까 됐다. 그래 참자구나." 하고 참았었는데,

 

이번 처인원예종묘의 목단꽃은 너무 좋다, 앞으로는 처인원예종묘에서 더 많은 꽃과 묘목을 사리라 생각하고 사장님께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사실 대림원예에서는 5만원에 판매하는 수입 목단인데, 처인원예종묘에서는 크기에 따라 18,000원과 20,000원, 그리고 32,000원에 판매한다,

 

내년 5월이면 목단꽃이 필 거다,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정성들여서 땅을 파고 묘목을 잘 심은 후, 올해 세종식물원과 다른 묘목 가게에서 산 야생화들을 추운 겨울을 대비해 헌 담요와 이불로 덮어주고 흙으로 덮어주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갑자기 하니까 힘들어 죽것다, 이러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영혼의 쉼터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쉬면서 이곳에 합성 목재와 지붕을 씌운 정자를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정자에서 쉬다가 커피도 마시고, 잠도 자고, 먼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도 하고, 포터블 휴대용 라디오를 갖다 놓고 음악도 듣고, 또 정자 안에 텐트를 쳐서 마치 캠핑하듯 그렇게 나의 또 하나의 쉼터를 만들어 놓으리라,

 

이런 생각이 나를 흥분하게 하며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일을 새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것다, 그냥 이대로 있어도 되는데,,,그러나 새로 만들어 놓은 정자에 앉아서 먼 바다도 바라보고 여러 가지 예쁜 꽃들과 야생화를 보면서 명상하고 쉬게 되면 행복이 파도가 밀려오듯 그렇게 밀려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영혼의 쉼터에 수많은 수입산 꽃들과 국내산 야생화와 꽃들이 심어져 있는데도 만족을 못한다,

다음 주에는 퇴비를 가져다가 대추나무와 알밤나무, 사과나무, 호두나무에 밑거름을 주어야겠다고 작정하며, 한숨을 내쉰다, 왜냐하면 퇴비 무게가 20~30kg 정도 되기 때문이다, 원래는 20kg인데, 비가 퇴비 속에 들어가 무거워져서 각 퇴비마다 무게가 다르다,

 

예전에는 이 퇴비를 어깨에 메고  약 100m 정도 거리의 산길을 걸어서 나무에 주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힘들다,

이런 산골 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 나이를 생각해서 이젠 그냥 쉬라고들 하는데, 일을 눈앞에 두고 그냥 쉴 수가 없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일을 해야 가슴이 시원하고 저녁에 잠이 잘 온다,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그냥 놔두고 있으면 걱정이 되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 저녁에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오늘 낮에 오랜 만에 삽질을 한 탓이다, 내일도 철쭉과 연상홍과 라일락 나무들을 캐어 다른 곳에 새로 심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항상 바쁘다, 땅이 얼지 않을 때 모든 준비와 작업을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영하로 내려가기 전에 대명석곡과 다육이와  큰 꽃들을 집안에 들여 놓아서 다행이다, 벽난로 앞의 탁자 위에 놓아둔 다육이들의 잎이 아주 탱탱하고 색깔이 붉고 고운 물이 들어서 이쁘다,

 

이날 밤 벽난로에 통나무 10개를 다 태웠다, 아마 일반 산골집이라면 벽난로를 관리하는 게 힘들 거다,

우리 산에는 간벌 작업 후 지천으로 큰 나무들을 말려두고 있어서 나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작을 사서 화목난로나 벽난로를 피운다는 건 절대로 쉽지가 않다,

 

난 주물 벽난로를 20년째 몇 개씩 바꾸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유튜브에서 벽난로 광고하는 것을 많이 보면서 참 사기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의 온돌은 세계 최고의 난방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벽난로를 밤세도록 따뜻하게 하려면 큰 통나무 10개 정도가 필요한데, 온돌은 4개의 통나무만 아궁이에 태우면 다음 날까지 집안이 훈훈하다, 

 

그래서 벽난로는 광고하는 것처럼 절대로 그대로 믿지 마시길 바란다, 그냥 인테리어 소품으로, 멋으로 벽난로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괜찮은데, 난방을 해결하기 위해서 벽난로를 설치할 경우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에 벽난로는 참 멋있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마력이 있다,

 

벽난로 위에 약초들<계피, 생강, 인삼, 칡, 당귀 ,구기자, 대추,가시오가피, 엉겅퀴꽃 등등>을 넣은 큰 주전자를 올려 놓고 끓여서 그 물을 수시로 먹게 되면 저절로 건강하게 되는 것 같다, 따뜻한 약초물은 겨울철에 최고다, 감기 예방과 염증 치료에 좋다고 한다, 그냥 보약 한첩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신나고 기분이 좋다,

 

따뜻한 약초물이 내 몸을 덮혀줍니다,

겨울 춥지만 그래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