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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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하반기(8월~12월)

산속 집에 폭설이 내리다,,(9)

영혼의 수도자 2024. 12. 29. 04:40

강원도 북부·중부·남부 산지 등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적설량이 5cm 이상 예상될 때 발효되는데, 기상청은 주말(21일)에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1∼3㎝의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고 대설특보 확대 가능성이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눈이 온다고 하니 강아지와 개들의 사료가 걱정된다, 그래서 목요일(19일) 아침 9시에 강원도 산속 집을 향해 출발하였다,

다행히 영동고속도로는 평소와 다르게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한가하다, 

 

라디오(KBS 클래식 FM)와 USB 음악을 번갈아 들으면서 고속도로 주변 산에 쌓여 있는 눈을 보며 달리니 흡사 연주장에서 음악회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자동차 안에 크게 울리는 음악 소리와 노래는 나의 감정을 자극하며 가슴을 두드리는 것 같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내가 지금 운전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한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약 10cm 정도의 눈이 쌓여 있다, 자동차에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해도 도저히 갈 수 없는 눈속이다,

그래서 산속 집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개들과 강아지들이 걱정되어서 산으로 올라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눈속에 가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에 아무런 준비도 못했다, 그냥 눈속을 걷는 것밖에 방법이 없기에 산 입구에 자동차를 세워두고서 지팽이 하나만 가지고 산속 집을 향해 눈속을 걷는데, 

 

폭신한 하얀 눈길의 뽀드득 뽀드득 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데, 참 오랫만에 눈길을 나 혼자서 걷는다는 생각과 함께 엄청 고생스러울 거라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서 '차박차박'이나 '오지부르' 같은 유튜버들이 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면서 험준한 눈길 속을 걸어가는 것과 비교해보면 지금 내가 걷는 길은 참으로 양호한 산길이라는 생각에 힘이 난다, 

 

산속 집은 항상 자동차로 다녔었는데, 오랫만에 집으로 걸어서 가니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하다, 그리고 눈길을 걸어가니 마치 새로운 길을 걷는 것 같은 생소함과 함께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겨울 나그네'가 생각난다, 인생이란 결국 나 혼자서 이렇게 걸어가는 거라는 진리를 또 한번 깨닫게 된다,

 

세상의 어지러움 속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기쁨과 함께 즐거움을 가져온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텐데, 왜 그렇게 안달복달하며 걱정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살았는지 바보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천천히 내일까지 눈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겨울의 개울물은 청량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고, 눈은 산의 모든 것을 하얀 세상으로 분칠해 놓았다,

 

1시간 30분만에 산속 집에 도착하니 개들이 뛰어오르며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개 사료통을 보니 사료통이 다 비워져 있다, 서둘러 개 사료통을 정자에 옮겨 놓고선 개 사료 두 푸대를 부워주웠다,

개들은 사료를 먹을 때 서열이 정해져 있다, 먼저 람보부터 먹는다, 올해 람보와 라멜이 서로 대장하려고 한 달 동안 싸웠는데 결국 람보가 승리해 대장이 되었다, 개들 세계에서는 서열이 엄격하다, 대장이 사료를 다 먹고 나면 다음 번 순서의 개가 사료를 먹고 하는 질서가 존재한다,

 

눈속에 쌓여 있는 산속 집 안으로 들어가 서둘러 벽난로에 불을 지펴 거실에 온기가 돌게 한다,

눈속에 먹이가 없으니까 창밖에 새들이 날아와 빨리 먹이를 달라고 야단이다, 그래서 준비해둔 땅콩을 새들에게 주려고 그릇에 담아 밖에 갖다 놓으니까 수십 마리의 새들이 날아와 땅콩을 물어간다, 그야말로 야단이 났다, 

 

강아지들이 있는 개집에 가보니 알마와 비바가 나를 보고 반가워하며 꼬리를 흔든다,

강아지들에게 사료를 주고서 금동이 집으로 가니까 금동이가 보이지 않는다, 개 목걸이를 끊고서 어디론가 도망을 간 것 같다, '금동아~' 하고 크게 소리쳐 불러도 금동이는 보이지 않는다, 람보의 얼굴에 짐승과 싸운 상처 흔적을 보았는데, 아마도 금동이가 개줄을 끊고서 람보와 다른 개들<라멜, 방울이, 미미>과 함께 싸운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해 보는데, 그렇다면 4마리의 개들과 금동이가 함께 싸워서 크게 다쳤거나 큰 상처를 입고 눈속에 죽었다는 예감에 걱정이 된다,

 

자연은 항상 내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몰고 온다, 미리 겨울 준비를 해둔 덕분에 집 안으로 물은 잘 나오고  있다,

오늘 산속 집에서 잠잘까, 아니면 황토방에서 잠잘까를 생각하는데, 오늘 또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다시 서울로 가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머지 사소한 일을 마치고 커피 한 잔을 끓여서 마신 후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서 서울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배낭과 등산화를 준비하고 눈길을 걸을 때 필요한 나무 지팡이도 준비해서 천천히 산속 집을 떠나 황토방이 있는 산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금동이는 여전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금동아~ 하고 소리쳐 불러보지만 어디에도 금동이는 보이지 않는다,

슬픔이 몰려온다, 또 이렇게 금동이와 이별을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린다, 금동이 집을 살펴보니 개집 안에 사료가 많이 없는 걸 확인하였는데 아마도 눈이 많이 오고 나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

 

금동이 집을 지나서 산길을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는데, 눈은 날씨 탓인지 오전보다 조금 녹았다, 약간 눈이 녹은 산길은 걷기가 더 편하다, 미끄럽지가 않아서 그리고 내리막길이라서 훨씬 더 편하고 시간도 반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산 입구에 세워진 자동차에 배낭과 등산화를 싣고 천천히 출발해 서울로 오는데, 5시인데도 벌써 어둠이 짙게 깔린다,

그래서 긴장이 된다, 고속도로는 얼음이 언 곳들이 많아서 밤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자동차가 많이 없어서 조심 조심 운전을 하면서 오는데, 작년에 얼음이 언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이후부터 블랙 아이스를 만날까봐 겁이 난다, 그래서 100km를 넘지 않는 속도로 조심해서 서울 집에 도착하자마자 완전히 쓰러졌다,

 

9시간의 고속도로 운전과 눈길을 2시간 30분 동안 걸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합니다, 그래서 이후 3일 동안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