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겨울 산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다,,(7) 본문
내가 사는 강원도 산속의 겨울은 매우 춥다, 마을보다 3도~5도까지 온도 차이가 난다,
예컨대, 동네 마을은 비가 오는데, 내가 사는 산속은 눈이 온다, 해발 400m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겨울 맞이 준비가 끝난 산속에서는 할 일이 없다, 눈이 오기 전에 올겨울 준비를 끝냈다,
가장 힘든 통나무를 엔진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통나무를 패고, 장작을 만들고 하는 작은 일들만 남아 있다,
겨울 산속에서 하루 일과 중 가장 큰 일은 황토방으로 내려가 아궁이에 두 시간 정도 불을 때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집안의 벽난로에 통나무를 넣고서 불이 꺼지지 않게 돌보는 일이다,
편안한 안락의자에 누워서 나따뜻한 벽난로의 불빛을 바라보며 지난 일들을 생각해본다,
가족과의 관계와 마누라와의 관계 등 이제는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편안하게 살아야 하는데, 해가 갈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병이란 병은 다 함께 하고 있으니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귀찮다,
지난 주 서울 집에 갔을 때, 아파트에 있는 헬스장에 가기가 싫어서 지하 2층에서부터 29층까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갔다, 다리를 튼튼하게 하려고 가끔 시도하는 운동인데, 보통 때는 20층 정도만 올라갔었는데, 이번에는 컨디션이 너무 좋고 힘이 넘쳐서 29층까지 신나게 올라갔다,
그런데 이날 밤부터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알러지 감기가 낫지 않은 상태에서 좀 무리한 운동이었나 보다, 다음 날부터 온몸이 쑤시고 추운 것이 완전 몸살이 났다, 입맛도 없고, 피곤하고 계속해서 졸린다, 내가 참 많이 늙었다는 현실감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그런데 병원에도 가지 않고 약국에서 산 감기약 두 알만 먹고서 강원도 산속 집까지 운전하고 왔다, 이러다가 큰 일이 나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된다, 몸이 아프고 피곤하니까 온갖 잡다한 생각으로 범벅이 되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옳은 것일까, 혹시 실수하는 건 아닐까,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들과 딸도 나에게 몸조심하라고 매번 이야기한다, 아들은 친구 아버지가 65세의 건강한 몸인데, 아침에 조깅하러 갔다가 심장마비가 와서 돌아가셔서 조문을 다녀왔다고 하면서 나한테 내 건강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몇 번이나 당부한다,
노인은 노인의 방식대로 살아야 하는데, 난 아직도 내가 30대 젊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나 보다,
먹는 것, 일하는 것, 운동하는 것, 여행하는 것 등등,,, 하루 하루 살면서 조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들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더 조심하고 의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지난 시간들을 유추해 보면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였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조금만 의심했었도 그렇게 사기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이처럼 지난 기억들을 후회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제 다 지나간 시간들이다, 스쳐 지나간 바람을 붙잡으려는 어리석은 바보는 더 이상 되지 말자고 다짐하고 결심해보지만, 지난 아픈 기억들은 수시로 머릿속에서 되살아나 나를 괴롭힌다, 이걸 지우개로 지우듯 그렇게 싹 다 지울 수 없을까, 아마 내가 마지막 눈을 감을 때 잊어버릴 수 있을런지 모른다,
산속에서 혼자서 수양(修養)하고 명상하면서 다른 세상에 살고 싶었는데, 잘 안되는 건 아마도 내가 수양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나도 이번 겨울에 스님들이 동안거 하듯 비슷하게라도 맹렬 수련 해볼까, 그러면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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