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태풍이 지나가고 난 산속,,(5) 본문
제6호 태풍 '카눈'이 진로를 바꾸어 수요일(9일) 밤부터 제주도 동쪽 해상을 통과하여 목요일(10일) 아침 남해안으로 상륙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이 태풍의 영향을 받는다는 일기예보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듣고선 놀라움과 함께 마음이 급해졌다,
왜냐하면 이번 태풍이 매우 강해서 바람이 세고, 심각한 건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서 엄청난 호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화요일날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등 산속에서의 일정을 급하게 마무리 서둘러 서울집으로 올라왔다,
역사상 유래없는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6호 태풍 카눈은 우리 모두를 긴장시켰다,
그런데 다행히 예상보다는 세력이 약화되어 서울에서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직접 영향권에 든 경남, 경북, 전남, 충북, 강원도 북지 지역 등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태풍이 지나간 후 산속 상황이 너무 걱정되어 14일(월) 오전 10시경 강원도로 향했다,
오후 2시쯤 산속 입구에 도착하여 산속 집을 향해 임도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임도길 곳곳이 깊게 파여 있어서 자동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엔 동부지방산림청 삼척국유림관리소가 상황을 빠르게 대처한 것 같다, 임도길 초입부터 어느 부분까지는 포크레인으로 깊게 파인 길과 구덩이를 자갈돌과 흙으로 메꾸고 임도길 옆에 빗물이 빠져나가게 조치를 취한 것을 볼 수 있었고, 나머지 보수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중간 지점에 포크레인을 갖다 놓았다,
해마다 태풍이나 장맛비 등 많은 비가 오고 나면 겪는 일이라서 크게 놀라지 않고,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산속 집을 향해 올라가는데, 황토방이 있는 곳 근처, 경사가 급한 바위산이 산사태로 무너져서 흙과 큰 바위돌이 임도길을 막아버렸다,
할 수 없이 자동차를 산 밑의 공터에 세워 두고, 자동차에 실은 짐들 중 꼭 필요한 물품만 배낭과 코스트코 가방에 넣은 다음 천천히 임도를 걸어서 산속 집에 도착했다, 일주일만에 온 산속 집은 주변이 태풍으로 인해 엉망진창인데, 다행스럽게도 평상 위에 설치한 천막 하나만 강한 비바람에 무너지고 부셔져 있었다,
위력이 강력한 태풍 '카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놀라서 태풍을 피해 일주일 동안 서울 집에 피신해 있으면서 TV 뉴스를 보며 태풍의 진로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또 원덕에 사는 천사장과 임원 이장한테 전화를 해서 현지의 태풍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을 졸였었다,
태풍의 지나간 자리는 큰 상처를 남겼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적은 피해다,
예방접종을 하고 나면 해당 질병을 이겨내듯, 해마다 경험한 태풍의 경험이 이제는제법 만성이 되었는지 이런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집 뒤에 있는 영혼의 쉼터로 가보니, 곳곳에 많은 물이 흘러간 자국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땅이 깊게 패여져 있다,
특히 꽃들이 많이 쓰러져 있었는데, 이런 것은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보통의 사람들이 산속에서 산다는 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연 내가 언제까지 이런 자연 재해에 대처하고 자연 현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
애정어린 마음으로 내가 가꾼 나무들을 손을 쓰다듬으면서 이번 태풍에 잘 견뎌줘서 장하다, 그리고 고맙다, 라고 나무들한테 이야기한다, 다행히도 강한 태풍 바람에 나무들이 쓰러지거나 부러지지 않았다, 개들 또한 모두가 다 건강하게 잘 있다,
황토방이 있는 산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개울을 건너기 위해서 작년에 포크레인 공사로 둑 옆에 만들어 놓은 발 디딤돌 바위가 태풍의 물살에 떠내려 갔다, 얼마나 물살이 힘세고 거센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른 장정 4명이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바위돌인데, 이 바위돌이 떠내려갔다, 그리고 선녀탕도 물속에 모래들로 가득 차있다, 올봄에 포크레인으로 공사한 세 곳의 선녀탕이 본래의 모습과는 완전히 변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선녀탕을 가두어둔 바위돌들은 그대로 있다,
정자도 지붕을 새로 보수하고 칠하고 했더니 아무런 피해가 없다,
정자에서 옷을 벗고선 선녀탕 안에 들어가보니 물의 온도가 너무 차갑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물속이 미지근해서 시원한 맛이 나지 않아서 좀 그랬었는데, 늦가을철 꼭 얼음물 속에 들어온 것처럼 물의 온도가 완전히 변했다,
난 이런 차가운 물이 좋다, 정신이 번쩍들고 온몸이 차갑다 못해 시리다,
물속에서 밖으로 나오니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날씨가 변했다, 도시에서는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습도가 높고 더워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데, 산속은 이제 가을의 기운이 서린다,
마로니에 열매들이 익어서 <마로니에 열매는 흡사 알밤처럼 생겼다> 땅에 떨어져 뒹군다,
그렇게도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의 노래소리도 들리지 않고 날파리나 모기도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지난 주처럼 많지가 않고 극성스럽게 달려들지도 않는다, 적은 숫자의 날파리와 벌레는 곧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이다,
황토방이 있는 연못으로 들어가는 호스 3개 중 두 개가 물이 나오지 않는다,
산 밑에 호스가 모두 5개가 있는데 태풍으로 인해 막혀서 모두 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오는 물 호스가 모두 5개인데, 그 중 2개만 물이 나오는데, 그것도 흙탕 물이 나온다, 더불어서 개들이 마시는 호스 물 또한 아예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가슴까지 올라오는 긴 바지 장화를 신고 집으로 들어오는 물 호스가 연결된 개울로 가보니, 몇 개의 호스들이 거센 물살에 떠내려갔다, 그래서 호스를 새로 개울물 속에 넣고 돌로 고정시킨 후, 호스의 공기를 뺀 다음 새로 연결하니까 물이 다시 나온다, 참 신기하다, 호스 물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이 진정되면서 나도 모르게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틀어 놓았더니 물이 깨끗하게 나온다, 그래서 일하느라 지친 몸에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오랫만에 소고기 스테이크를 굽는데 신이 난다,
저녁에 벽난로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태풍의 거센 바람으로 인해 빗물이 굴뚝으로 스며들어서 벽난로에 불이 잘 붙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 동안의 노하우로 간신히 불을 피우고, 참나무와 통나무를 난로 속에 넣고 불구경을 하는데, 참 좋다, 그냥 좋다, 산속이 이래서 좋다, 태풍이 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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