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추석이 가까이 온 산속,,(2) 본문

나의 산골이야기/2023년 하반기(8월~12월)

추석이 가까이 온 산속,,(2)

영혼의 수도자 2023. 9. 28. 09:53

강원도 산속은  비가 온다, 

항상 추석이 가까이 오면 송이버섯과 능이버섯들이 잘 성장할수 있게 비가 온다,

그래서 비가 오는 이른 아침에 송이버섯이 나왔는지 보기 위해서 배낭에 물과 비상 식량을 넣고서 개들과 함께 산속에 갔다,

 

비가 많이 온 탓에 산속은 온갖 종류의 버섯들이 많이 나왔다,

유튜브를 통해 공부한 식용버섯들을 따서 배낭 속에 넣고서 능이버섯이 나는 곳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비를 맞으며 송이버섯이 나왔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며 걷는데, 송이버섯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항상 추석 때쯤 송이버섯이 나왔었기에 아직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산속을 살핀다,

온갖 버섯들<식용버섯과 독버섯>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능이버섯이 항상 나오는 곳을 자세히 살펴 보니, 능이버섯 어린 것이 땅에 솟아나 있다, 반가워라,

또 다른 곳에서도 몇 개의 어린 능이버섯이 보인다, 다음 주 쯤에는 채취가 가능하리라,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얼마 안 있으면 이곳에 능이버섯이 난다는 것을 알고 훔치러 올 것이 뻔하다,

 

어쩌것는가, 그렇다고 남들이 캐갈 것을 우려하여 크기가 작은 것을 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아직은 크기가 작은 능이버섯을 놔둔 채 산에서 내려와 집을 향해 걸어갔다,

 

산속 집에 도착하자마자 긴 바지 장화를 신고 산속 집으로 들어오는 물의 원천(源泉,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지난 주에 많은 비가 내려서 산속 집으로 들어오는 고무 호스가 막혀서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고무 호스가 바위 웅덩이에 잠겨져 있는 곳으로 가보니, 호스가 큰 물살에 떠밀려서 물밖으로 나와 있는데다가 고무 호스를 감싸고 있는 모기장과 가는 나이론 망들이 뜯겨져 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 고무 호스를 보수할 여러 가지 기구들을 가지고 다시 바위 웅덩이로 돌아가서 호스를 새로 정비하였다,

 

그리고 나서 깊은 물속에 고무 호스를 넣고 바위돌로 고정한 다음 100 미터 아래에 있는 중간 이음매를 풀고서 물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데, 그 사이에 호스 안에 공기가 들어가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입으로 고무 호스 끝을 물고서 호스에 찬 공기를 빼는데 힘들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호스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틀 동안 물이 나오지 않는 산속의 집은 참 불편했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해마다 다반사로 일어나기에 걱정도, 근심도 안돼고 다 해결되리라는 느긋한 마음으로 계곡에 물이 적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오늘 오전에 해결한 거였다,

 

집안에 물이 콸콸 나오니 이보다 더한 기쁨과 행복함이 없다, 작지만 큰 기쁨이란 이런 것일 거다,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고, 커피 한 잔을 마실려고 해도 집앞에 있는 빨간색 대형 플라스틱 통에서 물을 주전자로 떠와서 커피를 마셔야 했고, 과일을 씻을 때도 물을 아껴서 사용해야 하는 등 참으로 힘든 고난의 시간들이었다, 

 

아프리카와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느끼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된다,

물이 없어서 사막 위를 1시간에서 2시간 동안 걸어서 강가나 호수가에 도착해서 황토물을 물통에 길어서 당나귀 등에 싣고 뜨거운 사막길을 걸으며 집으로 오간다,  

 

이처럼 매일 매일 1시간이나 2시간 동안 사막를 걸어서 물을 가져와 조금씩 마시며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와 동시에 우리는 얼마나 큰 축복을 받은 민족인지를 깨닫게 되고, 물을 더 소중하게 다루고 아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 동안 이런 일들을 잊어버리고, 또 귀중한 물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마구 사용했다,

 

모든 게 그런 것 같다, 평소에는 항상 물이 흘러넘치고, 또 수도세도 나가지 않으니까 그냥 펑펑 물을 사용하다가 막상 물이 나오지 않으니까 참 갑갑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또 물이 펑펑 나온다, 목욕탕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데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흥이 나고 기분이 너무 좋다,

 

이번 추석 때는 예년에 비해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비가 많이 와서 땅이 축축한데다가 밤에는 기온이 15도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동네 사람들과 내가 잘 아는 지인들에게 주려고 서울에 있는 이트레이더스(Emart Traders)에 가서 광천 김 선물세트 8박스와 스팸 선물세트 6박스를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오후에 이 선물들을 가지고 임원 마을로 내려가서 마을 이장과 마을 사람 몇몇에게 추석 선물이라고 전달해 주는데, 

 

몇 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후 오랫 동안 투병 생활을 하며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보다 5살 아래인 김일용씨댁을 찾아갔다, 그는 내가 아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가장 착하고 마음씨가 고운 사람으로, 나는 이 김일용씨하고 워낙 친하게 지내서 해마다 추석과 설명절 때가 되면 선물을 준비해서 가져다준다, 또 여름철에는 수박이나 과일 등을 사가지고 가서 온가족이 나눠 먹으라고 갖다 주었고, 건강을 빨리 회복하라고 여러 종류의 영양제도 사다 주었다,

 

이번에 집으로 찾아가서 만나 보니, 전보다 얼굴이 더 수척해지고 몸이 살이 쫙 빠졌다, 나를 보더니 몹시 반가워하며 내가 주는 추석 선물에 고마워한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말하는데, 이제 자기는 끝난 것 같다고 하면서 울먹인다,

 

내가 베푼 은혜를 하나도 못갚고 그냥 가는 것 같다고, 형님 같은 분은 이 세상의 천사라면서 죽어서도 형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는 말에 가슴이 울컥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악수를 하는데, 손에 힘이 하나도 없다,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더 힘을 내서 운동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하면서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하는데 내 마음 속은 슬픔으로 젖는다, 나한테 받기만 하고 줄 것이 없다고 하면서 마누라와 함께 농사지은 고춧가루 한 봉지를 건넨다,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뿌리치고 나오는데, 눈물이 난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게 무언지, 왜 이런 아픔과 고통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추석,,, 어떤 사람에게는 어쩌면 기쁨과 슬픔이 함께 하는 슬픈 계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