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벽난로 연통 만들기,,(4) 본문
원덕에 사는 천사장과 미스터 박이 능이버섯을 따려고 우리 산에 왔다,
작년부터 능이버섯을 따기 위해 천사장은 우리 산에 다니기 시작한다, 능이버섯 헌터로 변신했다고 하면서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에 왔다, 그래서 능이버섯이 많이 나오는 곳을 알려주고선 나는 풍산개 믹스인 금동이 개집을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맘 때가 되면 강원도 시골 사람들은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따려고 야단이 난다,
하루에도 10대 이상의 SUV자동차와 승합차, 그리고 트럭들이 우리 산을 찾아온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과 싸우고 우리 산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거나 일일히 임원 마을사람인지 신원을 확인하고 들여보내곤 했었는데, 이젠 귀찮아서 그냥 놔둔다,
그런데 산에 다니면서 버섯을 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좀스럽고 못됐다,
크기가 아주 작은 송이버섯이나 능이버섯을 발견하면 좀 크도록 놔두어야 하는데,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의 송이버섯이나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능이버섯들을 보이는대로 싹쓸이해서 채취해간다, 이 작은 버섯이 일주일만 지나도 냄비 뚜껑만한 크기로 커지는데도 어린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발견하는대로 다 따간다,
지난 주에 집안에 있는 벽난로에 불을 피우는데, 갑자기 벽난로 연통에서 연기가 새어서 집안이 연기로 가득찬다,
그래서 연통의 연기가 나는 곳을 살펴보니, 연통이 삭아서 구멍이 크게 나서 연기가 나오는 거였다, 그래서 서둘러 알루미늄 호일 테이프로 구멍난 연통을 둘둘 말아서 감았더니 연기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임시방편으로 급히 조치하였지만 새로 연통 이음매를 교체해야 한다,
서울의 신당동 중앙시장 주변에 중고 주방기구 및 가구 거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특히 이곳은 전국 주방과 관련된 물품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특화되어 있다. 이들 점포들은 대부분 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별도의 유통망을 갖춘 대형 업체도 많이 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냉장고, 냉동고, 저장고, 쇼케이스, 가스레인지, 닥트<duct, 건물 내외의 공기순환(환기)을 위한 '공조설비'>, 환풍기, 저울, 싱크대, 테이블과 의자 등 주방 용품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주 화요일날 신당동 주방기구 거리에 있는 연통 만드는 곳으로 찾아갔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4곳의 연통 제작업체 사장들한테 보여주면서 스텐레스로 된 연통과 이음매를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까 알루미늄은 가능한데, 스텐레스는 없다고 하면서 주문을 해도 요즘 바빠서 당장 구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4곳의 업체 사장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다가 내가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입하는 단골가게로 찾아가서 여자 사장한테 스텐 연통 전문 가게를 아는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까 여자 사장은 나를 데리고 작은 가게로 안내하며, 주인을 소개해주고는 가버린다,
나는 핸드폰에 저장된 연통 사이즈와 길이 등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제작 가능하느냐고 물어 보니까, 연통은 있는데, 구부러진 이음매는 스텐으로 된 것은 없단다, 그러면서 가격이 10만원 정도 한단다, 1m도 안되는 길이인데, 너무 비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지금 바로 제작 가능하느냐고 물으니, 본인 창고와 제작 공장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
청계천 6가의 신당동 가게를 30년 동안 다녔었는데, 큰길 가게 뒤의 좁은 골목길은 처음으로 가보는 길이다,
계단으로 오르고 내려가고 좁은 골목길들을 따라가니 작은 공장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옆에 창고가 있는데, 창고 안에 스텐으로 된 이음매가 2개가 있다, 얼마나 기쁘던지 하마터면 환호성을 지를 뻔 했다,
이음매를 자르고, 스텐통을 자르며 다듬고 있는 주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조금 전 소개해준 여자분과 20년 이상된 단골이라고 하면서, 강원도 산속에 살면서 온갖 종류의 필요한 물건들을 그 여자분한테 샀다고 이야기하니까, 그 여자가 자기 마누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자기는 신당동에 4개의 가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 그러면 엄청난 부자시네요."라고 내가 감탄하자, 자기는 외국에서도 주문 제작이 많이 들어온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호주에서도 전화가 온단다, 호주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려는 사장이 식당 설계도를 보내주면서 주방기구와 식당에 필요한 탁자와 의자 등을 세트로 주문한단다,
스텐으로 된 연통 이음매와 스텐통을 완성하였다, 내가 가격을 좀 깍아달라고 하니, 자기 마누라의 단골이니 6만원만 달라고 한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6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하고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마누라한테 나의 단골 가게에서 아주 싸게 스텐통을 구입했다고 자랑을 하는데, 마누라는 흥미가 없다는 듯 들은 척 만 척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마음은 하루빨리 연통을 교체하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서 강원도에 가있다,
목요일(9월 21일) 오후, 강원도 산속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새로 연통을 교체하려고 하는데, 나 혼자서 하기에 무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토요일날 아침 일찍 손재주가 많은 천사장과 미스터 박이 능이버섯을 따기 위해 우리 산에 온 것이다,
오후 4시가 되어서 산에 올라간 천사장과 미스터 박이 능이버섯을 조금 따가지고 우리 집에 들렀다,
나는 두 사람을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차를 대접한 후, 연통을 교체해야 하는데 나 혼자 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하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천사장과 미스터 박은 연통을 살펴보더니 작업을 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간단하지가 않고 보통 세밀한 작업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사온 연통 이음매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스텐 통이라고 사온 것이 진짜 스텐이 아니고 알루미늄이란다, 이음매만 스텐이란다, 난 꼭 사기당한 것같은 느낌이다,
다행히 스텐으로 된 기존 연통이 있어서 먼지와 그을음만 털어내고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음매 연통을 새로 자르고 끼고 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약 2시간 동안 두 명의 전문가들이 자르고 끼고 해서 겨우 새로 연통을 교체했다,
나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너무 고맙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천사장과 미스터 박에게 인사를 하고 저녁 식사로 돼지고기 목살과 삼겹살을 구워서 함께 먹으며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산속 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은 내가 크든 작든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고마운 마음이 항상 내 가슴 속에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 추석 선물로 스팸 선물 세트를 준비해서 내 마음을 전하였는데, 두 사람은 내 작은 정성에 몹시 기뻐한다,
저녁을 함께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을 배웅하면서 난 참 복받은 산속의 자연인이라고, 이런 좋은 사람들이 내 옆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두 사람을 보낸 후 집안으로 들어와 새로 설치한 연통을 시험도 할겸 벽난로에 불을 피우는데, 연기가 하나도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이 고마움, 이 따뜻함, 이 작은 것들이 차가운 산속을 훈훈하게 행복함으로 변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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