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산속에 찾아온 가을,,(3) 본문
가을이 온 산속은 풍요롭다,
알밤과 호두 그리고 감들이 익어가면서 가을을 더욱 더 풍성하게 장식하여 마음도 넉넉하고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또한 산에는 온갖 버섯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건강에 좋은 버섯들을 맛볼 수 있으며, 몸에 좋다는 약용 버섯들도 많이 있다, 따라서 버섯에 대한 지식만 있다면 식단이 화려하게 변한다,
나에게 있어서 가을은 3가지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멋진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벽난로의 위력이 발휘된다, 벽난로에 잘 마른 통나무를 넣고 불을 피우면 차가운 공기로 가득한 집안이 훈훈해지고, 벽난로의 활활 타오르는 불빛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면서 일하느라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휴식이라는 안락한 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더불어 벽난로 속의 장작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겨우 찾아온 휴식을 만끽하게 한다,
가을의 즐거움은 황토방이다,
황토방에 불을 피울 때도 좋지만, 황토방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서 발생하는 매케한 연기는 오래 전 잊어버리고 있었던 고향의 시골집 냄새가 맡아지면서 고향의 집을 생각나게 한다,
내가 태어난 경상남도 함양 '인당' 마을의 시골집은 매일 부엌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자욱해서 가끔씩 컬럭대었고,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왔다, 특히 가마솥에서 밥을 지을 때 가마솥의 증기가 푹푹 내품는 광경은 구수한 냄새와 함께 지금도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있다,
황토방에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아련한 최면 속으로 나를 인도한다,
불꽃의 마력은 초자연적이다, 자동적으로 명상의 세계로 나를 몰입하게 하면서 무아의 세계로 진입하게 한다,
산속 기온이 떨어지고 날씨가 차가울수록 더욱 더 큰 진가를 발휘하는 황토방은 따뜻한 온돌 바닥에서 몸을 지지며 잠으로써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효과 이외에도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산속 집에 있다가 잠을 자기 위해 산속 집 아래에 있는 황토방으로 내려와서 황토방 문을 열면 방안 전체에서 품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이럴 땐 한동안 방문과 창문을 열고 더운 열기를 식혀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더운 열기가 방바닥 구들에서 올라오기 때문에 방안은 금방 더워진다,
차가운 바깥 온도와 더운 방안의 열기가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나의 몸은 긴장감과 피로감에서 벗어나 휴식의 세계로 들어간다, 방안이 시원해지면 명상을 한다, 바닥에 깐 요 위에 두툼한 방석을 깔고 앉아서 열린 방문을 통해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숲의 정경을 바라보면서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이게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명상을 끝낸 후 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누우면 금방 깊고 깊은 수면 속으로 들어간다,
도시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잠이 들지 않아 불면증으로 고생할 때가 많은데, 산속에서는 따뜻하고 안락한 잠을 잘 수가 있기에 이 또한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다,
요즘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온 산을 헤매며 다니고, 통나무를 옮기고 자르는 등 이런 저런 소소한 일들을 하느라 온몸이 피곤하고 지쳐서 따뜻한 구둘목이 그리워질때, 뜨거운 황토방에서 땀을 흘리며 잠을 푹 자고 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온몸이 가뿐하고 시원하다,
이런 따뜻함을 가져다주는 황토방이나 벽난로에 매일 불을 피우기 위해선 제법 많은 나무들이 필요하다, 우리 산속에는 마른 나무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 작년에 간벌작업을 하면서 얻은 참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잡목들을 쌓아 놓아서 아마도 5년 동안은 나무 걱정 없이 풍족롭게 사용할 것 같다,
이런 것들이 가을이 오면 산속에서 느끼는 기쁨이고, 행복감인 동시에 가을이 가져다주는 선물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는데, 그것은 가곡에 있는 온천에 가서 피곤한 몸을 따뜻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것이다,
대개 평일에는 온천탕에 3~5명 가량의 지역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온천탕 물이 깨끗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없어서 조용하고 휴식하기에 좋다, 39도 정도의 따뜻한 온탕과 43도의 열탕에 번갈아가면서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몸에 쌓인 피로가 풀린다, 또 뜨거운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진다,
서울에서 온천탕에 가려면 최소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또 온천탕의 물이 온천물인지, 그냥 유황 냄새만 풍기는 온천인지를 알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사는 강원도 임원에서는 3군데의 유명 온천<백암온천, 덕구온천, 가곡온천> 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가곡온천과 덕구온천은 산속 집에서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올 4월에 가곡면 탕곡리에 오픈한 가곡유황온천은 개장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깨끗하고, 온천물이 유황 성분이 많아서 온천탕에 온 것을 실감할 수가 있고,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더욱 더 좋다,
산속 집에서 탕곡으로 가는 길은 경치가 아름답고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엔 최고의 길이다,
그래서 온천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기자기한 풍광이 펼쳐져있는 구불구불한 시골 옛길을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요즘은 이곳으로 가는 길옆에 심어놓은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서 아름답다,
흡사 스위스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다, 도로 옆은 강물이 흐르고 바위산들이 도로길 양옆으로 높아 솟아서 소나무와 잡목들이 어울려 수묵화를 그려놓았다,
그래서 강원도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을 즐기며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기에 매력이 있다,
송이버섯국을 끓여서 먹었다, 송이버섯과 애호박을 잘게 쓸어서 참기름과 멸치액젓을 조금넣어서 살짝 끓여서 먹는 송이버섯 국은 최고의 별미다, 또 능이버섯을 살짝 데쳐서 식초를 살짝 넣어서 먹는 능이버섯 무침은 또 한 최고의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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