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추석 명절을 산속에서 보내다,,(1) 본문
추석날이다,
강원도 산속은 이맘 때가 가장 화려하고 바쁜 시간이다,
내가 심은 밤나무에서 알밤을 주어야 하는 등 산속은 온갖 버섯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혼의 쉼터에 심은 알밤 나무들과 10년 전에 심은 알밤나무들이 해마다 더 많은 알밤이 주렁주렁 달려서 알밤을 딸 이맘 때가 되면 바쁘다, 게다가 쥐들과 다람쥐들이 알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을 서로 가져가려고 전쟁이 벌어진다,
나 역시 이들 틈새에서 알밤을 주으려고 하니, 경쟁이 치열하다, 쥐들과 다람쥐는 생존에 필요해서 알밤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난 알밤을 삶아서 먹던지 아니면 벽난로 속이나 황토방의 불을 때는 곳에 알밤을 넣고 구으면 맛이 기가 막힌 군밤이 탄생하기에 산속에서의 또 하나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열심히 알밤을 줍는다,
올해는 송이버섯이 많이 나오지 않아 '다이아몬드 송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고 소문이 나서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강원도 일대의 산속으로 몰려온다,
우리 산에도 새벽 5시부터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을 따려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젠 이런 사람들에게 왜 우리 산에 들어왔냐고 말싸움하는 게 싫어서 그냥 가만히 놔두었더니 송이밭이 반들 반들하게 길이 나있다,
그래서 나도 운동을 할겸 산속에 개들과 함께 천천히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을 따러다니는데, 올해는 능이버섯을 최고로 많이 땄다, 집앞에 있는 산에서 능이버섯들을 너무 많이 따서 이걸 배낭 한가득, 그리고 커다란 쇼핑백에 가득 채워서 가져오느라 죽는 줄 알았다, 능이버섯이 30kg이 넘다 보니 너무 무거워서 이걸 가지고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대부분 다 부서져 버렸다,
그러나 비록 4시간 동안 산행하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능이버섯을 한가득 따게 되어 기분이 너무도 좋다,
집안 거실의 탁자 위 채반에 올려 놓은 능이버섯의 향이 온집안에 가득차서 독특한 풍미가 있는 능이향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능이버섯을 따러 갔다가 가끔씩 송이버섯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버섯의 갓 지름이 크고(보통 8~25cm), 원통형 자루의 길이가 10~25cm인 커다란 최고급 송이버섯을 발견하면 고함을 지른다,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 하고 소리치듯 , 나도 큰 소리로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고선 송이버섯을 채취한다, 그렇게 채취한 송이버섯이 약 30개가 된다,
요즘은 송이버섯 한 개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일반 사람들은 맛보지 못하는 금송이로 변했지만, 난 산속에서 이런 비싼 송이버섯으로 송이국을 끓여서 먹는다, 애호박을 참기름에 살짝 볶아서 끓여 먹는 송이국은 참 향긋하고 맛있다,
산속에 살면서 즐기는 최고의 호강이라고 할까, 된장국을 끓일 때도 표고버섯과 싸리버섯, 노루궁댕이 버섯들을 함께 넣고 끓여서 먹는데, 아마 된장국에 송이버섯을 넣고 끓이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리라,
추석날 밤 보름달이 환하게 비춘다,
추석이라서 이날 밤 마당에 모닥불을 피웠다, 와인도 한 병 꺼내서 치즈 안주와 함께 나를 위한 파티를 시작했다,
와인의 취기와 함께 블루투스 라디오의 USB에서 흘러나오는 트럼펫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내가 좋아하는 Sergei Nakariakov<1977~,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는 러시아 태생의 트럼펫 연주자로 현존하는 최고의 트럼펫 테크니션으로 알려져 있다>의 'NO LIMIT' 음반에 수록된 Trumpet 연주이다, 한밤중에 들으면 최고의 음악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달빛과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는 추석날 밤, 산속집 마당에 울려퍼지는 트럼펫 소리는 먼 밤하늘까지 메아리친다, 모닥불 불빛에 홀려서 다른 세계로 유영한다, 불빛은 춤을 추고 빛의 향연을 펼친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리라,
음악과 달빛, 그리고 장작불, 은은히 취해오는 술의 마력, 더 이상 나한테 욕심을 부릴 게 없다, 공(空)의 세상이다,
이런 큰 능이버섯을 매일 매일 많이도 땄다,
이번에 채취한 송이버섯,,
장작불의 열기에 스텐통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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