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가을이 왔는데,,(2) 본문
찬바람이 분다,
산속은 완연히 가을 속으로 들어왔다,
가을이 오면 항상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 그 사람>이다, 노래 제목 같기도하고 내 가슴 속에 남아있는 앙금같은 묵은 찌꺼기 같은 녹아지지않는 아픔과 슬픔이다,
그때의 그 사람들, 어릴 때의 친구들과 어릴 때 순박해서 만났었던 그 소녀들이다,
왜 가을만 되면 가만히 숨어 있던 아리고 슬픈 아픈 기억들이 샘물이 솟아나듯 그렇게 솟아나오는지를 모르것다,
그런데 내 어릴 때 친구들 중, 지금은 단 두 명만 남아있는 친구 중 한 명인데, 이넘은 치매에 걸려서 전화를 하면 맨날 헛소리를 하기에 전화를 하기도 싫고 고향에 내려가서 만나고 싶지 않다,
또 정신이 멀쩡한 병탁이라는 친구는 이젠 다 늙어서 우리가 만나서 뭐 하겠느냐고, 그냥 그렇게 이렇게 살다가 가자고 한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친구들이란 넘들이 언제 너를 그렇게 기억하고 생각한 넘이 있었느냐고 하는데,
갑자기 술에서 확 깨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아 나는 바보 천치로구나, 그래 그래 내가 착각했었구나,
내가 사업에 실패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어느 누구 하나 밥 한번 사준 사람도 없고, 집에 쌀 한가마니 사다 준 넘도 없고,
또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나를 피하고, 내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내가 그렇게 살기 힘들고 어려워서 돈 좀 빌려달라고 해도 십원 한 푼도 빌려주지 않았던 친구들이 아니였던가, 그런데 지금까지 그걸 다 잊고 살아왔는데, 병탁이넘이 나에게 알려준 거다,
그리고 김을수라는 친구넘은 돈도 빌려주지 않으면서 온갖 말로 나를 욕하고 모욕을 줘서 눈물을 흘리며 그넘 사무실에서 나와 지금까지 만나지 않고 있는 친구가 아니던가, 그때의 그 상처는 지금까지도 엄청나게 큰 구멍의 상처로 가슴 속에 흉터로 남아있다, 그런데 도 나는 지금까지 그 사실들을 잊고 있었다,
내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시간들이 생각난다, 아프고 슬프고 눈물흘렸던 그 시절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련한 좋은 기억들도 되살아난다,
남자 친구들과 함께 했던 좋은 추억과 기억들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내 가슴 한구석에 아련하고 절실하게 남아있는 것은 나의 첫사랑 '노필선'에 대한 기억들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고 기억들이지만, 노필선도 과연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일까,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가슴 속이 서늘해진다, 여자들이란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으면 과거의 오래된 추억이나 아픈 기억들, 특히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는 냉정한 우리 마누라의 솔직한 답변에 가슴 속이 울렁거리며 심한 갈증이 난다,
영화나 소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허상인데, 남자들은 어리석게도 착각하며 살고 있다는 마누라의 말이 나를 당황하게 하고, 그 순간 나는 길을 잃은 나그네가 된다, 마누라 또한 나에게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첫사랑이었던 남자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솔직한 말에 난 충격을 받았다,
하긴 책에서도 여자와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냥 나 혼자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그 순수하고도 애틋한 기억을 가지고 만나고 싶어하고, 죽기 전에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길 원했었는데, 과연 노필선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하고 생각해보니까 전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착각일까?
얼굴이 예쁜 젊은 시절, 첫사랑의 기억이 생생할 때는 모른 척하다가 이제 다 늙어서 얼굴은 주름살로 뒤덮혀 있고, 몸과 마음은 쇠잔해지고, 또 몸이 아플 수도 있는데, 뭣 때문에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는지 모르것다고, 그리고 아주 오래되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노필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까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참 아픈 생각일지도 모른다, 제발 이런 사랑의 이야기는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고 영화같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진실한 사랑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해본다, 만약 내 가슴 속에 남아있는 이런 첫사랑의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인 사실로 알려지게 되면 난 더 이상 꿈을 꿀 수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난 꿈을 먹고 사는, 산속에서 늙어가는 아니 익어가는 멋진 남자인데,,,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이젠 또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그 시간들이 돌아오고 있다,
떠나야 할 시간들이,,,
금목서 나무가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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