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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3년 하반기(8월~12월)

산속에 간벌작업을 시작하다,,(2)

영혼의 수도자 2023. 12. 18. 06:13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산불 예방과 숲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산에  간벌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삼척 시청에서 1억원의 돈을 투입하여 산불 예방 차원에서 산속에 무성이 자라고 있는 나무들과 잡목들을 선별하여 자르고 산속을 정비하는 작업이다,

 

간벌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간벌작업을 할 업체가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되었는데, 입찰에 낙찰된 업체 사장이 나한테 인사하러 우리 산속에 찾아왔다,

 

이번에 우리 산속에 있는 나무들을 작업하려고 한다고 하면서 자기는 서울에서 살다가 삼척으로 내려와 산다고 하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말한다, 첫 인상이 좋아 보이고 말하는 것도 서울 표준말인데 호감이 간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중년의 여자가 산속에 왔다, 며칠 전 우리 산속에 찾아와 인사한 사람은 자기 남편이라고 하면서 남편 회사와 자기 명의(名義)로 된 회사가 이번에 함께 공개 입찰에 참여했는데, 남편 회사는 떨어지고, 자기 회사가 선정되었다고 하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삼척 산림조합의 윤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번에 낙찰된 회사가 간벌 작업한 경험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나서 업체 사장한테 이번에 작업을 할 구간에서 주의할 점과 절대로 마음대로 소나무를 자르지 말고 나한테 확인하고 자르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그런데 내가 서울 집으로 올라와 있는 동안 나무를 자르는 인부들이 큰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마구 잘라놓았다, 

그렇게도 몇 번 씩이나 당부하고 부탁했었는데, 내가 없는 사이에 자기들 마음대로 일을 아주 크게 벌여 놓았다, 

 

특히 내가 20년 동안 산속 집 근처에 심어놓고 가꾼 벗나무와 일본 목련, 그리고 50년도 더 된 오동나무를 잘라놓고선 오동나무가 비싸니까 몸통은 가져갔다, 이뿐 만이 아니다, 연못 주변에 있는 벗나무와 자귀나무들 약 20그루가 잘려져 있다,

 

너무 놀라고 기가 막혀서 여자 사장과 남편이 왔길래, 나무를 자른 현장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까 그냥 죽을 죄를 지었다고 죽는 소리만 한다,  

 

그 전에 한번 여자 사장과 어떤 젊은 남자가 산속 작업 현장에 왔었는데, 여자 사장이 자기 아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청각장애가 있다고 하소연하길래, 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겪을 고통과 어려움을 생각하고  작은 잘못이 발생해도 그냥 이해하고 용서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몇 번씩이나 현장을 보여주고 절대로 나무들을 자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다 잘랐다, 20년 동안 열심히 퇴비주고, 비료주면서 가꾼 나무들인데, 잘린 나무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여자 사장이 꿀 한 병을 가져와 사과한다, 미치것다, 이게 꿀 한 병을 받고 용서해야 할 사항인가,

냉정하게 가져온 꿀을 거절하고서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속이 부글 부글 끓어올라서 미치것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산속 집 뒤에 작은 텃밭이 있는데, 이곳은 돌배나무와 매실나무, 수국 등이 있고, 부추와 삼채, 고추와 들깨나무 등을 심어 놓은 곳이다, 그래서 남자 사장한테 산속으로 포크레인이 들어갈 때 절대로 이곳을 통해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서 밭 위와 개울을 타고 가는 방법에 대해 세 번이나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내가 서울로 올라간 사이에 포크레인이 밭으로 길을 내서 산속으로 들어가 작업하느라 내가 키운 나무들과 수국들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너무도 화가 나서 남자 사장한테 왜 이 밭으로 길을 냈느냐고 소리치며 항의하자, 적반하장( 賊反荷杖)이라더니, 내가 이 밭으로 들어가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거짓말까지 한다, 여태까지 참고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다, 그래서 더 큰 목소리로, 내가 언제 이 길로 가라고 했느냐, 당신 이제 보니 완전히 거짓말쟁이구만, 지금까지 여자 사장이 어려운 집안 사정을 얘기해서 당신들이 저지른 실수를 이해하고 넘어갔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하니까,

 

몹시 화가 나서 흥분한 내 모습에 겁이 났는지 남자 사장이 태도를 싹 바꾸며, 그러면 어쩌면 좋겠느냐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한번만 더 양보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말한다, 

 

난 사과는 커녕 또 한번 양보해달라는 말에 더 이상 당신하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냉정하게 말하고선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안으로 들어와서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나는 장애 아들을 키우는 아픔이 있는 가정에 도움을 주고자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양보했었다, 그런데 한 번 양보하니까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세 번이 네 번이 되는 등, 나를 호구로 보았는지 완전 자기 마음대로다, 최소한 산주(山主)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들어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精) 아닌가 말이다, 

 

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선(善)을 베풀면 고맙게 생각하고 더 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이걸 이용해서 더더욱 악랄해지고 이용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싫다, 지금까지 한 평생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면서 손해보는 것을 참고 당연시하고 살아왔었는데, 이제는 이런 상황이 너무 싫다, 어떻게 복수할까, 손해 배상을 청구할까, 이런 세상이 너무 싫어서 강원도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는데, 산속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참 사람이 싫어진다, 징글 징글하다,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일까, 그래서 나의 업보가 나를 이렇게 힘들 게 하는 걸까, 

그냥 참으면서 한숨만 푹푹 쉬며 겨울의 강원도 산속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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