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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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골이야기/2024년 하반기(8월~12월)

8월 중순의 산속,,(3)

영혼의 수도자 2024. 8. 26. 05:03

8월 22일(목)이 처서라는데 산속은 여전히 여름 날씨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모든 창문을 닫아야 하고 이불을 덥고 잠을 자야 한다,

다가오는 9월이 되면 황토방에 불을 피우고 황토방에서 잠자야 될 것 같다,

 

가을에 피는 꽃들이 피어나서 지금의 산속은 화려하다, 

목백일홍부터 시작해서 국화꽃과 맨드라미 등의 꽃들이 피어난 산속은 화려하다,

 

올봄에 참나무 원목에 드릴로 천공을 해서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하였다,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하고 나면 표고버섯 균사 생장으로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접종목의 표고종균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장작 쌓기를 하고 천막천으로 덮어놓았다, 그리고 산속에 올 때마다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등 보온과 보습, 그리고 환기가 잘 되도록 임시 눕혀 쌓아 놓았었는데, 이제는 이 참나무 표고목을 옮겨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약 200개의 참나무 표고목을 표고버섯 재배하는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

 

이 작업은 워낙 힘든 작업이라서 일꾼들도 하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는 일이라서 내가 직접 해야만 한다, 그래서 올해만 하고 내년에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밖에도 영혼의 쉼터에 작은 쉼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도 걱정이다, 정자 형태로 할 것인지, 평상 형태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땅을 평평하게 고른 후 그 위에 텐트만 치고 의자 하나 갖다 놓는 식으로  간편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명상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이 쉼터 앞에 큰 바위돌을 운반해서 하나의 표상으로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데, 내가 봐둔 바위돌이 너무 커서 10 톤 이상의 포크레인으로 운반해야 한다, 산속에서 포크레인으로 작업하기 위해 하루 빌리는데, 트럭 운반비가 100만원이고 포크레인 이용 비용 또한 100만원이다, 요즘 내가 사는 산속에 산림청에서 임도를 새로 만들기 위해 20톤의 큰 포크레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산속 집 근처를 지나간다,

 

작년 겨울에 시작한 이 작업은 올 11월에 끝날 예정인데, 그래서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포크레인 기사한테 돈을 주고 약 30분 정도 시간을 내게 해서 큰 바위돌을 운반하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10톤 정도 되는 포크레인이 없어서 내년에 또 다시 포크레인이 온다면 부탁을 할 생각이다,

 

왜 그렇게 힘들게 작업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나중에 이 영혼의 쉼터에 묻힐 때, 무덤과 비석같은 것을 세우지 않고 큰 바위돌에 몇 자의 글자만 새겨서 무덤을 대신하여 큰 바위돌을 운반하려고 하는 것이다,

 

바위돌에 뭐라고 글을 쓸까, 다 헛되고 헛된 세상 덧없이 왔다가 갔다고 할까, 그냥 소풍 와서 구경 잘하고 갔다고 할까,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 와서 잘 놀다가 간다고 할까, 

 

아니면 조지 버나드 쇼(1856~1950, 영국계 아일랜드인으로 극작가겸 소설가, 평론가)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라고 새겨 넣을까, 삶과 죽음 모두가 다 희극이고 한 편의 비극이며, 또 한편의 짧은 연극인데,,,

 

참 아쉬운 것은 인생이라는 것이 미리 연습도 한 번 안 해보고 준비도 안 해보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대에 올라서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연극 무대라는 거다,

 

그러면서도 내가 살아가는 게 무대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참으로 안타까운 한 편의 희극적인 무대다, 한숨만 쉬다가 어쩌지도 못하고 내 마음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마냥 걱정하고 다른 배우들과 비교하며 행복해 보려고 발버둥치다가 이 중의 내가 어떤 게 진정한 나인 줄을 몰라서 진정한 나를 찾겠다고 캄캄한 어둠 속을 걷듯 천국이라는 목적지를 찾아 헤맨다,

 

그러는 과정에서 몸은 지치고 고독에 몸부림치며 한숨만 쉬다가 마지막 무대가 내려올 때쯤 비로소 자기가 퇴장할 시간이 곧 올 거란 것을 예감하고 신을 찾으며 울고 괴로워한다, 그러다 후회하고 한탄하다가 무대의 막이 내려진다,

 

내 마음 속에서는 이런 연극이 각본을 쓰듯 보인다, 보여,,,다 허황된 거짓이고 신이 만들어 놓은 한 편의 연극 무대라는 것을,,,곧 언젠가 모든 무대가 사라지고 폭발하고, 온 우주가 폭발하리라는 것을,,,빅뱅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더구만,,,

 

참 허망하다, 허망해,,,